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재단운영, 3세들의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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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재단운영, 3세들의 빅뱅?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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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자 동생계보, 학교운영 참여 공식 요구

청주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최근 학교 재단인 청석학원 이사회에 설립자의 동생측 후손들이 학교운영에 관여할 뜻을 서류로서 공식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설립자 동생계 후손들은 청석학원의 50% 지분권을 가지면서도 그동안 학교 운영에서 철저하게 배제됐었다.

동생계보를 대표하는 김현배씨(전 국회의원)등 후손들은 최근 본인들의 의사를 밝히는 모종의 서류를 학교측에 제출했고, 청석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어 관련 서류의 복사본을 11명의 이사들(감사 2명 포함)에게 전달한 후 차후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현배씨는 “밖으로 드러낼 사안이 아니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김준철씨, 학교운영에서 조카 배제
청석학원 설립자는 현 김윤배 청주대총장의 할아버지인 김원근 김영근 형제다. 당시 지역을 대표하는 사업가였던 둘이 뜻을 모아 한수 이남 최고(最古)의 사학을 만들었다. 재단 명의는 원근씨로 되어 있지만 돈은 대부분 동생인 영근씨가 부담했다는 게 정설로 전해진다. 동생 영근은 원산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을 상대한 해산물 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했지만 사회활동에서 자신은 나서지 않고 항상 형을 앞세웠다는 것.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동생 영근은 형 원근을 아예 아버지같은 존재로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 원근도 생전에 유류사업(현 충북석유 전신)과 제재소, 벽돌공장 운영 등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형 원근은 후대를 이를 아들이 없게 되자 동생 영근의 3남인 김준철씨(전 청석학원 이사장)를 양자로 맞아들였고, 이후 김준철씨가 학교운영의 전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현 김윤배총장의 부친인 김준철씨는 재단운영에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그 후광으로 자신의 장자인 김윤배씨가 청주대 총장에 이르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반면 김준철씨는 조카들에 대해선 학교운영과 관련해 철저하게 거리를 두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원로급 인사들은 김준철씨의 독특한 조직관리를 곧잘 거론한다.

청주대 사정에 밝은 지역의 한 인사는 “김준철씨가 청석학원 이사장으로 있을 때는 집안 내에서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본인의 아들 뿐만 아니라 조카들의 나이가 어렸던 점도 있지만 재단문제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특히 자신의 아들인 윤배가 다른 사촌들보다 나이가 적기 때문에 사촌들에 대해선 더 엄격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김준철씨 형인 김준성 김준명계 후손들은 그동안 재단운영에서 철저하게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현 이사회에도 설립자 후손중엔 김준철씨 아들 김윤배총장만 이름이 올라 있다. 간혹 설립자 동생계의 배척에 따른 반발이 일부 가족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지만 밖으로 드러나기 전에 유야무야됐다. 이사장에서 물러난 후 한 때 건강이상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김준철씨는 현재 주기적으로 사우나와 물리치료실을 찾을 정도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석학원 설립자의 집안 관계<도표 참조>는 그동안 청주대에서 무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항상 관심의 초점이 됐다. 당사자들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따른 갖은 억측이 무성했던데다 재단운영과 관련된 권한, 소위 지분관계가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불거질 것이라는 예단 때문이다.

이번 설립자 동생계 후손들의 재단운영 참여의사는 바로 이런 점에서 향후 전개과정에 따라선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설립자의 재단운영권에 대해선 여러 설이 제기됐는데, 현재 50 대 50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을 준다. 국가기록원과 청석학원 법인의 정관 등에 설립자 원근 영근 형제의 참여가 각각 50 대 50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생계 후손들의 재단운영 참여의사도 바로 이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일단 관망”
청석학원 이사회는 이에 대해 적극 관여보다는 일단 집안문제로 치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먼저 가타부타 따질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본다. 사안의 성격이 그렇지 않은가. 집안 문제인 만큼 큰 가닥은 자체적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생계 후손들의 참여의사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운영권 50%에 준하는 이사 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뜻도 되겠고, 아니면 그쪽을 대표하는 인물의 1인 이사등재도 될 것이다. 물론 법적인 문제가 따르겠지만 그보다는 집안 내에서 어떻게 조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소송까지는 가겠는가. 일단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지역의 반응은 각각의 친소(親疎)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설립자 동생계의 재단참여가 학교 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이제 와서 그러면 학교문제만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부정론이 상치한다.

한 관계자는 “김현배씨의 재단운영 참여의사는 정상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양쪽이 반반의 권한을 갖고 있는데 한쪽만이 차지하고 있다면 이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청주대는 지금까지 여러 논란과 구설수에 휘말렸다. 총장의 정통성 시비도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 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도 재단운영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사람들의 수혈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빌미는 저쪽에서 먼저 줬다. 재단 이사회를 장악했고, 아예 총장도 차지하지 않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설립자 동생계 후손들의 학교운영 참여는 당연하다. 청주대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비판론을 제기하는 한 인사는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학교운영에 설립자 가족을 배제하자는 게 사회적 추세인데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설립자의 숭고한 뜻을 생각해서라도 후세들이 괜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내가 보기엔 당사자보다도 옆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이 더 문제다. 지금 청주대는 잘 돌아가고 있고, 또 발전해 가고 있다. 그동안 학교와 총장에 대해 무슨 감사니 의혹이니 하며 얼마나 말이 많았는가. 하지만 드러난 게 하나도 없다. 청주대는 현 김윤배총장 체제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앞으로도 큰 문제없이 운영될 것이다. 설립자 관계는 그것으로 끝나야지 후손들이 지분을 요구하는 처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사회에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자칫 집안 싸움으로 비쳐질까 염려된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청주대 문제와 관련해 현 김윤배총장의 부친 김준철씨를 주목한다. 만약 그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지금의 구도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운영은 근본적 변화, 적어도 많은 변수를 필히 수반할 것이라고 내다 본다. 그러면서 그 일단으로 이번 설립자 동생 후손들의 ‘액션’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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