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잘 지켜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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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잘 지켜지고 있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21.06.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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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박재성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최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근로자를 상대로 부당전보 등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동안 직장내 괴롭힘 사례는 여러 건이 있었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사건은 괴롭힘 행위를 한 직장 상사가 아닌 괴롭힘 사실을 신고받은 사업주에 대하여 형사처벌이 내려진 사안으로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만약 위반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제대로 적용한 사안이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최근 모 설문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 중 20대와 30대는 각각 51.8%와 49.0%가 '직장 내 갑질이 줄지 않았다'고 응답한 반면 40대와 50대는 약 60% 이상이 '갑질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인식차이는 왜 생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나때는, 그건 갑질도 아니었어”와 같은 인식과 문화, 특히 괴롭힘 가해자인 상사가 '나때는'을 앞세워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피해사실을 신고받은 회사와 관리자마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객관적인 조사와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피해근로자는 어떻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서두에 언급한 사건에서도 회사는 가해자인 직장 상사에게 견책에 해당하는 경징계만 하였을 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피해근로자는 두려움에 출근을 하지 못하다가 사업주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오히려 무단결근을 이유로 피해근로자를 자진퇴사로 처리했고, 더 나아가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간담회에서 나온 진술을 녹취해 가해자인 직장 상사에게 전달했으며, 사업주는 인사위원회가 피해근로자에게 내린 무급휴직 결정을 무시하고 피해근로자를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하는 조치까지 했다.

사업주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근로자가 복직하여 불이익 조치가 사라졌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근로자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고, 이는 피고인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판시하며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사업주가 항소하였기에 이 판결이 유지될 것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 판결은 그 판시내용과 같이 직장내 갑질과 괴롭힘이 더 이상 위계질서와 조직문화로 그럴듯하게 포장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국회는 최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개정하였는데, 특히 사용자나 친족이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가해자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또 사용자의 직장내 괴롭힘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의무도 명시하였고,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조사한 사람 및 관계자의 비밀누설 금지 의무도 신설하였다. 위반시 모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다.

비록 위 규정들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직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괴롭힘 행위를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법위반 여부를 떠나 이제부터라도 과거의 그릇된 위계문화를 버리고, 젊은 직원들을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직장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직원에게 서류날리기 신공이나 공공연하게 모욕을 주는 상사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길 바란다.

/박재성 법률사무소 직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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