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상징 ‘황소상’ 충북대 올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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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상징 ‘황소상’ 충북대 올 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2.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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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하는 황소상’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 20일 타계
충북대 진익송 교수, 2014년 작품 설치 무산된 사연 밝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을 만든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가 암 투병 끝에 지난 20일 고향인 시칠리아에서 80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청동 황소상은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뉴욕의 명물로 꼽힌다. 길이 4.9m, 무게 3.5t에 달하는 대형 황소는 198710월 전 세계 주식 대폭락의 시발점이 된 블랙 먼데이사태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뉴욕에서 거주 중이던 그는 자비(35만달러)를 들여 황소상을 만들었다.

디 모디카는 198912월 시 당국의 허가 없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이 황소상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불법 조형물이라며 철거했고 사람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 거래소 인근 볼링그린파크 내 지금의 장소로 이전 설치됐다.

이 황소상의 코와 뿔을 문지르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로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황소는 증시에서 주가상승을 의미한다.

디 모디카의 세계적인 작품인 황소상이 충북대 정문에도 설치될 뻔(?)했다. 충북대 진익송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황소상과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밝혔다.

디 모디카 작가(사진 왼쪽)와 충북대 진익송 교수
디 모디카 작가(사진 왼쪽)와 충북대 진익송 교수
뉴욕의 황소상 앞에 서 있는 진익송 교수
뉴욕의 황소상 앞에 서 있는 진익송 교수

 

2014년 충북대는 정문을 현재의 위치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당시 청주시가 추진하는 우수저류지 사업 부지가 옛 정문 앞이라서 학교 측은 정문 위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12억의 예산이 확보됐다.

충북대 진익송 교수는 교문개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디 모디카의 황소상 설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충북대의 상징동물이 바로 황소인 것도 추진이유였다.

진익송 교수는 국제화 시대 지역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작품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뉴욕의 황소상이 충북대 정문에 설치됐다면 그 자체로 명소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디 모디카 작가를 뉴욕에서 직접 만나 작품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진 교수는 작가에게 지불할 돈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줄었다. 나중엔 45000만원에 작품 제작 및 운송까지 하기로 계약했다.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학교가 비영리재단이기 때문에 금액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몇 번이나 하면서 읍소했다. 디 모디카 작가는 금액이 계속 줄어도 항의하지 않고 흔쾌히 작품을 설치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가에게 실례를 범한 건 충북대 측이었다. 교문개축위원회를 통해 작품 설치가 공식적으로 진행됐지만 당시 윤여표 전 충북대 총장이 갑자기 작품 설치 불허를 통보했다. 진 교수는 너무 황당해서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학교 측에서 작가에게 공식 통보와 사과문을 전달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 예산이 부족한 거라면 모금을 통해서라도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디 모디카 작가의 부음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힘들다. 그때 미안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디 모디카 작가도 황소상도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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