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검(劍), 윤석열의 도(刀)
상태바
이재명의 검(劍), 윤석열의 도(刀)
  • 한덕현
  • 승인 2021.11.17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런 경우를 뭐라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일찌감치 양강체제를 이룬 대선을 얘기할 때마다 난데없이 등장하는 것이 이다. 당장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만 해도 그렇다. 누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느냐를 놓고 언론들은 누가 칼자루를 쥐느냐로 곧잘 기사를 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거센 칼춤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곳곳에서 출몰한다. 후보를 중심으로 나라 전체가 진영으로 딱 갈린 지금의 상황에서는 대통령 당선자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치보복은 피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이를 노골적으로 적시한 사람이 홍준표다. 그는 지난 경선에서 전략적이든 아니든 승리한 자의 칼에 의한 정치보복을 연상시킬 수 있는 말을 도드라지게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대장동사건과 고발사주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수사를 받느냐 마느냐의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해선 아예 앞으로의 진행과정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른바 자신만의 문법을 들이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 “대선판이 석양의 무법자가 되어간다고 일갈했다. 그는 경선이 끝난후 윤석열의 러브콜에도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이 말에는 선거가 끝나면 누군가는 험한꼴을 당할 수 있다는 속내가 물씬 묻어난다.

급기야 이재명과 윤석열의 역학관계를 놓고 칼을 인용해 글을 쓰는 언론들이 최근 갑자기 늘어났다. 다름아닌 다모클레스 칼이다. 익히 잘 알려진 신화로서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신하인 다모클레스가 왕좌를 부러워하자 디오니시오스 왕이 하루는 오로지 한 가닥의 말총에 대롱대롱 매달린 칼을 천장에 매달고 그 아래 화려한 침대에 다모클레스를 눕혀 소위 왕()체험을 하게 한다. 권력자의 자리는 늘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권력자가 칼의 존재를 잊어버리거나 오만해질 때 떨어진다고 한다. 당연히 다모클레스는 더 이상 권력을 부러워하거나 탐하지 않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연극 헨리 4의 대사에는 왕관을 쓴 머리는 편안히 쉴 수 없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는 말이 있다.

다모클레스의 칼
다모클레스의 칼

 

언론에는 주로 칼럼을 통해 문제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등장한다. 이재명과 윤석열에게 권력의 무상함, 그리하여 늘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일깨우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디오니시오스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가르치려 했던 의중은 준비가 안 된 네가 어찌 이런 중책을 맡을 수가 있겠냐. 나 정도는 해야지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왕의 자리에 앉으려면 언제든지 정적으로부터 당할 수 있으니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머리 위에 간신히 매달린 칼도 두려워 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 내공이라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신념과 실력, 도덕성 모두를 포함한다.

한데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여론조사 때마다 비호감을 묻는 질문에서 유독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두 후보 다 도덕적으로는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대통령감으로서의 신념과 실력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참 가당찮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후보중에서 특히 어느 한 사람(?), 어떻게 저런 인격체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또 국민들이 왜 그를 지지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는 각각 공직을 수행할 당시 똑같이 칼의 이미지로 부각됐다. 한 사람은 행정추진에 있어 말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하는 쾌도난마의 성정으로() 또 한 사람은 단죄에는 성역과 예외가 없다는 칼같은 강직한 수사력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키워온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 이재명에게는 검(), 윤석열에게는 도()를 붙힌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검과 도는 똑같이 칼을 의미하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검은 날카로운 날이 양쪽에 있는 칼이고 도는 한쪽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흙수저로 태어나 정상적인 교육도 못받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선출직까지 거머쥐었지만 늘 주변으로부터 시달린 이재명은 검을 쓰더라도 사방으로 이것 저것 다 상대하는 현란한 검법이 어울릴 것 같다. 반면에 금수저로 태어나 풍족한 인프라의 교육을 거쳐 오로지 사시라는 한 길만을 고집하다가 9수만에 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로서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강단의 기골을 보여준 윤석열은 단칼의 검법이 어울릴 것같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어떤 칼이든 사람에겐 반드시 위해(危害)가 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그 칼끝이 자신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것이 다모클레스 칼의 교훈이고, 이재명과 윤석열 또한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래 자신의 직분인 평범한 삶의 중요성, 성공적으로 자치단체장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 돌아가거나 혹은 우리나라 검찰사에 권력에도 굴하지 않은 추상같은 검사상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남을 거부하며 끝내 대통령까지 넘보려는 욕심이 지금의 위태위태함을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대선이 저급하기 그지없다는 것은 자신의 감옥행을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출마했다는 국민들의 수근거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못내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목을 조여오는 대장동과 고발사주 사건을 매일 매일 뉴스로 듣다보면 그야말로 이 나라가 망조가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는 국민배신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정의와 진실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어왔던 그들, 법조인들이 유독 각종 불법과 이권, 편법에 마치 먹이를 탐하는 승냥이처럼 얽혀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법으로 가장한 범죄자일 뿐이다. 그러니 법 기술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들이 정의는 이미 죽었다” “깜도 안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아예 망한다가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