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신동문 문학관’ 무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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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신동문 문학관’ 무산위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2.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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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명칭’의 문제…타협점 찾아야
신동문문학관vs청주문학관 건립갈등
신동문 문학제 중 오윤정 평론가의 강연
신동문 문학제 중 오윤정 평론가의 강연

지난해 지역 문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신동문 문학관건립은 올해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청주시가 2022년까지 신동문 문학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 지역 문학계가 싸우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청주시는 약 65억원을 투입해 신동문 시인의 고향인 상당구 문의면 남계리 564-4일대에 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충북의 문학을 뿌리내린 신동문 시인을 추모하는 '신동문 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청주지역의 문인들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청주문학관'으로 하자는 의견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지역문학계가 의견을 모으지 않으면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청주문학관 건립의 당위성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신동문문학관 건립을 두고 갈등은 크게 내용이름으로 갈렸다.

당시 발제를 맡았던 이항복 소설가는 지역이름을 딴 '청주문학관'이 타당하다. 청주엔 지역문학관이 없다. 지역문학관은 지역작가들의 기록이 담긴 종합 문학관 형태로 지어져야 한다. 작고 문인은 물론 향후 후배 문인들까지 발자취를 모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개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은 보통 후배나 가족, 또는 본인이 건립기금을 마련한다. 공적 세금이 들어가는 문학관은 어느 한 작가의 폐쇄적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자칫 이러한 발언이 신동문 시인을 폄훼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청주문학관 형태로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의문화재단지에 세워진 신동문 시비.
문의문화재단지에 세워진 신동문 시비.

 

집의 명패가 중요해

 

반대로 해마다 신동문 문학제를 개최해온 딩아돌하문예원은 신동문 문학관 건립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딩아돌하문예원은 시 계간지 딩아돌하를 발행하고 있다.

신동문 문학제는 청주시 작고예술가 지원사업으로 개최되오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해까지 7회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청주시 명예시민) 등을 비롯한 '신동문문학제 추진위원'을 구성해 신동문 문학관 건립에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문문학제 집행위원장인 임승빈 충북예총 회장은 광역시도에서는 지역명칭을 사용하는 문학관을 짓는다. 이는 해당 지역 출신 문학인이 많거나 어느 특정인을 조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물을 중심으로 한 문학관은 경우가 다르다는 것.

그는 문학관의 명칭은 곧 집으로 따지면 명패와 같다. 청주문학관은 집으로 따지자면 명패가 불특정 다수가 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신동문 문학관은 신동문 시인의 집과 같은 것이다. 문학관은 관례적으로 작고한 문인을 후세대가 조명하기 위해 세운다. 살아있는 사람의 업적을 가리기 위해 세우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이처럼 신동문 문학관은 건립 계획이 주춤하지만 문학비는 이미 문의문화재단지, 단양수변공원, 가경동 발산공원에 세워진 상태다.

임 회장은 청주출신 작고 문학인 중에 문학관을 세울만한 인물은 신동문 시인밖에 없다. 신동문 시인은 청주 문학의 불씨를 지핀 인물이다. 청주의 근대 문학인은 많지 않다. 신동문 시인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청주시내가 들썩거렸다. 시인의 시 또한 문학사적으로도 뛰어나다. 문학관엔 역사적인 자료가 많아야 한다. 신동문 시인이 도립의료원에 입원해 폐병치료를 할 때 공부를 같이 했던 청주출신 인물들이 있다. 홍기삼 평론가, 김문수 소설가, 박영수임찬순 수필가, 윤혁민 드라마 작가, 민병산 사상가 등 신동문과 동료, 제자의 위치에서 문학을 함께 한 인물들도 함께 조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관 없는 청주시

 

상황이 이렇자 일부 문인들 가운데는 청주시립 신동문 문학관이라고 명칭을 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주장한다.

지역사회 모 인사는 내용을 들어보면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국 명칭을 두고 엇갈리는 것 같다. 청주시에서 하는 것이니까 청주시립이 되겠고, 신동문 개인을 조명하니까 신동문 문학관 이름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청주시립문학관을 짓고 한 공간에 신동문시인, 그리고 동료와 제자들을 조명하면 된다. 다른 공간엔 청주시 문학사를 기록하는 청주문학 공간을 마련하면 되지 않느냐. 서로 절충안을 찾지 못하면 신동문 문학관 건립은 시가 추진하기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주시가 이 사안에 대해 청주문인들의 합의를 요구하는 데 쉽게 될 수 없는 문제다. 청주시가 청주문학관 설립의 당위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먼저 추진하면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를 핑계로 문학관 건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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