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세계화와 현대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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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세계화와 현대 문명
  • 충청리뷰
  • 승인 2021.11.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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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고기·가축의 중요한 공급원인 소
인류와 함께 적응, 새로운 품종도 나와

수천 년 전 고대문명의 발생지에서는 인간이 길들이기에 알맞은 동식물이 집중적으로 분포하였다. 그 동물들을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길들이는 과정에서 농경도 발달하게 되면서 반영구적인 정착을 통해 도시화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사회적 계급화와 문명교류와 무역도 시작되었다.

수천 년이 지난 후 지난 200년 동안에는 화석 연료의 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획득량의 폭발적 증가로 태양에너지에 의존하던 농경에서 화석연료 에너지로 전환되는 산업혁명과 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에 녹색혁명의 (화학비료, 트랙터, 종자) 성공으로 식량 생산량의 증가를 통한 급격한 인구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화석연료 기반의 현대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코비드-19와 같은 글로벌 이슈처럼 우리는 지금 화석연료를 이용한 에너지 체제의 한계에 직면하였다.

지난 수백 년의 서구 문명의 발전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한국이다.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발달했던 농경문화와 가축에 관한 기록이 있다. 한국의 근대 역사를 살펴보면 일제식민지와 한국전쟁 그리고 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키우던 재래가축 대부분이 사라졌고, 서구에서 도입된 품종으로 대체되었다.

또한 한국의 지난 50여 년 동안은 아주 빠른 인구 증가와 압축적인 경제적 성장을 이루게 되었지만, 좁은 국토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 농축산물에 의해 식량 공급이 이루어져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은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이루어낸 빠른 경제적 성장에 기반한 식품가공 기술의 발전은 값싼 농산물 원료를 가지고 안정적인 식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서구사회의 문화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루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축은 언제, 어디서?

 

소를 가축으로 이용한 가장 초기의 고고학적 증거는 비옥한 고대 중동지역에서 기원전 8,800년에서 8,300년 사이로, 그리고 약 1,500년 후 인더스 계곡에서거슬러 올라간다 . 기원전 6천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소가 가축으로 이용되었다는 증거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프리카의 화석 기록에서 사실이라고 추정된다. 유럽 남서부에서는 기원전 7000년 전에 그리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소는 기원전 3,000년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소와 구별될 수 있는 오록스의 지리적 분포와 발견된 소뼈의 크기에서 차이를 가지고 주로 보고되어 졌다. 즉 가축화된 소의 조상은 지금은 멸종하여 남아 지 않은 오록스 (Aurochs)라고 불리는 야생황소인데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널리 분포해 있었다.

유전자 정보를 통해서 알게 된 가축화된 소의 기원은 고대 중동의 비옥한 온대 기후 지역과 덥고 건조한 인더스 계곡지역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렵 채집을 위해 이동하는 인류 조상들이 농업사회로 정착하면서 식량 공급이 안정되고 인구의 증가가 가능하게 되었다. 소를 사육하면서 방목하고 먹이를 주기 위한 전문인력이 생기게 되었고 소는 우유, 고기, 가축의 중요한 공급원이 되면서 인류가 정주하는 다양한 환경에 소는 함께 적응하면서 지역 전통과 연결되어 독특한 문화자원으로 소는 오랫동안 이용되었다. 사나운 야생황소를 길들인 신석기 시대 인류는 지금의 인류 문화의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가축으로 소는 인류의 자연재해, 기근 및 전쟁 등의 고통 역사를 오랫동안 함께 공유하여 왔다. 하지만 그 소와 인류의 공동체적 중요성에 대해서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축에 대한 기록이 드물고 가축은 인간의 이동과 교류를 통해서 활발하게 변화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고학과 문헌 자료를 보완하는 유전자 정보는 가축 사육의 역사를 탐구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인류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소는 인간의 이동과 교류를 통하여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및 근대에는 신대륙으로 국제적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기후변화와 문명의 접촉으로 유럽 고대 소들은 지중해 연안과 다뉴브강을 통해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이베리아반도의 재래 소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고대 소들의 흔적을 유전자 정보 분석를 통해서 최근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반투족이 북동부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에 있는 잠베지강 지역까지 소들이 유입되었고, 특히 이슬람의 아프리카 지역 정복이 이루어진 서기 700년 이후에 소를 사육하는 목축 활동이 동부아프리카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 재래 소들은 몽골과 인도 계통으로 유전적으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동쪽으로 고대 부족들이 이주하게 되면서 새로운 지역에 있던 야생 아시아 오록스들과 가축으로 이용하던 소들의 자연적인 교배 흔적들을 유전자 정보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 남부 농경 부족과 북부 유목 부족 간의 교류 흔적도 유전자 정보 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러한 지역별로 재래 소들의 유전적 구성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의 많은 재래 소품종들이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업을 포기하게 되면서 점진적인 개체 수의 감소로 인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소를 보존하는 연구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염성 질병과 소의 세계화

 

중세 이후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 문화는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지역 소 집단에서는 이동과 변화는 계속되었다. 인간 사회의 안정과 번영의 증가로 인해 소의 체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게 되었고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는 식품으로써의 가치도 높아지게 되면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기반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도심지역내에 높은 밀도로 키우게 되면서 발생하게 되는 소의 전염병으로 인해서 유럽에서는 전문화된 소수의 소품종들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에서 만들어져 주변 유럽국가에 수출되었고, 이들 국가로부터 만들어진 소품종들이 낙농과 목축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인공수정의 사용으로 전세계적으로 더욱 산업적 이용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정복한 후 소는 신대륙으로의 인간 이주를 동반하였다. 이 대규모 가축 이동 중에는 17세기에 포르투갈에서 상파울루(상 비센테)까지, 브라질에 처음으로 소가 도착하는 것과 영국에서 북유럽과 북아메리카 및 호주를 연결하여 소들이 이주하게 되면서 여러 유럽 품종에서 새로운 합성 소 품종들이 만들어져 사용되었다. 특히 19세기 동안에 인도에서 브라질로 도입된 인도 재래 소들은 오늘날 브라질은 2억 마리의 머리를 가진 세계 최대의 상업용 소를 보유하는데 기여하게 되었다. 브라질에서 개량된 인도 소들은20세기 초 네덜란드 식민 정부에 의해 인도네시아로 수입되기도 했는데, 인도네시아토종 소는 생산성이 부족하고 견인력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으며, 물소의 발굽은 새로 포장된 도로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우 고기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비싼 만큼 맛이나 영양 성분을 강화할 수 있는 종자 개량을 통해 품질의 고급화를 추구하였고, 이를 위한 유전자 연구나 사육방법에 많은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 그러한 연구개발 지원의 도움으로 난 지난 10여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여러 개발도상국들을 방문하면서 그곳의 가축들을 대상으로 유전적인 특성을 규명하는 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개발도상국 중에는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낸 경제적 성장을 발전모델로 삼고 있기도 하다. 한국전쟁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게 살만한 나라가 된 것에는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서구의 개량된 가축 품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였기에 국내에서 축산물의 안정된 공급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발전시켜온 한우와 같은 가축 품종을 미래에 좀 더 유용한 유전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축산업과 현대 사회의 세계화에 따라 촉발된 환경운동과 동물권 운동에서 제기하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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