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소중한 일상을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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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소중한 일상을 돌려다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2.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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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폐지·금지보다 외출·여행·만남 같은 단어 다시 썼으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선정한 새 해 키워드 살펴보기
맑은 날 청주 무심천 주변 전경. 사진/ 육성준 기자
맑은 날 청주 무심천 주변 전경. 사진/ 육성준 기자

 

2020 가고 2021 온다
새 해를 맞이하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2020년이 저물고 2021년이 밝았다. 안타깝게도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와 헤어지지 못했다. 새 해는 과연 어떤 해로 기록될까? 끝까지 가봐야 안다. 인생도 다 살아봐야 안다고 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 해에는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 일상생활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집콕·폐지·금지라는 단어보다 외출·여행·만남·행사 같은 단어를 다시 쓰고 싶다. 소박하지만 모두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게 이 것 아닌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1’을 보면 올 한 해가 보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지난 2006년부터 ‘내년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이들은 2021년 키워드를 ‘COWBOY HERO’라고 정했다. 그 해의 띠 동물이 포함된 단어로 작명하는 전통에 따라 이렇게 지었다는 것. 2021년은 소의 해다. 야생소를 능숙하게 길 들이는 카우보이처럼 미친 소처럼 날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포함한 것이라고 한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새 해 키워드로 V-노믹스, 레이어드 홈, 자본주의 키즈, 거침없이 피보팅, 롤코라이프, 오늘하루 운동, N차 신상, CX 유니버스, 레이블링 게임, 휴먼터치 등 10가지를 선정했다. 대부분이 영어로 돼있어 어려워 보이지만 뜯어보면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개념으로 정립한 것이다. 세계는 이렇게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고 말했다.

키워드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V-노믹스는 바이러스의 V에서 출발한 단어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아가 경기의 V자 회복은 가능할까, 언택트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까, 소비자들의 가치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에겐 어떤 비전이 필요할까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이다.

레이어드 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기능 확장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의식주의 기본 기능에 업무·휴식·놀이·창의기능이 더해져 다층적 공간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의미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집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본주의 키즈는 자본주의 생리를 온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어 향후 세상을 이끌고 갈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피보팅은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용어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사업 전환을 뜻하는 경제용어가 됐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거침없이 피보팅해야 한다는 것. 이어 롤코라이프는 롤러코스터처럼 변화무쌍하게 사는 라이프를 말한다. 아찔한 속도감과 짜릿한 재미를 즐기는 Z세대들은 이제 더 이상 변덕스러운 젊은이들이 아니라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는 것이다.

오늘하루 운동은 운동열풍을 빗댄 말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업체와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중고상품이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나에게는 신상품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의미의 N차 신상이라는 단어도 들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키워드는 휴먼터치다. 변화의 파도속에서도 진심이 담긴 인간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새 해는 전체적으로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따라 재보궐선거가 실시되고 2022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패권을 잡기 위해 여야는 서로 치부를 드러내며 공격할 것이고, 후보들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진보와 보수간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져 모든 사안을 진영논리로 해석하지 않을까 두렵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역경제와 집안경제는 어떻게 될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의 세습화와 양극화의 심화로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본가의 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책 ‘재난 불평등’의 저자 존 머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서도 자본가들은 여기 저기 투자해 수익을 왕창 내지만, 골목식당들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어쨌든 새 해는 기쁘게 맞이해야 한다. 오늘 내가 이 순간에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2021년, 코로나에 지지 말고 꼭 살아남자.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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