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민주주의, 문재인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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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민주주의, 문재인의 민주주의
  • 한덕현
  • 승인 2021.12.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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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이틀간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정상회의는 많은 논란 속에서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실로 오랜만에 민주주의 담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열린 이번 이벤트는 최근 미국과 바짝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평가와 함께 오히려 국제사회를 편가르기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구인들에게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당시 바이든의 발언이 시종일관 시사한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상항이다. 그는 폐회사에서 민주주의에는 국경이 없다. 독재는 전세계인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씨를 결코 꺼뜨릴 수 없다면서 민주국가 정상들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역설했다. 이 부분에서 외신들은 ‘democracy is not built by accident’라는 자막으로 바이든의 뜻을 전하며 정상회의의 취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민주주의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이 말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랜 기간 지난한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 민주주의이고 때문에 세계 역사에서 단연 최고의 제도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을 때 민주주의는 곧바로 위협받게 된다.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바이든이다. 그는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에 맞서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단만 보내고 정부 인사는 보내지 않는 외교 보이콧을 선언했고 동맹국인 우크라이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러시아에 대해선 G7 선진국들과 연대해 현재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바이든에 대해 비판 언론들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민주주의 발전엔 실질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고 외교적인 올림픽 보이콧 역시 악수라고 어깃장을 놓는다. 그러면서 민주화는 국가 간이 아닌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라며 외교적 압력으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어렵다고 훈수까지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든은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린 트럼프에 놀란 미국인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외면하지 않는다. 미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려 하고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시 세계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되려는 용기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이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만 79세로, 그는 다소 편하게 보이는 인상과 함께 실제 국정에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을 거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정적일 땐 노(no)!를 확실히 외치는 것이다. 그에게 결정적인 상황은 다름아닌 민주주의 위기이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주목받은 또 한 가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주의의 역설이라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가짜 뉴스가 진실을 가리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심지어 방역과 백신접종을 방해해도 민주주의 제도는 속수무책이다. 민주주의의 역설이라고 할만하다고 했다. 이 말을 뉴스로 듣는 순간,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버랩됐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역설이 이토록 나라 전체에 횡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문 대통령 본인부터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취임과 함께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해놓고선 오히려 검찰공화국을 만들었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자신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임명한 검찰총수가 임기중에 뛰쳐나와 되레 대통령자리를 넘보고 그 주변에 검찰인맥이 수두룩하게 포진하는 기현상은 과거 독재, 권위주의 시대에도 일찍이 없었다. 가정이지만 만약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문 대통령은 본인이 말한 민주주의의 역설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수밖에 없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 패거리가 되었음을 비유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정치권으로 손가락질이 가해졌다. ·야 할 것 없이 정치권력자들이 뒤에선 온갖 협잡을 함께 하고선 겉으론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나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나 서로 견제와 감시는커녕 이권과 특권을 독식하며 한 통속이 되고 있으니 이런 말을 듣고도 남는다.

대장동과 고발사주 사건만 봐도 그렇다. 국민들로부터 최고 불신을 받는 정치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법조인들, 이른바 판사 검사 변호사등이 각종 탈법의 커넥션에 줄줄이 엮여 있는 현실에 국민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됐다. 그 것도 나라의 공직을 대표해 청렴과 정직을 외치던 사람들이 아닌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이 정권에선, 박근혜 국정농단을 거울삼겠다며 민주주의를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부르짖었건만 결과는 이처럼 참담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실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두 사건은 실체적 사실로써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y die). 2018년 뉴욕타임즈와 뉴스위크로부터 베스트셀러와 올해의 도서로 선정된 이 책에서 저자인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권력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죽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물론 당시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장사꾼 논리로 맘껏 훼손하는 트럼프의 학습효과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 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한 때 민주주의를 구가하던 중남미등 많은 나라들이 선출된 권력에 의해 주저앉았다.

이 책은 민주주의 위기를 알리는 구체적 신호들을 열거하며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네 가지 여건도 제시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상과 너무나도 맞아 떨어져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알리는 시그널로는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포퓰리스트와 손잡는다’ ‘정치적 경쟁자에게 반국가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정부가 명예훼손등으로 비판적인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다등을 꼽았고 잠재적 독재자의 특성으로는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 ‘언론의 자유를 포함해 반대세력의 기본권을 억압등을 적시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표를 위해서는 살인마 전두환까지 미화하는 이재명과 윤석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그나마 덜 걱정스러운 인물을 선택하는 일만 남았지 않은가. 그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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