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도지사를 찾습니다
상태바
이런 도지사를 찾습니다
  • 한덕현 발행인
  • 승인 2022.04.20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덕현 발행인 

국민의힘 강원도지사에 공천신청했다가 컷오프된 김진태가 단식농성으로 재심을 이끌어냈다. 과거 5.18 폄훼발언 등 여러 막말이 컷탈락의 원인이었지만 그가 억지춘양격으로 사과하자 정상 참작이 되었다고 한다. 김진태는 입이 거친 정치인중에서도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정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그가 퍼부은 험한 말은 당사자들의 심장을 후벼판다고 할 정도로 듣기에 거북했다. 나는 그의 특이할 정도로 가시돋친 화법을 접할 때마다 “사람 참 못됐다”를 되뇌는 게 버릇이 됐다.

그는 당으로부터 재심이 받아들여지자 “지옥까지 갔다 온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막말에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지옥을 헤매고 있다. 김진태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아직도 국정농단을 부인하는 박근혜를 찾아가 사과한 윤석열이 연상됐다면 지나친 편견일 수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변하는 편의적 발상과 편의적 정치, 그리하여 역사의식이 결여된 리더십은 결국 위선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둘의 사과가 “죄송합니다” “면목없습니다”가 아닌 “앞으로는 많이 성찰하겠습니다” 정도로만 끝났어도 그나마 모양새는 갖췄을 것이다.

역시 당에 전북지사 공천을 신청했다가 컷오프된 송하진은 전격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도지사 3선에 도전했던 그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로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왜 아쉬움이 없겠느냐”면서도 지금까지 소속 정당의 덕으로 정치를 해 왔는데 한 번의 서운함 때문에 당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치가 더 바르게 나아가도록 뜻을 모으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지만 요즘 보기드문 현상을 보는 것같아 각별하게 다가왔다.

공무원 출신인 송하진은 전주시장 두 번의 탄력으로 도지사에까지 올라 연임에 성공했으나 최근 시민단체등으로부터 “불통” “무능”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퇴진 압력까지 받아 왔다. 재임중에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역시 두 번이나 맡아 전국적인 위상을 다졌는데도 이젠 때가 됐다며 주저없이 결단한 것이다.

그의 나이 이제(?) 70으로 그보다 연상의 정치인들이 아직도 수두룩히 욕심을 부리는 충북의 현실과는 어쩔 수 없이 비교된다. 우리가 전주시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만나는 ‘호남제일문’의 현판을 쓴 한학자 송성용이 그의 부친이고 보면 이른바 집안의 뼈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속단이겠지만 차기 충북도지사를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왔다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각 당의 후보들이 이미 익히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둘째, 그러기에 무슨 바람현상보다는 인물론으로 선택될 공산이 크다. 셋째, 이렇게 될 경우 도민들은 자신의 생각을 후보들에게 일일이 맞춰가며 누구를 뽑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넷째, 선거에서 이런 분위기는 후보들에겐 가장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후보들의 평소 처신이 유권자 판단의 결정적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잘 나갈 때 네가 한 일은?” “지난 선거에서 떨어진 후 네가 보인 행동은?”을 도민들은 묻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번 충북도지사는 35대가 된다. 충북에서 도지사라는 명칭은 1908년 부임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관찰사 권봉수가 1910년 일제에 의해 물러나며 그 자리가 ‘충청북도 장관’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다가 1919년부터 그 이름이 다시 도지사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가 역대 도지사를 지칭할 땐 해방이후 1948년 8월 15일 취임한 윤하영을 초대로 하여 따지는 게 상례다.

그래도 현재를 기준하여 역대 지사들을 얘기하려면 민선 시대에 국한해야 의미가 있다. 주병덕(1995~1998) 이원종(1998~2006) 정우택(2006~2010) 이시종(2010~현재) 등이 민선 자치시대의 충북을 이끌어온 도백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성격이나 성향, 특히 행정 스타일에 있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인지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차기 도지사는 이들 역대 도지사들의 장점만을 모두 겸비한 인물이면 좋겠다"는 희망섞인 얘기다.

아닌게 아니라 29대 주병덕 지사에서 현 34대 이시종 지사에 이르기까지 민선 도지사들의 특장점을 굳이 말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이들이 현직에 있을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한 표현들 예를 들어 중량감있는 지사, 우직한 지사, 실력있고 세련된 지사, 정치적 순발력이 뛰어난 지사, 날렵하고 기민한 지사, 성실하고 정직한 지사 등을 적시한다면 과연 누가 어디에 해당되는지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문제는 이런 이미지가 과연 도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각인되었느냐 하는 것으로 특정인의 경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심한 경우 도민을 기망했다든지, 말만 앞세우다가 임기를 마쳤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지금 시중의 여론을 보면 대선이 끝난 뒤에도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진영 타령은 여전한지라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특정 정당후보를 무조건 지지하는 막가파식 표심이 또 작용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정치공학보다는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판단이 결정적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여전히 후보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자신이 뭘 해주겠다는 경쟁 뿐이다. 행정의 달인도 좋고, 전국구 인맥도 좋고, 여기에다 무한 경쟁의 지방자치시대에 최고 덕목이라는 경영마인드까지 겸비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정작 경계할 것은 후보들의 선동적 언사다. 로마사에서 최고 선동가였던 키케로가 끝내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던 자에게 목이 잘리는 최후를 맞이하자 신학자 디오니시우스는 “나라를 멸망케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동 정치가에게 권력을 맡기는 일이다”는 명언을 남긴다. 도지사라는 지방권력도 마찬가지, 잘못 뽑으면 지역이 피폐해진다.

그렇다면 다음 충북도지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우선 실력과 달변보다는 눈과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논리와 법리보다는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심성이 정직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으면 더 좋겠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고 말한 신영복처럼 도지사라고 해서 무슨 시혜(施惠)의 화신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힘들고 슬프고 어려울 때 그도 나와 함께 한다는 위로를 느낄 수 있는, 바로 이런 도지사를 바라는 것이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지역에 가짜 어른들만 판치고 진정 존경받는 ‘참 어른’이 없다는 여론이 팽배함을 인식하고 이것도 도지사의 책임임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제발 선택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