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는 ‘이민간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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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나는 ‘이민간다는 사람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9.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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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지인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간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출범했다. 끝이 좋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당시 국민들은 그를 지지했다.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뀐 지금 지인은 여전히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 어떨 땐 본인이 이민을 안가서 정권이 바뀌었다며 너스레도 떤다.

선거철을 앞두면 주변에 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간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대부분 농담이겠지만 간혹 정치인 등 사회 인사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책임지지도 못할 말 괜히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농담이라고 하기에 그 사람의 사회적 무게감이 크면 더욱 그렇다.

이는 꼭 우리나라만의 모습은 아니다. 2016년에는 미국의 찰스 랭글 하원의원이 트럼프가 되면 한국으로 이민간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6·25 참전용사였던 그는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안을 주도해온 사람이다. 그런 그도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하는 등 미국 내 활동을 했다.

그러면 진짜로 떠난 사람들은 있을까? 통계청의 해외이주자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한국을 떠난 사람들은 1729명이다. 최근 10년과 비교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앞서 1970년대는 한해 6만명 넘게 이주를 했지만 1980년대 2만명대, 1990년대 1만명대, 2000년대 2만명대를 유지하다가 201122628명을 기록한 뒤 내리막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떠나는 사람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통령 선거와도 무관하다. 역대 대통령 선거 시기인 1987, 1992, 1997, 2002, 2007, 2012, 2017년을 기점으로 1~2년을 돌아봐도 이주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개중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민 간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주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보진 못했다. 또 이민 간다고 한 사람들은 포기를 선언한 후, 공통적으로 이민준비는 우리나라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해외이주자신고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미국·캐나다 등이다. 하지만 세금이 많다며, 대통령이 누가 돼서 싫다는 이유로 이민을 계획한 사람들이 가기에 그 나라들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 오히려 우리보다 생활수준 등이 낮은 곳은 나라들로 가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방법도 있는 데 그곳으로 가는 이주자 수는 별로 없다.

이에 대해 청주 출신이면서 사우디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모 교수는 진부한 말 같지만 고향의 것을 잘 모르면서 외국에서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면 별로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공부해도 서양의 세련된 것을 연구하는 것보다 한국의 격자무늬를 살리는 게 더 경쟁력이 높다는 것. 외국인들의 눈에 우리는 어디까지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체성을 포기하고 말로 이민가방을 싸는 사람들이 많다. 윤석열이 되면 이민간다. 이재명이 되면 이민간다는 등 극단적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겠지만 혹여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해도 이민간다는 말보다는 잘하는 지 두고보겠다는 표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정치가 한발 나아가고 치우침 없이 잘 돌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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