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마가렛 대처’ 자임한 이혜훈 국힘 도지사 경선 컷오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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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마가렛 대처’ 자임한 이혜훈 국힘 도지사 경선 컷오프 충격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2.04.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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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제천·단양 총선 출마 여부 놓고 지역정가 설왕설래
이혜훈 전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지역에서는 2년 뒤 총선에서 이 전 의원(사진 왼쪽)과 엄태영 의원 간 빅매치를 전망하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연초에 충북으로 내려와 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전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3선)이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컷오프를 당하자, 지역 정가에서는 2년 뒤로 다가온 제천·단양 국회의원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충북의 마가렛 대처’를 슬로건으로 출사표를 던진 이 전 의원은 충북 최초의 여성 도지사이자, 제천 출신 두 번째 도지사 당선을 호언했다. 하지만 짧은 지역 활동에 따른 낮은 인지도와 두터운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무엇보다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지역 지지세 확보에 분주하던 지난 3월 24일 부친상을 당해 일주일 가깝게 지역을 비운 것이 뼈아팠다.

이 전 의원은 12일 당의 컷오프 발표 후 충격 속에 무소속 출마까지 검토했으나, 당에 남아 공천 후보의 당선에 힘을 보태는 것이 당인의 도리라며 당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박경국, 오제세 등 세 경선 후보 측의 영입 공세가 잇따르고 있지만, 공천 결과가 발표되는 21일까지는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혜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컷오프는 상상조차 못했던 결과여서 처음에는 분노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비록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 해도 당이 내린 결정에 승복하고 충북 지방선거 승리에 일조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 따라 재심신청 등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시 용암동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지역활동을 벌이던 이 전 의원은 최근 다리에 부상을 입어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치료와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사정에 밝은 한 지역 인사는 “이혜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여성 중진 정치인으로, 나이도 아직은 50대여서 2년 뒤 총선에서는 충분히 재기할 저력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민의힘 충북도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청주 4개 지역구 중 한두 곳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그러나 “이혜훈 전 의원이 당 경선도 아닌 컷오프로 탈락했기 때문에 지역적 연고가 약한 청주에서 정치를 재개하기에는 명분이 약한 측면이 있다”면서 “고향 제천·단양에서 엄태영 의원과 국회의원 공천장을 놓고 정면승부하는 것이 당 흥행의 측면에서나 개인의 승산으로나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제천·단양당협은 이 같은 가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제천·단양당협 간부 인사는 “이 전 의원이 도지사 후보자 경선에서 컷오프당한 것은 지역에 정치적 연고가 약한 상태에서 당과 상의도 없이 이름값만 믿고 충북으로 내려왔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청주든 제천·단양이든 충북에 착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수도권 중진 의원 출신으로 이 전 의원과 정치적으로 겹치는 김영환 전 의원을 영입해 노골적인 反 이혜훈 전선 형성에 앞장선 사람이 엄태영 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이 전 의원이 제천·단양에서 복수전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조상 대대로 제천에 뿌리내리며 살아왔고, 본인도 어린 시절을 제천에서 보낸 만큼 결국은 지역적 연고가 가장 큰 제천·단양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의원 출신의 국민의힘 인사는 “이혜훈 전 의원이 충북도지사 출마를 결정한 뒤 제천에 내려와 지역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고,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심어준 게 사실”이라며 “지역 출신 이혜훈 전 의원 입장에서는 자객에 가까운 김영환 전 의원을 충북으로 부르고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캠프로 파견하는 등 노골적으로 경선에 개입한 엄태영 의원에 감정이 좋을 리 없는 만큼 2년 뒤 총선에서 제천·단양으로 지역구를 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갑에서만 17대와 18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함께 국민의힘의 대표적 여성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본적은 제천시 서부동이다. 조부모가 살던 서부동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외가인 경남 마산에서 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경제학과에 이어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도 가까운 일가친척이 제천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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