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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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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관리?
  • 충청리뷰
  • 승인 2020.11.1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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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의 쯔위, BTS, 블랙핑크, 이효리의 중국 관련 시사점
케이팝이 글로벌로 나가면서 반작용 생겨, 미국도 일찍이 경험

 

방탄소년단(BTS)이 한미 우호 증진에 공헌한 이들에게 주는 상인 ‘제임스 밴 플리트’ 상을 받을 때, 그 수상이 중국에서 어처구니 없는 반발을 초래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해프닝은 BTS의 팬클럽인 ARMY를 주축으로 한 국제적 반발에 중국이 뒤로 물러나면서 끝났지만, 이것만큼이나 황당한 논란은 그 뒤에도 있었다. 세계적 걸그룹 블랙핑크가 판다를 맨손으로 만졌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의 상징인 판다를 맨손으로 만진 것에 분개하여 또 들끓었기 때문이다.

정말 어이없는 것은 이 두 사건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앞서 연예인 이효리가 “중국 이름을 ‘마오’로 지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은 이효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몰려가 댓글 폭탄을 달면서 항의했다. 자신들의 국부인 모택동에 대한 존중을 담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
물론 이 모든 사건 중에서 가장 상징적이자, 어찌 보면 이 사건의 시작을 알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걸그룹 TWICE의 대만인 멤버 쯔위의 ‘청천백일기 사건’이었다. 쯔위는 2015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태극기와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같이 들었는데, 이 장면은 후에 대만의 독립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중국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엄청난 반발이 일었다. 중국의 압력에 버틸 수 없었던 쯔위는 자신이 ‘하나의 중국’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는 공개 사과문을 올려야만 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에 관한 가장 간편한 설명은,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라는 것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중화사상에 찌든 민족주의, 애국주의자들이 세계 각지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 같은 식의 안하무인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정말이지 합심하여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중국 정부와 대중들의 공격적 민족주의를 보면 이 설명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기란 너무 힘들다.

방탄소년단(BTS) 미국 공연 모습. / 뉴시스
방탄소년단(BTS) 미국 공연 모습. / 뉴시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중국의 행동은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주요한 타깃이 항상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연예계가 되는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실 시야를 넓혀보면,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케이팝이 국제 문제와 엮여 논란의 대상이 된 경우가 최근들어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중국이 연관되었을 때처럼 심각한 수준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작년에 한일 무역전쟁이 불거졌을 때 한국 일각에서 해프닝 수준으로나마 제기된 ‘일본 멤버 퇴출’ 요구,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도 근래 태국에서 진행되는 시위에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구하는 태국의 시위대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커지자, 흑인 음악을 통해 성공한 케이팝도 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네티즌들 등등. 찾아만 보면 사례는 정말 많다. 심지어 노라조의 노래 ‘카레’도 인도 문화를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까지 했다.

향후 국제적 논란에 자주 엮일 것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케이팝이 이렇게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이유는 사실 케이팝이 글로벌로 나가게 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여러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일국의 소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컨텐츠가 그 참여 인력과 소비 시장이 모두 글로벌해지면서 일국의 관점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갈등과 논란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것이다.

그 논란이 타당하든 부당하든지는 차치하고서 말이다. 이런 논란 중에는 여타 아시아 국가의 한류에 대한 반발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과거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대중문화가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토착 문화의 특색을 지우고 세계를 미국화한다는 식의 ‘문화제국주의’ 논란을 늘 몰고 다녔던 것처럼, 아시아 청년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류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란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위주로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끝으로, 케이팝이 국제적 논란에 민감해진 데는 스마트폰 시대에 열린 케이팝 특유의 소비 양태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케이팝의 핵을 이루는 팬덤 문화는 소비자들을 팬덤을 중심으로 묶어내는 강한 집단성을 갖기에 민족주의를 비롯하여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다른 이념들과의 친화성이 어느 정도 생길 수밖에 없다.
공급측면 또한 마찬가지다. 케이팝은 노래와 무대뿐 아니라 예능 방송, 유튜브, 브이앱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스타와 팬덤의 전방위적 소통 채널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소통 채널의 증대는 곧 스타와 팬의 접촉면적을 넓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실수 혹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라도 각종 논란이 발생하여 확산될 리스크 또한 늘어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지금의 케이팝을 괴롭히는 국가 간 긴장은 결국 케이팝의 성공 공식으로 여겨지던 글로벌 진출, 팬덤 소비문화, 전방위적 소통 전략이 성공한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케이팝의 위상이 확대되고, 온라인 소통이 더 넓게 파급되며, 기술발전으로 소통 채널이 더욱 늘어나고, 무엇보다 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 유지된다는 전망 하에 향후 케이팝은 국제적 논란에 더 자주 엮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부당한 시비는 케이팝이 기존의 확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일종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해야만 하는 고민을 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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