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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동상에 과오 표기”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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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동상에 과오 표기” 여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0.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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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동상 철거보다 잘잘못 적어 바로잡자 의견 많아
충북도-도의회 칼자루 쥐었지만 도민과 합의과정 필요

 

충북도의회는 14일 청남대 전두환 노태우 동상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충북도의회는 14일 청남대 전두환 노태우 동상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청남대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이 한마디로 ‘계륵’이 됐다. 이를 둘러싸고 지역에서는 진보-보수간 갈등이 이어지고, 충북도의회는 의원들간 의견대립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먼 산 불구경 하듯'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벌써 여러 달 째 서로 공격하고 있다.

충북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올해 5·18 4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충북도에 동상 철거를 요구했고 이시종 도지사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철거를 결정했다. 이를 충북도의회 이상식 의원(민주당·청주7)이 받아 ‘충북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 제정에 나섰다. 조례안의 골자는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기념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현재까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조례 제정을 유보했다. 몇 개월씩 허송세월한 도의회 행정문화위에 비난여론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 핑계를 대며 토론회를 미룬 것도 모자라 관련법조차 검토하지 않은 것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충북참여연대는 20일 “청남대에 동상을 세울 때 지역사회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충북도가 단초를 제공했다. 과정을 무시한 졸속행정이 갈등의 원인이 됐다. 아울러 도의회는 의회 기능을 망각하고 갈등해결을 포기했다. 법적 검토도 없이 조례발의를 했다는 말인가. 이제와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충북도에 동상철거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 일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지사와 이 의원은 도민의견을 폭넓게 들어보지 않고 너무 쉽게 철거를 결정했다. 도와 도의회는 보수단체가 철거반대를 한데 이어 최근의 토론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이 나오자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제 지난 14일 도의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철거보다 설명판에 전·노의 과오를 정확히 표기해주자는 의견이 많았다. 또 윤자영 충북도 고문변호사는 “동상을 철거하지 않는다고 상위법인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지자체에서 관광 목적으로 하는 것은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충북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이 지사에게 상위법에 저촉되니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 그러자 충북도는 이런 사항조차 알아보지 않고 덜컥 철거하겠다고 한 것이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다만 윤 변호사는 “관광지 조성사업은 지자체 재량이기 때문에 동상철거는 조례없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상위법 때문에 동상을 철거할 의무는 없고, 도지사가 임의대로 철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많다보니 이 지사는 마음대로 철거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충북도민들 중에는 청남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데올로기의 장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14일 토론회에서는 동상문제를 진영간의 논리로 접근하지 말자는 주장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이 원안 통과되면 소급적용돼 충북도가 청남대에 설치한 전직대통령들의 기념사업은 모두 손을 봐야 한다. 부칙에서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두환·노태우의 동상, 관련 그림, 전시물 등은 중단·철회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영은 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은 “조례안이 원안 통과되면 향후 몰고 올 후폭풍이 심각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남대는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법제처나 고문변호사를 통해 더 면밀하게 법적 검토를 받은 뒤 조례안 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충북도의 역사왜곡으로 이런 일이 생겼다. 집행부에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을 즉시 교체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민 다수의 의견은 철거보다 동상에 공과를 분명하게 명시하자는 것이다. 나도 무조건적인 철거는 반대한다. 일부 도의원들은 이 문제를 이념적으로 몰고 가며 조례안 원안통과를 주장하지만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 의원은 “조례안 원안통과를 원하는 의원들이 여론몰이를 하며 해당 상임위를 압박해 말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이상식 의원은 “대통령 동상은 관광상품이 아니다. 존경할 만한 인물을 동상으로 세우는 것인데 5·18 학살 원흉 전두환을 동상으로 세우다니 말이 되느냐”면서 도의회 행정문화위가 조례 제정을 유보한 것을 의원 본분 망각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동상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원 개인들의 의견보다 도민 의견을 모아 합의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모 씨는 “14일 토론회가 어설프긴 했으나 일부 도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가 됐다. 충북도와 도의회는 여기서 나온 의견과 더 많은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충북도가 지적받는 것도 도민들과 합의없이 대통령 동상, 기념관, 길 등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또한 철거를 쉽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충북도와 도의회는 특정 단체와 상관없이 도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하라“고 강조했다.

 

박걸순 교수
박걸순 교수

“청남대, 이데올로기 논쟁터 되지 말아야”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14일 충북도의회 주최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관련 토론회에서 철거보다는 과오를 정확히 표기해주는 방법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2015년 동상건립 당시에 반대했다.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동상을 세웠어야 했는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청남대가 한국현대사나 대통령학을 공부해야 하는 엄숙한 장소가 아니고 대통령의 가벼운 일상을 보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국가기록원이 세종시에 세운 대통령기록관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서는 역대 대통령의 기록물 관리와 연구·전시·교육·홍보 기능을 수행한다.

그는 “만일 전두환·노태우 동상이 숭배나 기념을 위한 목적으로 건립됐다면 마땅히 철거돼야 한다.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동상을 굳이 철거할 필요없이 동상에 부착된 설명판에 헌정질서를 파괴한 사실 등을 명기하는 방법이 좋다고 본다. 전통시대 군주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이 역사적 기록인 필주(筆誅) 였다”고 밝혔다. 필주는 다른 사람의 잘못 등을 글로 써서 꾸짖는 것을 뜻한다. 그는 청남대가 본연의 역할을 넘어 진영간 이데올로기 논쟁 가운데 서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청남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청남대 내 일련의 시설과 동상건립, 전시관 조성 등이 중장기적 마스터플랜에 의해 조성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재 충북도가 추구하고 있는 ‘세계적인 대통령 테마파크로서 살아있는 역사·문화·교육의 장’ 슬로건은 청남대의 최종 지향으로 타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충북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청남대의 방향성을 중간 점검하고 향후 청사진을 만드는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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