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언어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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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언어 쓰지 말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1.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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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우리가 쓰는 일상용어 중 성차별 언어가 꽤 많다. 어떤 사람은 모임에서 자신의 아내를 낮춰 부른다며 항상 ‘여편네’라고 한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여성들은 매우 거북하다. 여편네도 집사람도 아니고 아내, 처라고 하는 게 맞다.

청주시가 대표적인 성차별 언어 22건을 선정 발표했다. 시는 2개월에 걸쳐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성차별 언어를 성평등 언어로 바꾸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동시에 시 공무원과 성차별 행정용어 발굴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를 청주시 성평등제도 운영방안협의회에서 최종 선정했다.

이들은 여경·여교수를 경찰·교수, 처녀림을 원시림, 바지사장을 명의사장, 개그맨을 코미디언, 집사람을 배우자, 김치녀·된장녀를 과소비하는 사람, 여편네를 여자·부인, 부녀자를 여자, 맘스스테이션을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청주시의 이런 시도는 늦었지만 환영한다. 다른 지자체는 벌써부터 이런 일을 해왔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성평등주간을 맞아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에게 성차별 언어를 접수받았더니 2018년에 608건, 2019년에는 1825건이 들어왔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먼저 나온 것도 여자에게는 왜 ‘여’자를 붙이냐는 것이다. 여교수, 여의사가 아니고 교수, 의사라고 하는 게 맞다. 남성이 대표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남성에게는 아무 것도 붙이지 않으면서 여성에게는 이렇게 별도 표시를 한다. 남자중학교는 00중, 고등학교는 00고등학교인데 반해 여자중학교는 00여중, 고등학교는 00여자고등학교라고 한다. 기자들은 여성에 대해 쓸 때 굳이 박 모씨(여·45)라고 쓴다.

그런가하면 효자상품은 인기상품,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정신, 비즈니스맨은 직장인으로 부르자고 말했다. 효자가 있으면 효녀도 있기 마련이므로 ‘인기’라는 단어로 대체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효자종목은 인기종목이라고 부르면 된다. 또 육아관련 신조어에 엄마를 지칭하는 맘(mom)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는 육아가 엄마만의 일인 것처럼 역할이 고정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맘카페는 지역육아 카페, 마미캅은 아이안전지킴이가 적당하다. 같은 이유로 유모차를 유아차라고 하자는 의견이 있다. 가운데 글자 ‘모’가 어미 모(母)라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혼을 비혼, 저출산을 저출생, 낙태를 임신중단, 자궁을 포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혼은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의미의 비혼(非婚),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저출산(低出産) 보다는 아이가 적게 태어났다는 저출생(底出生)이 적당하다는 얘기다. 산모의 입장은 배제되고 태아의 생명권에만 초점을 맞춘 낙태는 임신중단, 아들만 품는다는 의미의 자궁(子宮)은 모든 세포를 품은 집이라는 포궁(胞宮)이 좋겠다고 한다.

출가외인을 결혼한 딸,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자는 결혼하면 남편 집 안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부장적 시대에 나온 말이고, 성적 수치심은 가해자가 느껴야 할 감정이며 피해자는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오늘부터는 이런 단어를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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