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인쇄술 그 발명이 가져온 벌새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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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 인쇄술 그 발명이 가져온 벌새효과
  • 충청리뷰
  • 승인 2020.1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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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뿌리는 바로 대한민국 고려
직지는 고려 역사문화 말해주는 결정적 증거물

 

인류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발명은 일반적인 생각, 즉 아이디어를 달리하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이디어는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명은 예기치 못했던 수많은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과학저술 작가 스티븐 존슨은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How We Got to Now)’라는 저서를 통해 현대 사회를 만든 6가지 테크놀로지 유리, 냉동, 소리, 물, 시간, 빛의 기술 발전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고, 세상을 바꿨는지에 대해 ‘벌새효과’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벌새효과란 식물이 번식을 위한 화분과 함께 꿀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그 꿀을 얻기 위해 벌새가 날개 구조를 진화시킨 데서 유래한 용어이다. 벌새는 꿀을 빠는 동안 공중에 떠있기 위해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꽃에 머물 수 있도록 진화시킨 것이다. 즉,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셈이다.

저자는 아이디어와 혁신의 발전 과정에도 한 분야의 혁신이 다른 분야의 혁신을 끌어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혁신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적, 기술적인 발명이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새로운 기술로 발전하는 벌새효과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직지 표지(왼쪽)와 마지막 장
직지 표지(왼쪽)와 마지막 장

 

위대한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
지식정보를 생산하여 전파하는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 문명사에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큰 혁신과 변화의 벌새효과를 가져왔다. 인류는 지식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네 번의 정보혁명을 거치며 발전을 거듭하였기 때문이다. 인류의 정보 전달 매체는 언어(몸짓, 소리) 문자(필사, 기록) 인쇄(목판, 활자) 전자(컴퓨터, IT 등)미디어 순으로 발전하였다. 이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는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이었다. 금속활자로 책을 간행하여 지식을 보급함으로써, 정보의 대량 전달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축적이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041년경 필승에 의해 교니(흙)활자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활자로써 실용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떨어지는 기술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에서는 재료의 개량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사용되었을 것이나, 오직 목판 일변도였다. 중국에서 금속활자 인쇄는 1490년 화씨회통관에서 송제신주의라는 책을 간행한 것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활자 인쇄의 원리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었지 실용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구텐베르크 초상화(A. Thevet의 동판화, 1584년)
구텐베르크 초상화(A. Thevet의 동판화, 1584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구텐베르크 42행 성서

 

한국의 경우는 13세기 초에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서적을 인쇄하였다. 그 증거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상정예문을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실물이 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록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물로 1377년 7월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직지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계미자’(1403년)를 비롯하여 ‘경자자’(1420년), ‘갑인자’(1434년) 등 60여 가지의 금속활자 인쇄가 성행하였다. 따라서 한국은 금속활자를 실용화에 성공시킨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국이다.

유럽의 활자 인쇄술은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 간행을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되었으며, 서적 인쇄의 보편적인 방법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르네상스와 맞물려 고전들의 번역과 간행사업이 전개되었고, 대학들이 생겨나면서 서적의 수요와 창출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경제적 관점에서 크게 번창하게 되었다.

그리고 종교개혁 → 시민혁명 → 과학혁명 → 산업혁명 → 근대 자본주의 →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즉, 현대 민주주의는 인류가 지식정보를 생산하여 축적하고, 전달하는 인쇄술의 벌새효과로 인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말
산업혁명의 역사는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네 번에 걸쳐 발전하였다. 1차는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이었고, 2차는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이었다. 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의 시대이고 4차 혁명은 지능정보기술의 시대인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융복합되면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산업 혁명인 것이다.

이러한 산업혁명은 인류의 정보혁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즉 3차 정보혁명인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으로 1, 2차 산업혁명이 가능하였고, 4차 정보혁명인 컴퓨터의 발명으로 IT정보혁명이 있었기 때문에 3, 4차 산업혁명이 가능했던 것이다.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식정보 전달의 필요성에 의해 금속활자를 발명한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말해주는 결정적인 실물 증거로서 금속활자 발명의 대명사다. 따라서 직지는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인류의 인쇄 역사와 기술변화를 알려주는데 매우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킨 것이다.

즉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뿌리는 대한민국, 고려였음을 알 수 있다. 2005년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혁명은 인쇄술에 이어 세계에 주는 두 번째 선물’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제 우리는 첫 번째 선물인 금속활자 발명국 코리아와 유럽 인쇄술의 대명사인 구텐베르크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연구를 통해 활자로드를 정설화한다면 금속활자 인쇄술로 인한 벌새효과의 시발점이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 황정하 (사)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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