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과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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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과학이 아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21.12.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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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가까이 오는가 보다. 각종 매체에 언어의 유희와 음해가 횡행하고 있다. 한 후보는 대학생들 앞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말을 하고 돌아서서 무식한 소리 했다고 할까봐 한마디 한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고, “경제가 비과학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제 말의 뜻은 엄밀한 의미의 과학이란 이론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통계나 경제적인 결과들을 마치 진리인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진리는 아니다라며 앞뒤 맥락을 잘 보라는 당부까지 했다. 그러나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고 말했더니 정말로 경제가 과학이 아닌 줄 알더라라는 패러디까지 등장한 상태다. 세심하게 설명을 들어봐도 경제가 과학이란 말인지, 아니란 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김용은 충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충북과총 회장

과학의 뿌리는 그리스 시대의 자연 철학에 있다. 중세에 들어서 자연 철학이 지금의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분화되어 발전해 왔다. 세분화 시작 시기의 자연과학은 ‘natural history(자연사)’로 불렸다. 이것이 일본학자에 의해 박물학이라고 번역되었다. 박물학은 다시 체계화된 지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scientica(시엔티카)’에서 유래한 ‘science’로 바뀌어 과학(科學)으로 번역되었다. 이때 분과한 학문이란 의미로 쓰인 과학이 오늘날 인문학을 인문과학이라고까지 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이후 자연과학은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 가능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론에 바탕을 두고 발전하여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의 발전을 좌지우지하는 여러 분야 중에서 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들이 과학기술에 보내는 신뢰 또한 대단하다. 이런 이미지를 탐내어 비과학이나 유사과학과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거나 증명하는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면서도 마치 과학적인 양 포장하고 이를 수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과학의 복잡성과 비전문가들의 대중적 이해도 사이의 괴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상품이나 신념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주입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지는 지능적인 사기에 해당한다. 이들과는 달리 과학자가 자기도 모르게편향되거나 주관적 실수가 발생하였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듯한 행동을 보이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 결과를 왜곡하려는 행위를 하는 부류도 있다. 이를 junk science, 쓰레기 과학이라 부른다.

과학에 무지한 정치나 쓰레기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근래 우리가 겪은 요소수 대란이나, K-방역이란 정치방역으로 느끼는 공포감에서 실감할 수 있다. 경제를 내세우며 특별한 과학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요소수 생산 기술을 가볍게 여긴 결과 나라 경제와 그 여파는 사회 전반에 큰 타격을 주었다. 또 코비드 팬더믹에 대처한 일련의 정부 조치들은 과학방역은 뒷전으로 미루고 정치 논리와 통치의 방편으로 K-방역이란 정치방역을 실행하여 지금의 혼란과 불안을 자초하였다. 이런 것들이 과학기술의 복잡성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나라든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을 부차적인 도구나 장식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학을 경제개발의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기술이 사회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극복도 결국은 K-방역이 아니라 백신 개발 같은 과학방역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로봇 등은 모두가 국가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 과학기술이다. ·중 패권전쟁에서 보듯 과학기술이 번영과 안전을 담보하는 기술지배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때문에 나라를 이끌어갈 정치인이라면 과학기술을 유사과학자와 같은 변명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과학기술계 의견을 과학기술인에게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치 논리를 앞세운 패러다임에만 머무른다면, 우리가 어렵게 이룩한 추격자의 지위에서 선도자나 개척자의 지위로 상승하지 못하고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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