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파편에 얼룩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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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파편에 얼룩진 여성
  • 육성준 기자
  • 승인 2020.10.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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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으로 한쪽 눈 잃고 인고의 세월 겪은 양해숙 할머니

 

영동군 임계리에 사는 양해숙(83) 할머니의 왼쪽 눈은 한국전쟁이 70년이나 지난 지금도 전쟁의 흉터로 남아있다. 1950년 7월 26일 피란길에 노근리 쌍굴에서 미군의 기관총 사격으로 눈을 잃었다. 바로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이다. 사망자만 300여 명에 이른다.

당시 13살이던 그는 무차별적으로 쏜 미군의 총탄에 빠져버린 눈알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떼어낸 비운의 어린 소녀였다. 그는 “그때 눈이 빠져 덜렁거리는데 어쩌지를 못해 엄마 나 눈 좀 떼줘!라고 소리 질렀다. 그런데 엄마도 다리에 파편을 맞아 움직이질 못해 할 수 없이 내가 눈을 꽉 잡아 댕겼지”라고 당시의 아픔을 회상했다.

그 후 이렇다 할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애꾸눈이 된 그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세월을 보냈다. 이후 50여 년이 지난 2000년 노근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피해 당사자로 진상규명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한 맺힌 울분으로 보낸 70년, 그는 “요즘 우리 4남매 손주들 보며 아, 내가 그렇게 모질게 살아온 것도 이렇게 좋은 일 보려고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해숙씨가 집옆 포도밭을 가꾸고 있다.
양해숙씨가 집옆 포도밭을 가꾸고 있다.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에는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다리를 향해 무차별 공격이 가해진 잔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영동군 노근리 쌍굴다리에는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다리를 향해 무차별 공격이 가해진 잔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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