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같은 소리 내는 ‘마을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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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같은 소리 내는 ‘마을오케스트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0.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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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리학교, 3년째 운영…산남‧수곡‧분평동에서 참여
마을축제의 마지막 공연 장식…공동체 정신 배우기도

청주행복교육지구 마을, 아이를 품다
다사리 학교 수곡 한마음 오케스트라

 

청주 수곡동에 위치한 다사리 학교에선 매주 금요일 악기소리가 들린다. 22명의 마을 아이들이 모여 지휘자의 손짓에 화음을 맞춘다. 마을오케스트라가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3년 째 운영 중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 수곡동에 위치한 다사리 학교에선 매주 금요일 악기소리가 들린다. 22명의 마을 아이들이 모여 지휘자의 손짓에 화음을 맞춘다. 마을오케스트라가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3년 째 운영 중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매주 금요일 오후 5. 다사리 학교 연습실에는 인근 산남, 수곡, 분평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모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시간대별로 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한다. 아이들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을 집어든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22명의 아이들이 매주 악기 연습을 한다.

다사리 학교에서 이처럼 마을 오케스트라를 운영한지는 3년째다. 다사리 학교는 장애인들을 위한 평생학습기관이다. 오랫동안 장애인 대상 교육 및 직업 체험,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다.

다사리 학교 송상호 교장은 아이가 악기를 배우게 됐는데 오케스트라를 이뤄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청주시와 청주교육청에서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할 무렵이었고 신청을 하게 됐다. 3년 째 꾸준히 마을 속 특색프로그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6월부터 시작했다. ‘수곡 한마음 오케스트라는 도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하는 최윤희 씨가 지휘를 맡고 있다. 바이올린도 직접 가르친다. 비올라는 최윤주, 첼로는 임승혁, 클라리넷은 박지오 씨가 맡아 아이들을 지도한다. 모두 현역에서 활동하는 실력파 연주자들이다.

송 교장은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꾸릴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데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해마다 마을 축제에서 아이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취미로 악기를 배울 수 있어도 한 무대에서 다른 친구와 화음을 맞추기는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악기를 입시로 접근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오케스트라 사업 운영을 맡고 있는 다사리 학교의 박홍선 씨는 악기를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아이도 있고,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 손에 끌려서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처음엔 가정통신문을 각 학교로 보냈는데 지금은 입소문이 나 모집이 어렵지는 않다. 인원이 많아 간단한 테스트도 거친다. 여름 방학 기간 내 합주시간을 갖는데 그 이후 아이들의 표정이 바뀐다.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함께 모여 있다 보니 오케스트라 안에서 상호작용도 이뤄진다. 처음엔 따로따로 악기연습을 하러 오지만 나중엔 같은 방향 친구와 함께 오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박홍선 씨는 마을관계망이 확장된다. 선후배가 생기고 선배는 후배들을 챙긴다. 사춘기 무렵의 아이들도 오케스트라를 통해 힘든 시기를 잘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한 사교육

 

마을오케스트라는 어찌보면 특별한 사교육이다. 송상호 교장은 오케스트라는 마을시스템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지역의 아이들을 모아 한 시간에 연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스케줄이 바쁘지 않나. 경쟁적인 교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마을오케스트라는 대안 사교육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매년 가을 다사리 학교가 위치한 수곡동에선 마을 축제가 벌어졌다.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자로 참여해 부스를 만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마을 축제가 취소됐다. 마을 오케스트라는 지역축제 무대에 서지 못하는 대신 학부모들을 모아놓고 공연을 열 계획이다. 또 교육청에서 비대면으로 마을 오케스트라를 촬영해 방영할 예정이다. 악기 너머 마을이 존재하고, 마을이 있기에 아름다운 연주도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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