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입이 다물어진다
상태바
[박소영 기자의 '무엇'] 입이 다물어진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2.10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젠가부터 입이 다물어진다. 평소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정립하기가 어렵다. 기자일을 하다보니 무엇이 진실일지 더 잘 알 것 같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내가 취재하고 있는 사안이나 조금 더 안다고 할 수 있을 뿐. 내가 알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누구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어떠한 사안마다 양측이 핏대를 올려 싸우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느 한 쪽의 주장만 옳다고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 같은 침묵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이 확실히 갈라져 있어서 먼저 이야기를 할 때 물어보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상대방이 불편해 하는 이야기는 아예 처음부터 꺼내지 않는 게 좋다. 많이 싸우다보니 그게 정신건강에 편한 것 같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로 진화해야 하지만 어째 점점 더 편 가르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아무래도 우리는 손쉽게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된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평소 존경했던, 좋아했던 이들의 말은 더 신뢰감이 간다.

그래서 전세계 플랫폼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번다.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은 우리의 빼앗긴 시간을 통해 돈을 번다. 쉽게 기업에 우리의 시간을 파는 셈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보다보면 광고도 같이 시청해야 하는 데 이것이 바로 미디어 기업들이 돈을 버는 방법이다.

점점 더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초 단위로 진실과 거짓들이 쏟아진다. 이번 정부는 팩트 체크에 열을 올린다.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데 예산을 쏟아 붓는다. 전세계 정부가 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낸 말들과 싸우고 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는 듯 했으나 어째 점점 더 흑백만 있는 사회로 후퇴하는 것 같다. 조국과 반조국, 윤석열과 추미애, 페미니스트와 반 페미니스트, 부동산과 주식 등등 우리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극명하게 갈려 싸우는 모양새다.

그럴 때마다 어떠한 잣대로 세상을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심판자의 위치에 서고 싶지도 않다. 그럴 깜냥도 못 된다.

어쨌든 요즘 사람들의 대화에서 지역에 관한 이야기는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지역이 강조되던 시대가 있었다. ‘지방지역을 나눠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되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 너무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까.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가공돼 세상에 흘러넘친다. 그러다보니 어째 내가 땅을 디디고 있는 지역에 관한 사람들의 대화는 점점 더 끊기는 것 같다. 이것도 코로나19 때문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