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대학들 “예술대가 뭐하는 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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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대학들 “예술대가 뭐하는 데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12.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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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개 거점국립대 중 예술대 없는 곳 충북대·경상대 뿐
개교 70주년 맞이한 충북대, 이제까지 예술대 설치한 적 없어
충북 4년제 대학들, 순수 예술학과 없애고 디자인학과 많이 만들어

 

충북대 캠퍼스
충북대 캠퍼스

충북에도 예술대를
거점국립대 & 충북4년제 대학 실태

 

“충북대학교는 예술대학을 설치하라.” 최근 충북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충북대 예술대 설치를 적극 주장했다. 이들은 “광역지자체 중 충북만 국·공립 대학에 예술대학이 없다. 충북대는 예술대를 설치해 지역 거점대학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충북의 국·공립대와 사립대에는 음악·미술·무용학과와 같은 순수 예술학과가 거의 없다.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바뀌어 취업률만 따지다보니 이런 학과를 만들지 않거나 있는 것도 없앴다. 이 때문에 충북의 예비 예술인들은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충북의 공립 예술단체는 타지역 출신 예술인을 충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충북지역 대학들이 순수 예술학과를 통폐합했을 때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은 단결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단체가 항의했지만 약했다. 결과적으로 학생 따로 문화예술단체 따로 반대해 대학 측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행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대학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 10개 거점국립대는 서울대·부산대·경북대·충남대·전남대·강원대·충북대·전북대·경상대·제주대 등이다. 이들 대학에 예술대학이 있는지, 있다면 무슨 학과가 있는지 실태조사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점국립대 중 예술대학이 없는 곳은 충북대와 경상대 뿐이다.

거점국립대의 대표주자 서울대에는 미술대학과 음악대학이 따로 있다. 미술대학에는 동양학과·서양학과·조소과·디자인학부(공예)·디자인학부(디자인), 음악대학에는 성악과·작곡과·기악과·국악과가 존재한다. 학과가 매우 다양해 학생들은 전공을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다. 다만 무용학과는 사범대 체육교육과에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무용인들은 불만이 많고 문제를 지적한다.

부산대 예술대학 또한 화려하다. 음악, 미술, 무용, 디자인, 영상 관련 학과가 다양하게 설치돼 있다. 경북대와 전남대 예술대학에는 국악학과가 있는 게 눈에 띈다. 다만 무용학과가 없는 게 흠이다. 충남대는 음악분야를 세분화해서 음악과·관현악과, 미술분야는 회화과·조소과·디자인창의학과를 두었다. 무용학과는 특이하게 자연과학대학에 있다.
 

충북대,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그리고 전북대는 예술대학 안에 음악, 미술, 무용 관련 학과를 두었다. 특히 음악분야를 세분화해서 음악과와 한국음악과를 설치했다. 강원대는 예술대학과 공과대학을 합쳐 문화예술·공과대라고 명명했다. 문화예술분야로는 미술학과·디자인학과·무용학과·스포츠과학과가 있다. 음악학과가 없는 게 문제다.

이어 경상대는 인문대 안에 민속무용학과만 두었고, 제주대는 예술디자인대학에 음악학부와 미술학부만 있다. 경상대는 음악·미술분야, 제주대는 무용학과가 없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개설된 학과로 볼 때 수도권에서는 서울대, 지역에서는 부산대와 충남대 예술대학이 알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있을 건 다있고 세분화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비하면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충북대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충북대는 이제까지 예술대를 설치한 적이 없다. 미술관련 학과만 있었지 음악과와 무용학과를 둔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충북 문화예술단체들의 예술대 설치 요구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게 중론이다. 문화예술단체들은 지역 대학들이 순수 예술학과 통폐합시 간헐적으로 저항했을뿐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충북대는 단과대학 맨 끝에 융합학과군을 두고 조형예술학과와 디자인학과를 배치했다. 단과대학도 아니고 융합학과군이라는 애매한 형태로 돼있다. 충북대가 얼마나 예술분야에 무관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은 지난 70년 동안 수많은 일꾼들을 길러냈다고 자화자찬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하지 못했다.

이제는 대학들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추세다. 대학의 역할 중에는 지역사회 기여라는 덕목이 분명히 있다. 충북대의 8대 발전전략에는 ‘글로벌 성장과 지역 상생의 조화’가 들어있다. 중앙 및 지역과 상생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충북지역 대학이 예술대를 설치하지 않거나 있는 것도 없애는 추세이고, 지역민들이 문제점을 제기한다면 충북대가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역과 상생하는 것 아니냐”고 지역민들은 말한다.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은 거점국립대인 충북대가 지금이라도 예술대 설치 논의를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충북대는 미술과를 1974년 미술교육과-1998년 미술과-2012년 조형예술학과로 개편했다. 미술교육과는 주로 교원을 양성했고, 미술과는 동양화·서양화·조소·시각디자인 전공을 두었다. 이후 여기서 디자인전공을 따로 분리시키고 조형예술학과로 개편한다. 이 때 디자인전공은 디자인학과로 독립했다. 디자인학과는 도내 대학에 매우 많다. 그런데도 굳이 거점국립대인 충북대까지 디자인학과를 설치했다. 조형예술학과에는 동양화·서양화·조소 전공이 있다.
 

청주대·서원대 폐과의 역사
 

충북도내 4년제 대학은 충북대·청주대·서원대·한국교통대·건국대 글로컬캠퍼스·세명대·극동대·중원대·유원대 등이다. 이들 대학에 예술관련 학과는 있는지, 있다면 무슨 과인지 실태를 알아봤다. 교원 양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청주교대와 한국교원대는 제외했다.

청주대에는 예술대가 존재하나 응용 예술학과들만 있다. 2018학년도에 바뀐 신편제에 따르면 크게 디자인조형학부와 연극영화학부로 나뉘고, 디자인조형학부에는 시각디자인전공 등 각종 디자인관련 학과가 6개 있다. 디자인관련 학과는 전국에서 가장 화려할 것이다. 연극영화학부에는 연기전공과 연출·제작전공이 있다.

청주대는 1981년 연극영화학과를 개설했다. 40년 역사를 가진 만큼 많은 연기자와 연출가를 길러냈다. 이후 이를 연극영화학부로 개편하고 연기와 연출·제작전공으로 나눴다. 연극·영화·방송·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는 연기자와 연출가 등을 선호하는 시대의 흐름에 힘입어 더 확대한 것이다.

반면 이 대학은 지난 2010년 무용학과와 한국음악학과를 없앴다. 무용학과는 1979년 신설됐다. 32년 전통의 청주대 무용학과는 서원대 무용학과와 함께 수많은 무용인들을 양성했다. 한 무용인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학과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폐과됐다. 무용학과는 정원조절 및 통폐합을 거듭하다 결국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문화예술은 입시경쟁력과 취업률로 얘기할 분야가 아니다. 문화를 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며 지역사회의 문화정체성,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학 문화예술학과 운영은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청주대는 또 1987년 신설된 회화학과를 2013년 폐과하겠다고 발표해 지역민들의 반발을 샀다. 그러자 대학측은 회화학과를 비주얼아트학과로 바꾸며 실용중심 학과로 개편한다. 이 때 이미 순수예술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원대는 예술관련 학과를 휴먼서비스대학에 넣었다. 성격이 다른 여러 개의 학과를 한 대학에 몰아넣어 매우 이상하다. 한마디로 ‘짬뽕’을 만들었다. 서원대는 그동안 음악·미술·무용 등 순수 예술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시켜 학생과 동문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학생들은 이로 인해 한 때 총장실 점거까지 했다. 서원대는 전신인 청주사범대 시절 1968년 한강 이남 최초로 무용학과를 개설했다. 이화여대가 1963년 전국 최초로 개설한 후 5년만의 일이니 매우 빨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전통을 묵살하고 2004년 무용학과를 없애고 만다.

이어 2013년 예술학부의 음악학과와 연극영화과를 공연예술학과로 통합해 실용음악전공과 연극영화전공으로 각각 나누고 미술학과는 융합아트학과로 바꿨다. 융합아트학과는 회화전공과 뷰티아트전공으로 나눴다. 그러더니 2015년부터는 이를 아예 뷰티학과로 통합한다. 시대의 분위기만 좇아서 간 것이다. 학과 통폐합 안이 발표된 2014년 4월 당시 미술학과 동문, 재학생, 학부모, 일부 예술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하게 반대했다.

동문회는 “이런 구조조정이 가속화된다면 대학에서 예술이나 인문학 등은 사라지고 취업학원이나 전문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며 “학교 측은 일부 학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보이지 말고 전체 학과에서 조금씩 인원을 감축해 예술관련 학과의 역사와 전통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음악과는 맨 처음 음악교육과로 시작해 음악과-실용음악과-음악과를 거쳤다. 음악과도 올 초 신입생을 뽑지 않았다. 따라서 몇 년후에는 없어진다.

 

충북의 문화예술단체들은 11월 23일 충북대 예술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북의 문화예술단체들은 11월 23일 충북대 예술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디자인분야와 연극영화학과 수두룩
 

청주권 이외 대학 중에서는 충주의 한국교통대가 인문사회대학내에 음악학과를 두었을 뿐이다. 한국교통대는 음악학과를 “충북 유일의 국립대 음악학과”라고 소개한다. 다른 대학에는 순수 예술학과가 전혀 없다. 충주의 건국대 글로컬 캠퍼스는 디자인대학, 제천의 세명대는 ‘짬뽕’인 인문예술대학, 음성의 극동대 역시 여러 학과가 뒤섞인 미디어예술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내 4년제 대학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순수한 음악학과는 한국교통대 한 곳, 미술학과는 조형예술학과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충북대 한 곳 뿐이다. 그리고 무용학과는 아무데도 없다. 응용 예술학과로는 디자인분야와 연극영화학과가 가장 많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대 없는 충북 대학의 현주소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부가 해마다 정원을 감축하는 추세라 예술대 신설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대학이 ‘취업사관학교’ 역할만 할 것인가. 먼저 거점국립대인 충북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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