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권은 ‘봉이 김선달’의 백지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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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업권은 ‘봉이 김선달’의 백지수표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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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무시한 광업권 관련법 전면 보완 필요

광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상황에서도 광산업자의 광업권 신청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법률 개정 등을 통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와 행정기관에서 흔히 ‘광권’으로 불리는 이 권리는 말 그대로 광산업자가 특정 지역의 지하에 매장돼 있는 광물질들을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채굴,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제천시의 경우 현재 광산업자들이 확보하고 있는 광권 규모는 약 400건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제는 관련 법규의 맹점으로 인해 신청만 하면 사실상 광권이 허가되고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과 국가적 손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천시에 따르면 국도 38호선 확장 공사 당시, 박달재~제천 구간 주변의 광권을 확보하고 있던 지역의 A광업소가 도로 확장으로 인한 광권 축소를 내세워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해 최근 2억 원 상당의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광업소는 사실상 이 구간에 대한 광권만 확보했을 뿐, 도로 공사 구간 주변에서 별다른 채광 행위를 해오지 않은 상태여서 국가를 상대로 ‘봉이 김선달’ 식의 권리 장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률 전문가는 “광권과 관련한 법률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에 제정돼 현재까지 당시 법률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부존자원들을 마구 약탈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했던 일제 시대 제정 법률의 잔재”라고 지적하면서 “경제가 어려웠던 50~70년대에는 광업에 대한 진흥이 필요해 무차별적인 광권 허가를 허용하는 취지로 관련 법률이 제정, 유지됐지만, 지금은 이 법률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무방비로 파헤쳐질 소지를 제공함은 물론, 국민의 혈세까지 일부 광산업자에게 부당하게 뜯기는 불합리한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지하수 오염과 사업 채산성 저하 등으로 광권이 실제로 행사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와 관할 행정 당국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실에 맞지 않게 광산업자가 기본적인 여건만 갖춰 광권을 요구하면, 별다른 제약없이 지하 채광의 전권을 부여토록 하고 있는 법적 맹점 때문에 매년 30~40건씩 광권이 부여되고 있다는 것.

특히, 광권 허가 면적이 작게 수백㏊에서 크게는 수천㏊까지 이르는데다가, 토지 소유주의 사전 허락 등이 필요없이도 광산업자의 신청에 의해 마구잡이로 광권 허가가 발급되고 있어 법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광산업 종사자는 “관련법에는 산업자원부 광업등록사업소가 지자체에 공익협의내용, 지도, 공문 등만 하달하면 지자체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업자가 원하는 만큼 산업자원부가 광업권을 부여토록 하고 있어 매년 수십 건의 광권이 허가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작 땅 주인인 국가나 개인이 도로 개설이나 개발 등으로 땅을 사용할 때에는 광권 위축 등의 명분을 내세운 업자의 보상 요구에 아까운 국민 세금 등이 업자의 주머니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광권 신청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가토록 하는 등의 법률적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법률 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일치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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