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우산이 되어주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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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산이 되어주는 공동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8.20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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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원장들이 모여 ‘초등돌봄’ 모델 제시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돌봄 진행…대기자 넘쳐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 아이를 품다 산남온에듀케어

 

직장맘들에게 시련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찾아온다. 학교마다 초등돌봄교실이 운영되지만 경쟁률이 높다. 1학년에 입학한 아이들은 학기 초 오전 11시 즈음 하교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보통 3~4시까지 아이를 돌봐주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턴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의 일과표를 받아본 직장맘들은 일생일대 가장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계속 직장을 다닐 것인가, 아이를 돌볼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원장들이 나섰다.

산남온에듀케어 공동체는 인근 지역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양질의 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산남온에듀케어 공동체는 인근 지역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 양질의 프로그램과 돌봄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시간에 쫓겨 학원을 전전하는 게 아니라 어릴 적 다녔던 곳에서 계속 지내면 어떨까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돌봄의 끈을 이어주고 싶었다.”

산남온에듀케어 정화정 대표의 말이다. 뜻을 같이 하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모였다. 이들은 산남온에듀케어를 발족했다. 마침 충북도교육청이 이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신청했다.

정 대표는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으로 10여년을 지내다 재충전을 위해 사회복지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됐다. 늘 생각했던 우리사회의 돌봄공백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매일 돌봄과 수업 진행

 

산남온에듀케어는 13명의 조합원들이 있다. 공동체 조합원 중에 한명인 박지영 사무국장이 얼마 전까지 운영했던 가정 어린이집(서원구 두꺼비로 63 105-101)을 돌봄사업 장소로 택했다. 산남온에듀케어에서는 매일 주제별 수업이 진행된다. 공동체 뜻을 같이 했던 조합원들이 교사로 나섰다.

산남온에듀케어 공동체 정화정 대표는 직장맘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산남온에듀케어 공동체 정화정 대표는 직장맘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영어, 첼로, 레고, 종이접기, 마인드맵 수업이 이어진다. 돌봄시간도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때때로 긴급돌봄을 9시까지 한 적도 있다. 정 대표는 아이 둘을 돌봄 교실에 보내는 학부모가 셋째를 낳게 됐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선뜻 그날만 아침 9시에 문을 연다고 했다. 엄청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도 직장맘으로 어렵게 두 아이를 키웠다고. “시댁, 친정 둘 다 멀리 있어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 고향도 충주인지라 지인도 딱히 없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초등학생인 아이들 밥을 차려주러 간 적도 있다. 직장맘으로 오롯이 아이를 키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고 싶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성장했지만 그 힘든 시간을 잊지 못해서이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응원해

 

그래서 그는 비가 오는 날에는 교사들과 우산을 가지고 학교 앞으로 마중을 나간다.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이 비 맞고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창기에는 아예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 앞으로 갔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좋은데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특별한 돌봄노하우까지 있다보니 산남온에듀케어는 금세 입소문이 났다. 지금도 대기자들이 넘쳐난다.

정 대표는 처음엔 코로나19로 수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올 초부터 사업을 진행하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했다가 5월께 다시 시작했다.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해 인근 산남초에 방문했더니 교장선생님이 협조 공문을 가정통신문 형태로 보내줬다. 아이들 모집은 비교적 수월했다. 대기자 문의가 지금도 많은 데 고정인원이 있어서 더 받아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사무국장은 어린이집이 원아 감소로 폐원하는 경우가 많다. 돌봄교실이 있지만 신청자를 다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 않냐. 어린이집 원장들이 갖고 있는 돌봄에 대한 철학을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접목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폐원하는 어린이집 또한 돌봄교실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산남온에듀케어엔 지금 24명이 아이들이 있다. 1학년이 6, 2학년 3, 3학년 9, 4학년 1, 5학년 2, 6학년 3명이다.

박 사무국장도 어린이집 원장 출신이다. 그는 아동복지, 사회복지가 결국 부모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다. 아이들이 저학년 때 갈 곳이 없어 학원을 전전하기 일쑤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시간에 쫓겨 산다. 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편안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초등돌봄의 대안을 만들어내고 싶어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과 최근 온누리 협동조합도 결성했다고 밝혔다.

비가 오면 비를 맞을 까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곳. 산남온에듀케어의 교실은 오늘도 사랑의 웃음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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