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좋은 점’ 100가지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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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좋은 점’ 100가지도 넘어
  • 육성준 기자
  • 승인 2021.07.0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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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물질 ‘코티졸’ 내려가고 암세포 잡는 NK세포 올라가
숲에 못가는 처지라면 자연을 안으로, 화분, 자연그림 등
청주시 용정산림공원을 찾은 시민들. 이곳은 2.5km의 산책로에 낮은 경사와 고운 황토가 깔려 맨발로 걸어도 무리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곳이다. /육성준 기자
청주시 용정산림공원을 찾은 시민들. 이곳은 2.5km의 산책로에 낮은 경사와 고운 황토가 깔려 맨발로 걸어도 무리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곳이다. /육성준 기자

 

비를 머금은 숲은 여름 볕에 더욱 생명력을 발산한다. 나무 뿌리는 더욱 깊게, 가지는 더욱 높게, 초록은 더욱 짙게 발현된다. 그 울창한 숲에 의지한 사람들은 모두 잠시 쉬어가며 숲의 소중함을 발견한다.

7월의 한낮, 강 모(82)씨가 아내와 함께 청주시 김수녕 양궁장 옆 용정산림공원을 찾아 산책했다. 6년 전 폐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아 기력이 떨어져 걷지도 못하던 그에게 이곳은 보약 같은 존재다. 한 달간의 치료를 받고 하루에 10m 조차 걸을 수 없었던 그는 “하루는 이만큼 가다 쉬고 또 하루는 저만큼 가다 쉬고 해서 정상까지 가는데 20일 걸렸다”며 “지금은 매일 정상까지 아내와 함께 걷는다”고 말했다.

숲에 오면 잡념이 사라진다는 이 모(46)씨는 “시간이 나면 집과 가까워 자주 찾는다. 이곳에 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숲에 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주에 두 번은 꼭 이곳을 찾아 7000보를 걷는다는 서 모(57)씨는 “장사를 하다 보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몸도 무거워지고 코로나로 장사도 잘 안 돼 답답한 마음에 걸으면 좀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도심과 가까운 용정산림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으로 숲을 가까이 하며 상처 받은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장기화되고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확산된 상황에서 숲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최초로 ‘숲 치유’ 라는 과학적 학문을 연구하고 전파한 충북대 산림치유학과 신원섭 교수를 만나 숲이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숲을 찾아야 하는 이유
숲은 건강을 주는 장소다. 그 요인들은 수없이 많다. 피톤치드를 비롯해 깨끗한 공기, 산소, 아름다운 경관, 녹색, 특히 오감을 민감하게 자극하는 소리, 촉감, 냄새 등 도시생활에서 둔감해진 오감을 열어준다.

신 교수는 “우울증, 불안감 등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티졸’이란 물질이 나오는데 숲에 가면 그 수치가 내려간다. 최근 일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은 암세포를 잡아내고 억제하는 NK세포(Natural Killer)를 활성화되고 또 수가 증가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3밀 벗어난 장소
또 “숲은 코로나19 시대 3밀(밀접,밀집,밀폐)을 벗어나는 최적의 장소다. 가벼운 우울증 척도인 BDI(Beck Depression Inventory)수치도 정상 수치로 내려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약물치료가 먼저이지만 보완으로써 숲을 활용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고 건강해질 수 있다. 90%가 도시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오늘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통상 예방의학 차원에서도 건강을 지켜주는 숲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숲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숲의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 밖에 있는 자연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실내 화분을 키운다든지 또는 숲이 그려진 그림을 본다든지, 아님 창문을 통해 또는 가상체험을 활용한다면 효과는 비록 낮겠지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도 어렵다면 컴퓨터 화면에 숲 사진이나 자연사진을 넣어 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신 교수는 “국립산림과학연구원에서 서울에 있는 도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창밖으로 숲을 볼 수 있는 공간과 그렇지 못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창밖으로 숲을 볼 수 있는 회사원들의 직무만족도가 높은 반면 스트레스와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심을 먹고 난 뒤 10~20분 정도 걸으면 인지력, 즉 근무생산성도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인간에게는 자연에 대한 잠재성이 있다. ‘바이오필리아’가 그런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하버드대 윌슨 교수의 가설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산림복지 법 만들어 보람”

신원섭 충북대 산림치유학과 교수

신원섭 교수.  /육성준 기자
신원섭 교수. /육성준 기자

 

신원섭 충북대 산림치유학과 교수는 진천군 이월면에서 태어났다. 시골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숲을 접했다. 선산인 무제봉 호랑이 바위에서 숨바꼭질하며 밤늦게까지 놀던 추억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난다는 그는 “어릴 적 자연의 경험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질과 연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1986년 캐나다 유학시절 숲이 인간에게 어떤 심리적인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으로 ‘산림치유’학문에 발을 디뎠다. 신 교수는 “당시만 해도 한국의 산림학은 나무를 잘 키우고 좋은 목재를 만들어 내는 목적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숲이 인간의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연구에 관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4년 5개월 동안 산림청장을 지낸 그는 원했던 산림복지 정책을 실현시키고자 2015년 산림복지진흥에 관한 법률이란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각 지자체 별 ‘치유의 숲’을 만들었고 ‘산림치유사’ 자격증 도입 등 산림복지를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산림복원에 성공한 나라다. 그 울창한 숲이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열매가 되도록 법률을 만든 게 산림청장을 지내며 한 일 중 큰 보람이다”고 밝혔다.
저서로는 ‘치유의 숲’,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다숲’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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