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여행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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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여행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
  • 충청리뷰
  • 승인 2021.10.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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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 발전 못하는 건 한국관광공사 때문
격조있는 패키지여행도 못 만들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관광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전에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힘썼던 부분인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예산 지원이 늘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다양한 관광 벤처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이나 문화도시 사업에서도 관광 개발은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예언을 하나 하자면, ‘그 시작은 심히 창대하지만 그 나중은 미미하리라라는 것이다. 아마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사업도 끊길 것이다. 마치 한 때 수학여행지였던 경주와 설악산 일대의 단체 숙소가 귀신 나올 동네가 되듯 정부와 지자체 지원 사업의 뒤안길도 폐허가 될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국내 여행업의 성격 변화 때문에 그렇다.

여행업의 본질은 솔루션이다. 우리가 패키지여행을 구매하는 이유는 비자, 항공권, 숙박, 교통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언어와 정보의 문제까지. 그런데 국내여행은 포털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이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여행지 정보는 블로거들이 내용을 잘 정리해 두었다. 여행사가 해결해 줄 숙제가 없다.

 

제천 간디학교 마을커뮤니티 공간 ‘마실’에서 주민들이 마을여행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제천 간디학교 마을커뮤니티 공간 ‘마실’에서 주민들이 마을여행 취지를 설명하는 모습

 

지자체가 만든 마을여행 실망

 

국내여행에서는 여행사의 솔루션이 별 의미가 없다. 있다면 할인 혜택 정도인데 이것 역시 카드사와 애플리케이션에 차고 넘친다. 대안을 찾는다면 큐레이션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돈과 시간을 값지게 의미 있게 재밌게 사용하고 싶어 한다. 여행자의 시간을 값지게 의미 있게 재밌게 이끌어주는 서비스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 콘텐츠만 잘 기획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안 된다. 여행 기획자의 숙명은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로 인해 여행자들로부터 소외 당한다는 것이다. ? 그들은 기획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니까. 기획자가 여행 콘텐츠로부터 소외되는 이유는 콘텐츠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연경관을, 인문 자원을, 숙소를, 교통을, 식당을 독점할 수 없다. ‘관광 개발이라고 하지만 있는 자원을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지역 관광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 벤처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 좋은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 성공의 조건이 못 된다. 사업의 구조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전국의 지자체와 중간 지원 기관들이 무한 반복하고 있다. ‘8도 하는 척 대잔치의 전형적인 사례다.

관광 개발과 관련해서 ‘8도 하는 척 대잔치의 끝판왕은 누가 뭐래도 한국관광공사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하는 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폐허로 만드는 구조로 대부분의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비결을 꼽아보라면 한국관광공사의 생색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여행업자가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야 할 일을 한국관광공사가 예산을 들여 해버려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실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패키지여행의 빈곤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인 패키지여행 강국인 한국이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격조 있는 패키지여행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한국관광공사를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마을여행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다. 전국의 지자체가 마을여행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부분 8부 능선을 넘지 못한다. 현장 컨설팅을 하다 한계를 느껴서 마을여행 온라인 플랫폼을 구상했다. 전국의 마을여행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을여행 하기 좋은 곳

 

붉으실마을 주민들로부터 마을밥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이상천 제천시장 부부
붉으실마을 주민들로부터 마을밥상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이상천 제천시장 부부

이를 위해 운영 중인 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에서 마을여행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위드코로나국면이 되면 함께 마을여행을 할 예정이다. 마을밥상이 매력적이었던 남제천의 붉으실마을’. 인제 용늪 투어를 단독 진행하는 진동2’, 율무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진안의 상가막/하가막마을’, 흑돼지로 바비큐/샤브샤브/샤퀴테리를 경험할 수 있는 남원 동편제마을 등과 마을여행을 만들고 있다.

10월 초에 남제천 수산면 덕산면 일대에서 진행된 마을맛 기행에 다녀왔다. 이 여행을 마치고 '농촌 미식 체험' 버전과 다른 '느슨한 전원생활 공동체를 경험하는 느린 마을여행'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 미식 체험' 여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연대가 더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전국에 귀농귀촌 공동체가 좋은 곳이 몇 곳 있다. 남원의 실상사 일대, 진안의 장승초등학교 일대, 인제로컬투어 그룹들 그리고 제천의 간디학교 주변이다. 처음 간디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구축된 귀촌 공동체에 졸업한 학생 그리고 은퇴한 교사 등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역량을 공동체 역량을 보여주는 곳으로 진화되어 있었다. 그들이 좋은 여행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행하듯 다녀오면서 귀농귀촌과 관련된 많은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집은 새로 짓는 것이 좋을지 있는 집을 고치는 것이 좋을지, 안 하던 농사를 시작하면서 유기농 고집을 부리면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는지, 기존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귀중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들어볼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틈 나는대로 전국의 마을을 답사 다니며 디테일을 조율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국면이 되면 본격적으로 시험 여행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마을여행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응원해주고 자문해주는 이용자 그룹이 필요한데, 트래블러스랩 멤버들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여행이 공전하는 이유가 홍보 마케팅 부분인데 여기서도 입소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여행자들에게도 마을여행은 좋은 기회다. 마을여행에 참여하면 소비자가 아닌 손님으로 지역에 갈 수 있으니 흥미로운 실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코로나 뉴노멀이 일상화된 지금 도시인들이 마을여행에서 맺은 인연을 이어간다면 지역에서 관계인구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고재열 여행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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