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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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가 사라졌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3.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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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모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동호회의 정모(정기모임)들이 줄어든 것은 참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그간 온라인동호회들은 필요 최소한의 빈도로 정모를 진행해왔다. 1년에 한 두번 만나 서로 차를 마시며 취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물품을 나누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얼마 전 오랜 기간 활동하던 여행동호회에서 연락이 와 코로나19로 올 상반기 정모를 취소한다고 전했다. 해당 동호회는 수년전 함께 한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끼리 만든 온라인 카페다. 30여명이 넘는 회원들은 1년에 한두 번씩 서로 만나 그동안의 근황과 어떤 여행을 다녀왔는지 등의 정보를 공유했다. 때로는 시간 맞는 사람끼리 또 다른 여행을 다녀와 추억을 쌓았다.

지금도 여전히 카페채팅방을 운영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지만 여행이라는 공감대가 점차 줄어드니 이제는 글이 올라오는 횟수도 뜸해졌다.

활동 감소는 비단 이 동호회만의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사회전반이 변했다는 것을 체감한다. 최근 취재하기 위해 만난 한 마라톤 동호회는 1년째 전체회원 모임을 하지 못해 시간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동네주민들이 모여서 현안에 대해 토의하는 주민자치회의도 벌써 반년 넘게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정부기관에 신청한 공모사업의 대면발표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너도나도 언택트를 추구하니 전자기기만 불티나게 팔린다.

이대로 가면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게 아니라 노트북을 열고 카메라 앞에 앉는 게 생활의 시작이 될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이런 일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사람들의 인한 만족도도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국내 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 회식 등이 줄어들어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82.9%로 크게 증가했다.

흐름에 따라가고자 대다수 기업들이 조직문화 체질개선에 한창이다. 지난해 한 경제포럼에서 기업 문화 조직구조의 변화가 앞으로 기업 성패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이젠 남 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시대적 변화를 자신의 회사에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뒤처지면 도태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업무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른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 속도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앞으로 10년 내로는 사회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는 분위기가 다수였다면, 이제는 이런 사회가 당장 몇 달 후에 도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대됐다.

그렇게 되면 정모뿐 아니라 사라질 것들이 늘어난다. 누군가는 직장이, 누군가는 직업이 없어진다. 이는 남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개신교천주교불교 구분 없이 모든 종교단체들이 자신의 교리에서 적절한 말을 발췌해 신자들에게 말한다. ‘깨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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