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만나는 7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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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만나는 7인의 ‘숲’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4.2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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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몸 미술관 ‘소리 없는 숲’전시
소리 없는 숲 스페이스몸미술관 전시관 전경
소리 없는 숲 스페이스몸미술관 전시관 전경

 

스페이스몸 미술관에서는 소리 없는 숲전시가 430일까지 열린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1전시장에서 김호득, 우동수, 이종목, 임동식, 주명덕, 지요상, 천성명 작가의 회화, 사진, 입체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숲은 인간에게 있어 삶의 토대이면서 심신의 안정과 회복을 제공한다. 출품된 작품은 직접적으로 숲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자연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동수, 山, 2003,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cm
우동수, 山, 2003, Archival Pigment Print, 150 X 120cm

 

우동수는 자연 풍경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가다. 작가는 인간이 인지하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이미지, 우리가 오래전부터 망각한 사진적 현실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사진으로 재현하기 위해 특수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왜곡을 허락하지 않는 전지밀착인화방식을 선호하고 파노라마 사이즈를 선택한다. 색이 소거된 흑백의 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김호득, 흔들림, 문득-사이, 한지에 먹, 176X58cm
김호득, 흔들림, 문득-사이, 한지에 먹, 176X58cm

 

김호득의 작품 흔들림, 문득-사이에는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점들이 그려져 있다. 예술가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수행의 의미를 갖는데, 그저 마음의 움직임을 따르며 찍혀진 하염없는 점들을 보다보면 그가 말한 억만 생명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느껴진다. 마치 무수한 생명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인 숲이 우리에게는 고요한 사색의 장소인 것처럼.

임동식의 친구가 권유한 풍경시리즈는 작가의 친구(우평남)이자 작가보다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한 이의 권유가 이번 작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작가는 자신보다 오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친구를 자연예술가라고 부른다. 주로 풍경을 그리는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 역시 지극히 겸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의 흐름을 깊이 느끼고 받아들이는 수용의 방식으로 풀 한 포기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세히 관찰한다. 마치 화면 전체가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듯 실제 자연의 공기층을 묘사하기 위해 유화 안료에 기름을 섞지 않고 얇은 세필 붓으로 세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종목의 작품은 동양 철학가의 문장을 담고 있다. 장르로 보면 분명 서예인데 크게 다르게 보인다. 얇은 종이, 붓과 먹은 뜻을 전달하는 글을 담는 재료이면서 다루기 까다로운 도구로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서예의 일관성의 경직, 억압에서 벗어나는 조형 언어이자, 서예와 함께 한 시간이며, 그 시간을 통해 체화된 감각이기도 하다.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던 주명덕은 조국이란 아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라는 자각이 계기가 되어 풍경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멀리에서 보면 그저 스쳐가는 풍경에 지나지 않지만, 들여다보면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을 안 작가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세간에서 주명덕 블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그의 작업에서 흑백사진이 돋보이는데,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다 들어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진을 통해서 단순한 흑백이 아닌 사진 속 생명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 그만의 시선을 통해서 깊이 있는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스페이스미술관 측은 “‘소리 없는 숲은 거대한 자연에 압도당하거나 피톤치드의 정화를 경험하는 전시는 아니다. 흑백의 이미지는 밀착되는 감정을 제거하여 거리를 만들고 여행지의 이방인처럼 스스로를 떨어져 바라보게 한다고 말한다. 울창한 숲을 산책하듯이 도시 속의 전시장을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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