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유전자와 우리의 뿌리
상태바
한우의 유전자와 우리의 뿌리
  • 충청리뷰
  • 승인 2021.10.20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우,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초기에 가축화된 것으로 추정

하나의 가축 품종이 멸종하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화적 유산도 사라진다.” 영국 생물 인류학자인 앨리스 로버츠가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책에서 인간과 소의 서로 간에 길들여지는 과정들을 담으며 적은 말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 과정을 겪은 우리는 많은 풍요와 혜택을 누리게 되었지만, 우리 조상들이 기르던 재래 가축들은 대부분 멸종하였거나 잃어버리게 되었고 한우도 60년대와 70년대 경제개발과정에서 멸종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맛있는 고기에 대한 가치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한우로 남겨질 수 있게 되었다.

 

한우의 유전자 정보 해독해보니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기 직전인 2006년 한우의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한우고기를 식별하는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한우고기가 수입 소고기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속여서 파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는 한우의 육량과 육질을 개량하는데 필요한 유전정보도 연구하게 되었다. 한우 유전자를 통하여 우리나라에 기후와 사육환경에 한우가 적응해 왔는지, 소비자에게 더 맛있고 건강에도 이로운 고기로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유전자 즉 DNA 정보를 안다는 것은 생명체의 본질을 알려고 하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생명체가 가진 유전정보를 쉽게 해독해 낼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을 한우에 적용하여 한우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고 또 대량의 유전자형을 분석하였다,

정보라는 것은 함께 나누고 공유하면서 소통하는 도구인데 한우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정보를 자연스럽게 서구의 육우 품종들의 유전자 정보들과 비교하면서 한우 품종만이 가진 독특한 DNA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눌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산학협력을 통해서 한우고기를 쉽게 외산 쇠고기로부터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후속연구도 하게 되었고, 한우 유전자연구에 좀 더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관심도 커지게 되었다.

한우의 유전정보를 안다는 것은 한우가 무엇인가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고 또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고 발전시키는 밑바탕이 되어 한우고기가 외산 쇠고기보다 우수한 맛을 가지고 있고 몸에도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올레인산)이 많은 유전적인 이유도 찾아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간편한 유전자 진단으로 크게 잘 자라는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어미 소를 찾아내는 데 도구로 활용하여 한우농가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된 것에도 자부심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우 품종의 기원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유전학적으로 생물체를 정의하는 것은 너는 누구의 자식이냐?”라고 묻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는데 부모는 그 윗대에서 물려받은 것을 나에게 전달한 것이다. 오래전에 있었던 조상들이 가졌던 유전자들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거치면서 조각으로 쪼개지고 합쳐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남겨지게 된다. 한우의 유전정보를 연구하게 되면서 한우의 조상은 누구이냐는 물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연히 국내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자들이 2006년에 게재한 논문을 읽게 되었는데 한우와 몽골지역의 소, 그리고 일본 화우의 유전정보를 비교한 결과 일본화우는 일본의 고유한 소품종에서 유래하였다라는 결론을 보게 되었다.

섬나라 일본에 소는 한반도를 거쳐서 넘어갔을 텐데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소를 수탈해서 일본 화우가 된 것이라고 의심도 하였고, 백제가 망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유민들이 소를 가지고 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소고기 품종인 일본 화우를 한우와 차별화하려는 과학적인 근거를 남기려고 일부러 우리나라 학회지에 그런 논문을 실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고대소가 다른 지역에 영향 미쳤다면?

 

한우를 연구하면서 얻어진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전 세계에 산업적으로 중요한 소품종들의 DNA 유전정보를 계통학적으로 세밀하게 분류하는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해 일본 화우와 한우 품종은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거의 같다는 과학적 사실을 밝혀냈다. 20107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32차 국제가축유전학회(ISAG)에 초청을 받아 참가하였을 때 한우가 육우로서 우수한 유전적 특징과 일본 화우의 조상이라는 연구결과를 소개하였다.

일본 화우의 뿌리가 한우라는 사실을 새롭게 접한 많은 외국학자가 한우에 대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하였고, 나는 한우의 발생학적 기원을 규명하는 연구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 학회에서는 DNA 분석기술을 이용하여 소품종의 가축화 기원을 규명하는 연구발표가 있었는데, 발표자가 멸종한 유럽원우의 mt DNA 서열 가운데 일부가 우연히 한우 염기서열과 유사하였다고 언급하면서, 그 연유를 현시점에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동안 한우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진 가설은 한우는 유럽 원우와 인도 혹소(제부)의 교잡종으로 기원하여 몽골지역에서 북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정착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원우나 인도 혹소와는 상관없이 한우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소품종들이 독립적인 기원을 가지고 가축으로 유래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독립적인 소품종의 가축화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독자적인 농경과 목축문화의 시작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 이유는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소뼈 DNA 분석을 통해 고대문명 발생지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유럽 원우의 사육과 가축화가 시작되었고, 소를 가축으로 먼저 이용 하였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에선 매우 발달한 문명기술을 보유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우의 기원에 대한 DNA 수준에서의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과는 동북아시아 지역 한민족의 고대문화 발생과 인류학적 기원을 규명하는데 적용될 수도 있다.

한우의 유전적 뿌리를 규명하기 위해서 한국 고유 소품종인 한우, 호반우(칡소), 제주흑우 뿐만 아니라 연변 자치주에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보유한 연변소들의 DNA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아시아 다른 지역 일본, 중국, 몽고 등에 있는 소들에 대한 DNA 연구결과들을 조사하였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통하여 한우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초기에 가축화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한민족의 고대문명에 발생기원과 어떠한 연관성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동북아 고대 유적지역들에 대한 탐사를 통해 발굴된 고대 소뼈의 DNA 분석을 수행하여 한민족이 가축화한 고대소가 다른 지역 소들을 가축화하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진다면 고대 동북아 문명발생의 독자적인 주체로서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