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협회 사태]
“충북학사 건축비는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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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협회 사태]
“충북학사 건축비는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8.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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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주체 논란속 속속 드러나는 진실들
임광수씨측은 여전히 “사비를 들인 것” 주장
충북학사는 과연 누가 지어준 것인가. 충북협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충북출신 재경 학생들의 기숙사인 충북학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1년동안 충북협회장을 맡아 온 임광수씨가 “충북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주변의 비판에 대해 충북학사를 거론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광수씨는 사비를 들여 건립한 후 충북도에 기부채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임회장측이 사실을 왜곡, 도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충북협회와 임광수씨측은 도내 일간지 광고와 전단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대 도민 선전에까지 나선 상태다. 또한 언론사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임광수씨의 기부금 및 장학금 지급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논란에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충북협회장을 21년간 맡아 온 임광수씨가 조직을 사유화하면서 정작 지역엔 기여한 것이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조직적인 대응차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역의 한 인사는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불리한 여론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냐만 다른 지역에서 충북을 어떻게 바라 볼지 심히 걱정스럽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지역을 대표한다는 인사가 본인의 치적을 신문광고로 홍보하는 작금의 사태에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제에 충북학사 건립에 대한 진실을 밝혀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 말았으면 한다”며 관련인들에게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사실 충북학사는 이전에도 여러번 언론에 오르내렸다. 임광수씨의 사비출연 주장에 대해 끊임없이 반박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 편집자

 서울 강남 개포동에 지하 1층 지상 6 층
 으로 지어진 충북학사는 충북출신 학생
 들이 실비를 내고 사용하는 기숙사로
 충북도의 지방공기업 성격을 띤다.

 도지사가 (재)충북학사의 당연직 이사
 장을 맡게 되며 충북도는 매년 3억원 정
 도를 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충
 북도와 각 시·군이 출연한 30억원 정도
 가 자체 기금으로 적립돼 있다.

 자료에 의하면 충북학사의 건립주체는
 (주)청주개발이다. 청주개발이 26억5000
 만원을 들여 지은 후 92년 충북도에 기
 부채납한 것으로 되어 있다. 84년 9월 5
 일 법인등록한 청주개발은 현재 임광수
 씨 일가가 대주주인 청원 오창 그랜드
 CC의 설립주체로, 그해 충북연고 상공
 인 50여명의 공동발기로 탄생한 것이
 다. 

 당초 그랜드CC(구 청주골프장)는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건설이
 모색됐고 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지
 역상공인들의 거국적 참여를 전제로 청
 주개발이 설립됐다. 하지만 중간에 다
 른  주주들의 출자 미흡 등이 빌미가 돼
 현재까지 임광수씨 일가가 주도권을 행
 사하고 있고, 결국 골프장 자체가 사유
 화된 상태다.

문제는 충북학사의 건립비용 26억5000만원이 임광수씨 사비라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임회장측은 지난 7월 24일 도내 일간지에 실린 광고에서 ‘임광수회장은 충북학사(충북출신 在京 대학생들의 기숙사)를 건립해서 충청북도에 기증하는 등 43여억원의 사비를 출연했다’고 밝혔는가 하면 8월 18일 중앙 일간지를 통해 청주일원에 배포한 전단에서도 충북학사 건립에 투입된 재원이 임광수씨 사재였음을 분명히 했다.

임회장측은 그 근거에 대해 “당시 청주개발에 투자된 청주지역 상공인들의 주식 총액이 4억여원에 불과한데, 어떻게 26억5000만원의 충북학사 건립기증이 가능한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92년 4월 21일 당시 이원종지사가 기부채납에 대한 공로로 임광수씨에게 수여한 감사패 사본을 공개했다. 감사패에는 받는 사람이 청주개발(주) 대표이사 임광수로 명기돼 있다.

   
▲ 충북학사는 매년 신학기만 되면 입주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가정이 넉넉치 못한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 그 건립주체에 대한 논란으로 현재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학사 전경.
돈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없다니…충북도 말못할 사정 있나?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북도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충북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충북도의 공식입장은 “현 충북학사 건물은 청주개발(대표 임광수)에서 건립하여 1992년 충청북도에 기부채납하였으며, 기부채납 당시의 건립비는 26억5000만원”이라는 게 전부다. 건립주체가 청주개발임을 적시하고 있지만 그 비용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에 대해선 모른다는 것이다. 충북도관계자는 “당시 서류를 확인했지만 26억5000만원이라는 돈 문제에 대해선 자료가 없다. 다만 건립 및 기증한 주체가 청주개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만 이해한다. 건축비가 누구 주머니, 혹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골프회동?
이에 대해 충북도 홈페이지를 통해 진실규명을 촉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충북도가 관련 내용을 모를리 없다. 다른 것도 아닌 지방공기업 성격인 충북학사를 기증받은 것인데 아무 생각없이 받았겠나. 분명히 관련 서류가 있을 것이다. 만약 자료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실규명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우택지사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그동안 충청리뷰의 그랜드골프장과 충북학사에 대한 취재에서 줄곧 골프장측을 두둔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와 관련, 충북협회 사태가 한창 불거지던 지난 6일 이원종전지사와 임광수회장, 모 지역일간지 대표, 도내 기업계 대표가 그랜드CC에서 같이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학사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본보에 결정적 제보가 들어 왔다. 그랜드CC 내부사정에 정통하다는 한 유력인사는 “충북학사 건립비용은 임광수씨 사비가 아니라 골프장 회원권 분양대금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내용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지역의 정서상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회원권 분양대금중 일정액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괄 충북학사 건립비로 전용한 것이다. 내 얘기를 그대로 써라. 나중에 문제가 되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또 다른 제보도 있었다. 그랜드골프장 조성 초기부터 관여했다는 모 경제계 인사는 “금액의 세세한 것까지는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당시 회원권 분양대금중 일정액을 충북학사 건립비용으로 떼어 조성했다. 설령 임광수씨 기여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건립 및 기증의 주체가 청주개발이라는 법인인데 어떻게 개인의 사재가 될 수 있나. 말도 안되는 소리다”고 일축했다.

   
▲ 충북 최초로 건설된 그랜드CC는 전국에서도 내장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04년 이전까지 적자운영을 기록, 주총 때마다 의혹이 제기됐다. 이곳 골프장은 매년 공사를 시행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면서 역시 주총 등을 통해 종종 공사비 과다책정이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사진은 골프장 전경
임회장, “21년 재임동안 60여억원 사재출연” 주장

이에 대해 임광수씨 측근인 지헌정 임광토건 사장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골프장 건립주체인 청주개발 주주들의 출자가 미흡해 임회장이 대납 등으로 80% 대주주가 됐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임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지금에서 개인돈이냐 회사돈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없다. 회원권 분양대금이 이사회결의를 통해 그렇게 됐는지는 나로선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북협회측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임광수씨의 충북협회 재임기간중 기부금과 장학금 지급현황을 밝히며 충북학사 건립비 25억원 등 총 43억원을 사비출연했으며, 이 외에도 각종 행사 협찬 및 금일봉 등 비공식 지출이 20여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앞의 43억원에 대해선 관련 영수증이 보관돼 있다며 공개 용의까지 밝혔다.

하지만 충북학사 건립비용이 회원권 분양대금에서 지출됐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줄곧 사비출연을 밝혀 온 임광수씨는 결국 도민들은 상대로 거짓말을 한 꼴이 된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좀 더 분명하게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당시 관련자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학사 논란과 관련해 지역에선 민태구 전 충북도지사와 민권식 전 청주상공회의소회장, 정기호변호사가 전후사정을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민태구씨는 충북학사 건립 당시 도지사였고, 민권식씨 역시 그 때 골프장 건설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청주상의의 최고 책임자였다. 청주에서 활동하던 정기호변호사는 14대 총선 때 청주 흥덕구에 출마한 임광수씨와 대결해 당선된 전력이 있다.

충북학사 논란에 대해 민태구 전지사는 “당시 정부 방침은 골프장 허가시 국민체력단련장 즉 9홀 규모의 퍼블릭코스를 병행해서 건설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임광수씨가 나에게 30억원(금액은 정확히 기억못함)을 제시하며 도에 내놓겠다고 하길래 그 돈으로 충북학사를 지어달라고 했다. 이후 그 돈으로 서울시에 부탁해 좋은 조건으로 땅을 마련했고, 임광토건이 건축을 했다. 30억원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전지사는 다른 사람과의 통화에선 “30억원은 임광수씨의 사재가 아니다”라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권식 전 청주상의회장은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14대 총선 때 이미 충북학사 문제 불거져 정기호변호사, “거짓말이다” 폭로해 파문
실제로 당시 그랜드CC에 대한 교통부장관의 허가조건은 약 30억원이 소요되는 국민관광시설을 조성해 골프장 개장과 동시에 준공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엔 국민단련장, 수영장, 테니스장, 다목적잔디구장, 체력단련장, 유희시설 등을 설치토록 했다. 그런데 충북도는 조건을 다소 완화, 국민체력단련장 대신 연수관을 짓는 것으로 관련 사업을 승인했다. 임광수씨측은 이에 대해 “골프장 허가 조건은 국민체력단련장 조성이었다. 일각에선 충북학사가 골프장 허가 조건이라고 퍼뜨리고 있는데 골프장과 충북학사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충북학사 문제가 지난 14대 총선에서 이미 핫 이슈로 대두됐다는 사실이다. 총선에 출마한 임광수씨가 선거전을 통해 자신의 치적으로 충북학사 기증을 거론하자 상대 후보인 정기호변호사가 거짓이라며 폭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정기호씨는 사람까지 동원, 충북학사와 임광수씨에 대한 뒷조사를 벌여 청주 한벌초등학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를 폭로, 파문을 던졌다.


결국 임광수씨는 선거에서 떨어진 것. 현재 정기호씨는 극도로 제한된 대인관계만 유지하고 있는데, 충청리뷰의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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