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해 2022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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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해 2022년을 맞이하며
  • 충청리뷰
  • 승인 2021.12.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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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호랑이와 한우에 대하여, 1921년 사살된 호랑이가 국내 마지막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하는 동화로 친숙한 호랑이는 88년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 동물이었다. 2021년 신축년 소의 해가 끝나며,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호랑이를 상징하는 해라고 한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있는 호랑이 개체 수는 약 4000마리 정도로 추산되는데,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호랑이는 아시아 전역에 십만 마리 이상 서식하였다. 터키 동부와 서아시아 카스피해 인근 숲에서 시작하여 중국을 거쳐 인도차이나반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반도와 러시아 동아시아지역에 호랑이를 찾아볼 수 있었고, 만주와 한반도에 가장 큰 몸집의 호랑이 종인 아무르(시베리아) 호랑이가 분포하고 있었다.

 

호랑이, 자연 멸종 아니다?

 

일본 야생동물 작가 엔도 키미오가 쓴 한반도 호랑이에 관한 책 <한국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에서 저자는 한반도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일본인들을 정착시키는 데에 가장 걸림돌이 한반도에 서식하는 호랑이였고, 섬나라 일본에는 없는 희귀한 야생동물인 호랑이의 가죽과 뼈는 사치품으로 아주 인기가 있었다고 하였고, 일제강점기하에 총독부가 벌인 호랑이 사냥은 다른 지역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로 무자비하게 진행되었고 한반도 호랑이는 자연적으로 멸종한 게 아니라 일본 식민통치 때문에 멸종됐다고 적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2110월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된 호랑이가 한국에서 확인된 마지막 호랑이였다고 한다.

100여 년 전 한반도에서 사라진 호랑이에 관한 나의 관심이 생긴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직전인 2020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동식물 유전체 학술대회 (Plant and Animal Genome Conference)에서 알게 된 베이징대학교 Luo Shu-Jin 교수의 호랑이 진화에 대한 흥미로운 발표 내용 때문이었다.

 

동북아시아 호랑이는 몇 차례의 인류 이주 과정에 따라 과거와 현재 발견되는 유전자형이 다르다는 것과 동북아시아 호랑이의 외모와 행동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는데 호랑이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상태의 야생동물 변화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베이징대학교 류 교수의 발표에서 관념적으로 호랑이를 우리 민족의 표상으로만 생각해온 것에 대한 반성과 중국에서 야생동물의 유전자 연구를 역사와 사회적 관점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과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한반도 소들을 연구하면서 한반도에 유난히 짙은 모색의 소가 많은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에 쌀을 재배하는 농경 문화권의 소들은 대부분 황색 털을 가지 황우인데, 우리나라 소들의 경우에는 황갈색뿐만 아니라 유달리 다양한 모색의 소들이 있었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최근 중국 길림대학교 과학자들이 산동지방 발해 (Bohai) 소에 대한 유전적 특징을 연구하여 발표한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내 가장 중요한 재래 소품종 중에 하나로 꼽히는 발해 소는 검정 모색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기에, 한반도에 짙은 모색을 가진 소들과 관련성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였고 언젠가 한우와 유전적인 비교해 보고 싶은 품종이었다.

길림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는 한우 유전자 정보와 비교한 결과도 있었는데 한우와 아주 가까운 유전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발해 소가 있는 산둥반도 북쪽을 싸고 있는 발해만 유역은 만주의 산악지역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기원이 된 호랑이가 중국 남부지역을 거쳐 동북지역으로 이동하며 만나는 지점이었다. 그 지역에서 발굴된 호랑이 뼈에서 밝혀진 유전자 정보는 다양한 호랑이들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호랑이의 기원이 되는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주 예전에 호랑이가 지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으로 많은 수의 호랑이가 살면서 한반도로 활동반경이 넓혀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를 닮은 새해 소망

 

우리가 일구어낸 문명은 자연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 위한 과정의 산물이다. 그 예로 호랑이와 경쟁하였던 우리 조상들의 생존 과정에서는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랑이를 산신으로 숭배하는 문화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밤에도 눈에 잘 띄는 황색 털을 가진 소보다는 어둡고 짙은 털에 성질도 약간 사나운 검은색의 소를 우리 조상들이 이용하였는데 그 이유가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많은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내 호랑이가 멸종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성질이 온순하고 다루기에 쉬운 지금의 황갈색 소로 한반도의 소를 통일하는 정책을 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1년 며칠 남지 않은 친근한 느낌의 소의 해에서 다가오는 2022년 호랑이의 해는 거대한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는 것으로 투영해본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과 익숙한 문화는 앞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있지만, 호랑이를 닮은 새해를 우리가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을 개척할 기회로 도전하려는 용기로 맞이할 것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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