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를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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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를 돌려주자
  • 충청리뷰
  • 승인 2021.06.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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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요즘 놀이라는 가면을 쓴 학습이 대세다. 장난감 대신 ‘교구’라는 단어가 흔해졌고, 많은 놀이가 수업이나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다. 줄넘기가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니 줄넘기 학원이 생기고, 종이접기도 수업으로 하고, 레고도 선생님에게 배운다. 아이들은 이런 놀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고 여기에는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적합한 놀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아동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OECD 27개 국가 중 최하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48분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고작 49분인데 비해,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은 6시간 49분이나 된다. 2019년 9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가 심의한 후 아동의 놀이가 부족하고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며 건강한 발달을 해치고 있는 현실을 진단, 시급하게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물론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6월, 전남도의회에서 처음으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가 제정되었다. 처음 조례를 제정할 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국민정서에 어긋나고 학부모들에게 핀잔만 들을 것이다”라는 반대 의견과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수많은 논의 끝에 전남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조례가 제정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41개 시도교육청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우리지역에서도 지난 4월 9일 ‘충청북도교육청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조례’를 제정하여 충북도교육감은 매년 어린이 놀이 활동 활성화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놀이시설 및 공간, 놀이시간 확보 방안, 놀이 활동 자료 및 프로그램을 개발·보급 하는 등의 지원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 놀 권리 보장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원 계획의 수립 및 시행, 실태 조사, 정책 개선 등을 심의하도록 했다.

많은 지역에서 아동의 놀이권 조례 제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여전히 아이들의 놀 권리를 아이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놀이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며, 놀이권 보장을 위한 전담기구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양육자와 담당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놀 수 있도록 한다며 조례가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아이들은 마음 놓고 놀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 조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조례를 제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우리지역 특성은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 아동의 입장에서 무엇이 어떻게 개선돼야 할지 지속적인 감시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조례가 될 수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아쉬운 점은 지역사회, 시민들 특히 아동의 목소리가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우리 아이들은 불안정한 일상을 맞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게 현실이다. 초록우산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보다 공교육 외 공부시간은 56분 증가한 반면 운동시간은 21분 감소했고, 미디어 사용 시간은 2시간 44분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아이들의 놀이시간이 코로나19로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위협을 받고 있는 아동의 놀이할 권리, 그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세심한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혜란 충북참여연대 생활자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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