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줄 아는 자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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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질 줄 아는 자유’ 가르친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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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내 유일의 천주교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배양, 대학진학률 100% 달성
‘문제아 가는 학교다’ 편견 아직도, 도내 학생비율 10%안팎


성적지상주의, 획일화 교육, 인간성 상실등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대안학교가 소규모 미인가 대안학교를 포함, 도내에만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옥산 양업고등학교를 비롯해 제천 간디학교, 영동 물꼬, 충주 새벽나래, 음성 글로벌 아카데미 등 도내에도 적잖은 수의 대안학교들이 나름대로의 교육방식을 내걸고 학교교육의 이상향을 향해 뛰고 있다.

10년의 세월동안 학부모들의 인식도 달라져 ‘문제아, 성적부진아, 학교에 적응 못하는 아이가 가는 학교’라고 치부하며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것과 달리, ‘다양한 방식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곳’ 등 긍정적 시각으로 전환되면서 대안학교로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매년 늘고 있다. 충청리뷰는 양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도내 대안학교들을 탐방해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과 교육철학, 운영방식 등을 연재형식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기자가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 신부)를 찾아간 시간은 오후 5시, 정규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것으로 저녁식사 전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라고 하기엔 너무도 여유로운 광경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학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 위치한 양업고는 1998년 천주교 청주교구 설정 40주년을 기념하고 제 2대 신부인 최양업신부(1821~1861)를 기려 설립한 대안학교다. 도내 대안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부 정식인가를 받은 양업고는 재정적인 안정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도교육청으로부터 일반 고등학교와 동일하게 재정지원을 받는 양업고는 천주교 청주교구로부터 학교운영비를 별도로 받아 재정적인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부담하는 수업료도 월 7만원으로 타 대안학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기숙사비용 월 30만원과 특성화 교육비 5만원은 별도로 부담해야 하지만 일반학교를 다니는 것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학교설립 후 9년째 교장을 맡고 있는 윤병훈 신부는 “절감된 사교육비를 이용해 해외 체험학습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 교장은 “일방적인 외적 통제가 아닌 자발적 통제 능력을 키워 미래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도덕인, 자율인을 기르는 것이 양업고의 교육목표다”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사물에 대한 이해와 이치를 터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성장프로그램, 봉사활동, 산악등반, 현장학습, 노작활동 등 특성화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정형화된 사고에서 벗어나 느낀대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한 활동들이 가능한 것은 양업고가 특성화학교로 인가받았기 때문이다.

   
“일반교과과정 65%면 충분”

양업고의 교육과정은 보통교과와 전문교과로 나눠진다. 보통교과는 여느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영어 등의 교과목이다. 보통교과에 할애된 시간은 전체 수업의 65%, 나머지 수업은 특성화교육으로 채워진다. 특성화 수업은 수업의 특성상 하루 교과과정에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학기에 한번 몰아서 이뤄진다.

지난해 양업고 학생들은 일본과 중국을 다녀왔다. 이동학습으로 치러진 일본방문을 통해 아이들은 일본의 선진 경제구조와 글로벌 시대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돌아왔다. 또한 10일동안 중국을 방문해 항일 유적지를 돌아보고 북한돕기 봉사활동과 백두산 등반을 하고 돌아왔다.

“해외활동 등 특성화교과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노작교육을 통해 땀의 소중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한다. 이 밖에도 지리산 종주, 꽃동네 봉사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들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졸업할 무렵 학생들은 삶의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 지 등 모든 것을 알아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120명인 양업고는 해마다 5: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100% 대학진학률을 보이며 ‘엇나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부정적 시각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설립 초만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극성스러운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은 한해를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힘들었다. 모든 교사가 한마음이 돼 노력했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초창기 입학생들은 학생이 원해서 온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강제로 입학시켰던 터라 학교분위기는 수용소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는 것이 한 교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뜻있는 교사들과 구성원들의 노력끝에 양업고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14명의 교사들이 격일제로 학생들과 함께 숙식을 같이하며 노력한 결과 학생들은 빠르게 변해갔다. 이제 양업고 학생들은 스스로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의 모습에서 공동체 생활을 해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학습하는 법을 배운다.

   
윤 교장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을 늦은 밤까지 붙잡아둔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듯 여러 체험활동들이 단순히 공부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고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아직도 도내에서는 문제아나 다니는 학교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전국각지에서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찾아오지만 정작 도내 학생들은 10%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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