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충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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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충북은?
  • 한덕현
  • 승인 2021.07.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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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충청리뷰가 이번 호에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다룬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요즘 사석에선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지방선거가 곧잘 도마 위에 올려진다. ‘누가 나온다더라’에서부터 ‘그 사람은 더 이상 안돼!’에 이르기까지, 막상 출마할 뜻을 가진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할 얘기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취재 인력의 제약으로 도지사와 교육감, 청주시장 정도만을 다뤘지만 나름 여론을 감지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가장 많이 느껴지는 것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요체는 정확하게 세대교체로 읽혀지고 이는 이준석 효과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정치 신인들은 30대 이준석이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의 당수가 된 것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 이준석의 등장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래서인지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는 여당 성향의 인사들조차 요즘 당내 경선문제로 머리가 아플 이준석이 앞으로도 정치판의 기성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이른바 ‘이준석 효과’를 계속 이어가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자신은 낙수효과라도 얻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충북정치의 변화, 세대교체는 어느 정도나 개연성을 가질까? 이런 질문에 정답을 들이대기엔 아직 이르다. 누가 선뜻 나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재적 스타성을 가진 이들도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감히(?) 세대교체 감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조차 실은 기성정치인으로 불러야 할 정도로 이미 선출직이나 공조직 등을 두로 거친 ‘익히 알려진’ 경우에 해당된다. 말이야 참신한 인물을 찾는다지만 경쟁력을 두루 갖춘 인적자원이 쉽게 만들어질 리도 없다. 후진을 키우는데 인색했던 지역정가의 딜레마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충북은 정치신인들의 무덤’이라는 비관론이 여전히 팽배한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의 변화는 꼭 인물에 의한 추동(推動)이 아니더라도 이젠 시대적 소명이 되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 역시 혁신을 바라는 유권자의 거센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충북의 경우 이시종 도지사를 비롯한 몇몇 자치단체장이 3회 연임의 출마불가에 해당돼 새로운 인물 등장과 또 이에 따른 분위기의 쇄신은 불가피하다. 갑자기 우리나라 정치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2030의 적극성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변화된 분위기를 주도하는 한 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세대교체라고 해서 생물학적 나이만 젊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잖아도 젊은 신인들의 등장에 기성 정치계가 어깃장을 놓는 가장 큰 명분은 단순히 젊다는 것의 역할적 한계다. 제 아무리 의욕이 넘치더라도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신인들이 활동하기란 당장 ‘말발’에서부터 밀린다. 중앙무대에서 발언권은 고사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조차 힘들다. 젊은 세대들이 노회한 정치인들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묵은 솔이 관솔’이라는 뿌리깊은 고정관념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우선 신진세력들이 이를 깨기 위한 내공부터 갖춰야 하고 이 것의 차별화는 그저 나이가 젊고 정치의 초년병이라는 이미지에서 찾아지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발상의 전환과 혁신의 마인드에서 확보되는 것이다. 만약 이준석이 기성의 정치논리로 나섰다면 절대로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파격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또 이를 뒷받침할 만한 내성과 돌파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에도 이같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가 결국 세대교체의 관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런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내년 지방선거 또한 기존의 선출직들이 다시 득세하거나 아니면 늘 그렇듯 평생 대접만 받고 살아온 고위공직 출신 혹은 갑자기 지역에 내려와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말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전문직들의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지역민들이 지역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킬 사람을 스스로 찾는 것이다. 꼭 혜성처럼 나타나는 인물보다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인물이 오히려 더 믿음을 줄 수 있다. 두 사람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되고 옆집 살림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지역사회의 밀착된 관계성이 오히려 이런 문제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내년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잘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인물됨을 선거 때가 아닌 평상시의 모습으로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지역사회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고 또 지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졌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 얘기는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배신자들이 활개를 치는 작금의 차기대권 경쟁 구도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한 번 배신한 놈은 반드시 또 배신하게 되어 있다. 그들이 아무리 시류에 편승해 이른바 ‘페르소나’를 맘껏 발산하며 국민들을 속이더라도 그 가면은 결국 벗겨지게 되어 있다. 사람은 결코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여기에 좋은 사례가 있다. 요즘 정국의 핵폭탄이 되고 있는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 얘기다. 그의 사기행각은 그가 가진 원래의 DNA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아무리 전방위적으로 권력층에 접근하며 정치인으로의 변신까지 노렸지만 그의 사기꾼 원형질은 어려서부터 축적된 것이고 이는 그가 성장하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건이 불거지자 그의 친인척과 지인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다고 한다. 몇 마디만 나눠봐도 속이 훤히 드러나는 사기꾼에게 정계, 관계, 언론계, 법조계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듯 놀아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선 역시 그 사람의 지금까지 행적을 감안하면 실패가 없을 것이다. 그래야 우리 주변에도 분명히 세대교체의 적격자가 보일 것이고, 우리가 그에게 환호할 때 그는 곧 이준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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