막바지로 향하는 신라개발 이준용회장 구속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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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로 향하는 신라개발 이준용회장 구속사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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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6차 공판에서 “현장검증으로 진실 가리자”
이회장측, “뇌물을 수표로 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장기간 구속에 지역여론은 “이젠 풀어 줘야”에 힘실려


신라개발 이준용회장 구속사건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이 사건에 대한 6차 공판을 갖고 현장검증의 필요성을 전격 제시, 검찰과 피고인측으로부터 수용의사를 받아 냈다.

이로써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라종합건설 본사와 N용역회사, 사업시행자인 도시개발 정모 조합장이 우근민 전제주지사 아들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용역회사 앞 골목, 그리고 수표 10억원을 자금세탁했다는 국민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검증을 벌이게 된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법원, 검찰, 피고인, 변호인단이 모두 참가함으로써 뇌물사건 진실공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 이준용회장은 북제주군 세화송당온천지구 개발사업에 시공자로 참여했다가 지난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근민 전 제주지사와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에게 모두 1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해 11월 18일 제주지검에 의해 구속된 후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 주택건설사업으로 터를 닦은 후 전국기업으로 성장한 신라 이준용회장의 구속사건은 지역에 큰 반향을 일으켜 도내 경제계의 구명운동까지 촉발시켰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줄곧 검찰과 이회장간의 주장이 엇갈려 여전히 사실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제주지역 최대 뇌물사건으로 기록되면서 4명 구속, 3명 불구속기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준용회장과 사업시행자인 도시개발조합 정모조합장, 김모업무이사가 뇌물공여 혐의로, 우근민 전 제주지사 아들이 제 3자 뇌물취득혐의로 각각 구속기소됐고 우근민 전 제주지사,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 용역회사대표 이모씨 등이 역시 뇌물공여 및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이 밝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02년 5월 24일 신라종합건설 서울사무실을 방문한 정모 조합장과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에게 가기앞수표 10억원 짜리가 뇌물목적으로 전해졌는데, 결국 이 돈은 세탁과 중간자들을 거쳐 우 전지사에게 3억원 신 전군수에게 7억원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당시 뇌물의 목적은 향후 온천지구내 도로개설 등 SOC 구축에 대비, 이의 편의를 도모키 위한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준용회장은 이 돈이 뇌물이 아니라 용역비일 뿐더러 사건 자체가 상대측의 음모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즉 용역비로 전달된 10억원을 관련자들이 나눠 챙긴 후 나중에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로 논란이 불거지자 뇌물로 둔갑시켜 타지 출신인 본인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회장을 뺀 나머지 관련자들은 처음부터 문제의 돈이 뇌물 목적으로 건네졌다고 말해 검찰의 수사결과를 뒷받침해 왔다. 검찰은 10억원 짜리 수표가 곧바로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를 통해 세탁된 후 뇌물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용역회사 대표 이모씨는 검찰조사에서 “2002년 5월 24일 정조합장이 자기앞수표 10억원을 가지고 와 급히 현찰이 필요하다고 말해 처음엔 거절했지만 나중에 회사 계좌를 통해 찾아서 줬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수사과정에서 우근민 전지사의 아들은 검찰이 주장한 3억원이 아닌 500만원을 용역회사 앞 골목에서 정조합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시인해 나중에 구속수감됐다.

이 사건에 대해 이준용회장과 변호인측이 줄곧 주장하는 내용중 하나는 전후관계가 뇌물성격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뇌물은 당사자간의 은밀한 거래이어야 정상인데도 이 사건의 경우 우선 돈의 흐름이 거의 공개적일 만큼 드러나고 있다. 뇌물로 건네졌다는 수표 10억원은 추적결과 국민은행 양재동지점에서 발행된 것으로, 이회장측은 이 수표는 협력업체로부터 토지대금으로 받은 10억원 짜리 자기앞수표 2장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특히 신라의 회계 담당자들은 지난 2월 6일 5차 공판의 증인으로 나서 본인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달력과 메모장 등에 이 돈의 이동 즉 출입금 관계를 명기했다고 밝히며 증거물과 함께 제시해 검찰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무엇보다도 뇌물을 수표로 전달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의 상식을 깨고 있다. 뇌물은 완벽하게 세탁 과정을 거쳐 처음부터 현금으로 전달되는 게 통례(?)인데도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뇌물이 수표로 건네졌고, 이것이 중간자들을 거쳐 현금화돼 당사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얘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용회장측 관계자는 “언제든지 추적이 가능한 수표로 그만한 거액의 뇌물을 주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마치 날 잡아가라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철주 전북제주군수에게 전달됐다는 뇌물의 경우 지역의 모방송사 K국장이 중간역할을 맡았는데 그는 검찰 조사에서 특정 계좌로 2억원을 입금받아 5000만원은 신 전군수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1억5000만원은 보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7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신 전군수는 사건이 터지기 전인 2005년 6월 과로로 사망했는데 그가 도지사(3억원)보다 많은 7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규모 온천사업의 경우 사업승인에서 시공까지 광역자치단체의 입김을 절대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북제주군과 유족들은 신 전군수가 사망한 것을 악용해 그가 거액을 받은 것으로 꾸미고 있다고 억울해 한다. 제주도청에서 고위직을 지낸 후 민선 1,2,3기 북제주군수에 내리 당선된 신 전군수는 지역에서 청렴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현재까지 뇌물로 건네졌다는 10억원중 정확히 용처가 밝혀진 것은 우근민 전지사 아들이 받은 500만원이 고작이다. 나머지 9억9500만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돈의 흔적을 밝히는 게 이 사건 진실규명의 핵심이 된다. 6차 공판에선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인사가 당시 신라의 현지 책임자 김모씨를 거론하며 그로부터 문제의 10억원이 향후 SOC에 대비한 정치자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 김모씨가 억울하다며 울먹이는 일까지 벌여졌다.

법원의 현장검증 방침에 대해 이준용회장측은 대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라 사무실과 뇌물이 건네졌다는 골목, 돈을 세탁했다는 은행등을 대상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한다면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회장측 관계자는 “10억원의 사용처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관련자들의 입씨름만 있어 왔기 때문에 현장검증의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상대측에서 서로 입을 맞춰 이회장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 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데 이를 밝힐 구체적 증거가 없어 사실 안타까웠다. 현장검증에서 시간, 거리 등을 따져 정황판단을 해 보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분명히 가려질 것이다”고 말했다.

4개월 째 구속상태인 이회장이 언제 풀려날지는 정확치 않다. 지난 2월 말쯤 보석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검찰과 피고인간 다툼이 계속되는데다 2월 6일 5차 공판까지 수행한 재판부가 교체되는 바람에 석방문제와 관련 이회장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사건이 진행될 만큼 진행됐기 때문에 그의 나이(61세)를 감안, 이젠 풀어줘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구명운동에 나섰던 지역 경제계는 충북의 대표 기업인이 타지에서 장기간 영어의 상태로 묶여 있는 것에 안타까워 하며 향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일설엔 15일쯤 석방된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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