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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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과 함께’ 새로운 길을 내는 이 사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7.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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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본격 활동에 들어간 충북자치경찰위원회 수장
교수에서 공직자로 변신 “여러분 의견 많이 듣겠다”

 

남기헌 위원장

 

지난 5월 남기헌(61)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대 충북자치경찰위원장이 됐다. 이시종 충북도지사 추천을 받았다. 충북도는 “남 교수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 강의를 하면서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특히 이 때 자치경찰제 준비 TF에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청주서부경찰서 행정발전위원 등 자치경찰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충북자치경찰위원회는 5월 28일 출범했고 7월 1일에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은 도지사, 도의회, 교육감,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추천위에서 각각 추천받은 교수 4명, 변호사 1명, 경찰 1명, 퇴직 공무원 1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헌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학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고숙희 대원대 총장, 윤대표 전 충북경찰청 감사담당관, 유재풍 변호사, 한흥구 전 옥천부군수 등이 위원들이다.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도 지자체가 지도록 하는 제도다. 지방자치 정신에 따른 지방자치 강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는 자치경찰제의 사전적 의미이고, 이 안에 많은 내용이 내포돼 있다. 위원회가 본격 가동된지 15일만에 남기헌 위원장을 만났다. 아직 시작단계라 정신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남기헌 위원장과 일문 일답 내용이다.
 

- 자치경찰제에 제도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가?
 

“전국적으로 같은 상황이다. 우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이 이원화되지 않고 일원화 돼있는 게 문제다. 당초에는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책임하에 운영하는 것으로 추진했다. 시·도지사는 경찰청장과 서장을 임명하고 이들이 업무를 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가경찰사무, 국가수사사무, 자치경찰사무로 나뉘어져 자치경찰은 세 가지 중 한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됐다. 전국 치안공백 우려와 예산이 많이 든다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 수행하던 사무를 지방정부에 이양한 것이기 때문에 인사·예산·조직 운영권을 확실하게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 지방자치처럼 권한 이양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안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는가.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이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 충북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은 어떻게 구성됐는가?
 

“1국 2과 5개팀으로 돼있다. 크게 자치경찰행정과와 자치경찰정책과로 나뉘어져 있다. 충북도에서 14명, 충북경찰청에서 11명을 파견했다.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포함해 총 27명이 근무한다.”
 

-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위원회는 생활안전, 여성 청소년, 교통 사무에 대해 충북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고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한 인사·예산·감사 등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자치경찰은 지방분권 취지에 맞게 국가경찰이 해왔던 일 중 생활안전, 여성 청소년, 교통 등 도민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업무를 한다. 충북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을 실시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이 도민들에게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역할을 할 것이다.”
 

- 재산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예를 들어 농촌지역에서는 농산물 도난사건이 많이 발생하지 않나. 그래서 수확시기에 맞춰 경찰서 단위별로 도난예방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경고문을 부착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며 방범용 CCTV를 점검해 문제가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또 농촌지역에는 어르신들을 노린 보이스피싱 사건도 많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5월 청주시 오창읍에서 10대 여중생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성폭력과 아동학대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 가해자가 구속됐다. 요즘 아동학대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충북도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사회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 1순위가 아동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찰-지자체-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체계가 구축되어 작동 중이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 체계가 원활히 작동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 위원 7명 중 4명이 교수다. 너무 많지 않은가?
 

“위원 추천 주체가 5군데였다. 그러다보니 교수가 좀 많이 들어간 감이 있다. 그러나 여성 2명, 비청주권 2명 등 성별과 지역 안배를 고려했고 다른 곳보다 다양한 직업군이 들어갔다고 본다.”

다른 지역의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현황을 보면 한 눈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위원 구성할 때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위원 중 1명은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되도록 노력하라고 돼있다. 즉 특정 성이 60%를 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강제규정 없이 ‘노력하라’고 하니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위원들은 모두 7명씩이다. 전체 7명 중 특정 성이 4명이면 57.1%를 차지하게 되므로 나머지 성이 3명 정도 돼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 여성 위원은 1~2명이다. 그 중 부산·강원·대전은 모두 남성으로 구성했다. 7명 전원을 남성으로 채운 곳은 관련 법률에 위배되고 성평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여성 3명을 추천한 곳은 경기남부와 경북 뿐이다. 충북은 2명으로 역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아울러 경찰간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곳도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조직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자치경찰위원회에 경찰간부 출신이 3~4명씩 들어가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경기남부에 4명, 서울시에 3명이 들어갔고 부산·울산·전북 등에는 2명씩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1명. 경기남부는 경찰간부 출신들이 점령해 향후 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지 우려된다. 더욱이 경찰간부 출신들 중에는 상임위원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많다. 그러자 상임위원 자리가 퇴직 경찰관들의 정년 연장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문제점 개선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손봐야 할 것이 많아 완벽한 제도가 되려면 시간이 걸려야 한다. 전국시·도 자치경찰위원장단협의회 구성이 늦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위원장단 모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의회가 만들어지면 중앙정부와 토론 및 협상을 통해 제도적인 문제를 개선할 것이다. 필요하면 투쟁을 해서라도 자치경찰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남 위원장은 도민이 참여하는 자치경찰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현장자문단으로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자치경찰제는 도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제도다. 어느 일이나 맨 처음이 중요하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사람은 그 만큼 어려움이 많다. 제대로된 기틀과 기준을 만들어야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그 길을 갈 것이다. 남 위원장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7월 1일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기념해 청주여고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충북자치경찰위원들. 사진 충북도
7월 1일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기념해 청주여고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충북자치경찰위원들. 사진 충북도

 

남기헌 충북자치경찰위원장은 누구?
교수·시민운동가로 산지 30여년, 현장경험 많고 지역현안 해결 위해 앞장 

 

남기헌 충북자치경찰위원장은 청주 토박이다. 청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해 올해 5월 자치경찰위원장이 되면서 휴직했다. 전공은 지방자치. 행정학과는 후에 경찰행정학과로 바뀌었다.

남 위원장은 시민사회운동단체인 충북참여연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청주지역에서는 마당발로 통한다. 학교에서는 지방자치를 가르쳤지만 학교 밖에서는 현장을 경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충북참여연대가 1995년 10월 주최한 ‘민선자치단체장 100일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인연으로 회원 가입을 했고 이후 지방자치특별위원장, 집행위원장, 상임위원장,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전국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들어 민주화 바람을 타고 시민사회운동이 활성화됐다. 여러 단체도 태동했다. 그러다 1991년에는 지방자치가 부활했고 1995년에는 첫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충북참여연대 활동을 하게 되니 할 일이 무궁무진 했던 것.

남 위원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평가, 지방의원 해외연수 평가, 주민참여예산제 필요성 제안, 청주청원통합의 당위성 제안, 충북총선연대 낙천낙선운동과 좋은후보 추천 운동, 정치개혁운동, 조례개혁운동 등 수없이 많은 지역현안에 참여했다. 지역의제를 만들거나 당면과제를 풀었고 때로는 현안이 있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삶을 돌이켜 볼 때 시민운동을 해서 나의 가치를 확대할 수 있었고 동시에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었다. 지방자치를 전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이사, 지방분권국민운동충북본부 공동대표, 충북지방자치학회장, 충북행정학회장, 충북 도정정책자문단장,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지방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 평가자문단 위원 등을 지냈다. 남 위원장은 시민단체에 몸으로 참여하고 머리로 정책을 만들었으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또 “시민운동 하면서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몸조심을 많이 했다. 이제는 공직자가 됐으니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자치경찰위원장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후에는 후배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싶다. 충북은 이상하게 시기 질투가 심한데 일 할 만한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이제 ‘나를 따르라’는 시대가 아니니 뒤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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