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북희망원 법인 청산 협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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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충북희망원 법인 청산 협조하라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1.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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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후 희망원측 행정소송 제기, 1심 ‘행정처분 합당’ 판결, 희망원 측 항소
미뤄지는 법인 재산환수와 실태조사… 점차 커지는 제도개선 요구

사회복지법인 무엇이 문제?

옛 충북희망원

충북희망원 전경 /육성준 기자
충북희망원 전경 /육성준 기자

 

옛 충북희망원(이하 희망원)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법인이 취소됐던 희망원 측은 청주시가 내린 시설장 교체 처분과 시설폐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1심 판결에서 청주지방법원은 시설에서 종사자나 원생 간에 아동학대, 성폭력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행정청의 처분은 사유가 명백하고,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희망원 측은 항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0일 청주시의 1차 변론이 끝난 가운데 한 관계자는 판결은 1심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재판을 핑계로 희망원이 이행해야할 절차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희망원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로 청주시로부터 매년 약 10억원을 받았다. 2019년에는 12, 2020년에는 14억 원이 책정됐다. 또한 지난해 폐쇄 전까지 법인 후원금, 시설 후원금 명목으로 56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은 아이들을 돌보는 등 시설운영 자금으로 쓰였다. 당연히 청주시에 보고할 의무도 있다.

지난해 희망원 법인설립 허가 취소처분 후, 청주시는 희망원 청산을 위해 회계 정산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을 거쳐야 법인의 잔여재산이 국가나 지자체 등에 귀속된다. 하지만 희망원은 2019년 결산보고서, 2020년 정산보고서, 후원금 집행내역 등 필요서류 제출에 대해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특히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희망원 소유 재산에 살고 있는 원장시설장 가족의 퇴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공간은 당초 어린이집이었으나 2015년 폐원이후 이들이 명목상 10만원을 내며 거주중이다. 100평의 공간을 임대했는데 주변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임대료도 논란이 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관에서 공문 등을 통해 정산이행과 원장 가족의 퇴거 등을 계속 요구했다. 어렵게 잡은 약속시간에도 제때 나오지 않는 등 만남을 회피하고 있다조만간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통해 바로잡을 계획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희망원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던 아이들
지난해 4월 희망원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였던 아이들

 

회복 중인 아이들

 

희망원은 아이들을 앞세운 방만한 운영으로 수많은 폐단이 발생했다. 법인 취소 처분을 내릴 때 충북도 관계자는 희망원은 그동안 고착화된 폐단들로 인해 아동 건전육성의 소임을 다할 수 없었다. 앞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법인들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처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희망원 폐쇄를 두고 지역사회가 양분되며 큰 진통을 겪었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이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당시 희망원에는 32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폐쇄 이후 20명은 다른 시설로 조치되거나 집으로 돌아갔고, 12명은 천막농성을 벌였다.

농성에 참여한 아이들은 희망원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마이크 앞에 섰다. 이면에서 모 단체 대표는 희망원이 청주농수산물시장 이전 계획 때문에 폐쇄될 수밖에 없다는 억측을 유포했다. 이어 아이들이 1인당 1억 원씩 보상받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제대로 된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 채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청주시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거짓을 유포한 모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또 다시 피해자는 아이들이었다. 이후 아이들은 자립을 돕는 소규모 공동체 그룹홈 2곳으로 나뉘어 이동했다가 타시설로 이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 대부분 아이들이 각자 상황을 인지하고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3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1명은 소년원, 2명은 쉼터로 갔다“2명 중 1명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보호처분을 받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청주시는 1월말 열리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서 쉼터에 있는 아이들의 보호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수조사 늦지 않았다

 

희망원 사태 이후 관리감독 기관인 충북도, 청주시 등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희망원에 대한 후속조치마저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사회복지시설의 비위행위는 문제가 터져 나올 때 잠깐 관심을 끌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창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양심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법인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떼며, “여전히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이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이제라도 운영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전국의 아동생활보호시설에서 안전과 권리보호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다. 적발될 경우 시설폐쇄,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동업자 의식 때문인지 사건이 수면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혹 적발된다 해도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으면 쉬쉬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이를 규제하는 제도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시설운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직원들의 폭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없다면 시설은 수십 년 동안 사회에 공헌한다는 이미지를 쌓아간다. 하지만 이면에는 희망원처럼 사업주의 왕국이 형성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 때문에 이들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법인 취소된 희망원은 그 첫 사례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동종의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방치하면 제2, 3의 희망원 사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희망원의 부당한 보조금 사용에 대한 환수, 사업주의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가려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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