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여행에 관한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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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여행에 관한 유전자
  • 충청리뷰
  • 승인 2021.05.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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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류 호기심·모험·여행 갈망하는 유전자 있어

 

2003년 4월 25일은 인간 DNA를 구성하는 염기쌍을 해독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의 성공을 축하한 날이었다. 인간 유전자를 해독하는 연구는 원자력 사고로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의 돌연변이를 알아내기 위해서 처음 제안되었는데 인간 유전자 수, 세포의 유전자 기능과 질병의 발생원인 등을 알아내는 수단으로 인간의 의료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고인류학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와 경쟁을 하다가 멸종하였다고 알려졌는데, 해독된 인간유전자 정보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일부 섞여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현생인류의 조상의 일부는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현생인류와 교배하여 자손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던 네안데르탈인이 인류보다 먼저 사라지게 된 이유는 현생인류의 이주와 확산에 답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 현생인류 조상들은 수두대상바이러스와 같은 새로운 병원체 등을 네안데르탈인에게 옮겨서 네안데르탈인 인구 수를 감소시켰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류 활동과 유전적 다양성 감소
구석기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오면서 야생에서 수렵과 채집에 의존했던 구석기인들은 조금씩 축적된 지식들을 기반으로 점차적으로 정착생활을 통하여 개체군 증가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정착생활에서 자원이 고갈되거나 몇 세대가 지나서 더 이상 경작생활이 불가능해지면 새로운 농경지와 정착지를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그러한 인류의 이주과정에서 현대인류는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여행 또는 모험을 갈망하는 본능이 생기도록 진화된 유전자도 가졌다고 한다.

지난 수백년 간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와 종교적 변화, 그리고 19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을 거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가 연결되도록 하였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문명의 뿌리를 유럽에서 찾을 수 있게 하였다.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유럽 중심적 유전자의 교류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지게 되면서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 등 새로운 유행병의 출현이 빈번해졌고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지고 그 유전자의 일부가 현대인류에게 남아있게 된 것처럼 문명 간에 지역적 차이도 없어지며 유전적으로도 비슷하게 되었다.

얼마 전 충북 단양 구낭굴에서 출토된 구석기 시대 사람의 뼈 연대가 약 4만 2000년전으로 추정되었다. 수만년 전 한반도에 도착한 그 호모 사피엔스도 아마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와 정착과정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단양 구낭굴에서 발견된 사람의 유전자와 지금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하게 되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과 얼마나 비슷한지도 알수 있을 것이고, 또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이미 발견된 고대인들의 유전자들과도 비교해 보면 어디에서 어떻게 오게 된 사람인지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슷한 예로 영국 과학자들은 영국내 여러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 사람들의 유해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였는데, 그 사람들 중에는 기원전 6,000년 전에 터키 아나톨리아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대규모로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였는데 그중 한 갈래의 사람들이 영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처럼 한반도에도 여러 차례 고대인들의 이주가 있었고, 그 고대인 유전자의 흔적들이 우리들의 유전자 속에는 조금씩 다르게 남아 있다.

나는 한반도에 넘어온 고대인들이 특히 강한 호기심과 여행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자락에 있는 한반도까지 넘어온 고대인들은 틀림없이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나에게도 그 유전자가 일부 남아 있기에 사막이나 고산지대의 극한 환경의 오지에 가서 그 곳 사람들이 키우는 가축들을 연구하는 욕구를 가지게끔 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지에 사는 가축을 연구하는 여행은 이코노미 좌석의 장거리 비행에 따른 불편함, 새로운 환경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와 음식, 그리고 돌발적인 상황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사고 위험도 감수하여야 한다. 내게 그런 도전을 하게한 유전자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수만년전 고대인들이 생존을 위해서 대형포유동물을 사냥하고 또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는 용기를 가지고 한반도까지 오게끔했던 유전자와 비슷할 것 같다.

코로나로 생기는 미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이상 사적 모임금지는 사람들의 접촉과 이동성을 제한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게 발생하는 코로나19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이런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 최신 유전자 공학기술을 이용한 DNA나 mRNA 유전물질 기반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었다. 인위적으로 인간에게 유전물질을 주입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체내에서 생산하도록 (일시적으로) 유전적 변형을 시키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다면 인간을 대상으로 (안정성 논란으로) 쉽게 허용하기 어려운 과학기술이다. 또한 유전자 기반 검사나 백신 접종 여부를 통해서 여행의 자격을 부여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두려운 생각에 앤드류 니콜 감독의 영화 가타카를 떠올리게 되었다.

가타카는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 기술로 태어난 우월한 인간과 자연적인 결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인간의 신분상 차별을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특정 유전자형에 따라 인간의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간의 여행이나 출입에서 앞으로 차별이 생기게 된다면 가타카 영화속에 유전적인 차별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증상에서 우리 몸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면역, 그리고 백신과 같은 후천적인 면역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대항할 수가 있는데, 사회적 제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백신의 접종 유무같은 획일적인 구분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어떤 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장부를 기록하거나 QR 체크를 하는 대목에서 가타카 영화속 미래에서처럼 쉽게 변조가 불가능한 생물학적 신분증으로 체크하는 기술로 바뀌게 될 것 같다.

가다카 영화는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만, 자연도 우리를 바꾸려 할 것이다.” 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우주여행을 꿈꾸는 가타카 영화속 주인공과 시베리아와 사막 오지의 가축을 연구하기 위한 여행을 꿈꾸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한다. 호기심과 모험 유전자일까 아니면 백신일까?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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