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웃동물 수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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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동물 수달에 대하여
  • 홍성현 청주동물원 수의사
  • 승인 2022.05.0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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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1급·천연기념물 수달
온 몸의 강력한 근육으로 헤엄쳐
수달 

 

동물원 우리 안에는 수달이 산다. 자연 서식지와 비슷하도록 조성돼있는 동물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뛰어놀고 웅덩이에서 잠수도 한다. 본래 어스름한 시간대에 사냥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속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고 있어서 안 보일 때도 많다.

수달은 잠영(잠수해서 물속을 나아가는 수영) 할 때 끊임없는 날숨을 쉬는데, 공기 방울이 물속에서 폭폭폭폭 피어오르는 모습은 증기를 내뿜는 기차와 비슷하다. 하늘에 떠있는 증기를 따라가면 움직이는 기차 본체를 찾을 수 있다. 수달사 웅덩이의 수면에 공기 방울이 선을 이루며 떠오르는 게 보인다면 곧 숨 쉬러 올라오는 수달의 함빡 젖은 얼굴도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가 충분한 울타리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는 수달들은 사람들의 눈길에도 자연스럽게 사냥하고 납작한 바위에 배변 활동도 한다. 수의사들은 그 배변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고 장갑을 끼고 만져보기도 한다. 아니 진료하다 보면 어쩌다가 장갑에 묻기도 한다. 궁금한 독자들이 있다면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인간들의 서식지개발로 밀려나

한국수달은 유라시아 수달 종으로 저 멀리 영국까지 같은 종의 수달이 하천과 물가를 서식지로 삼고 있다. 여러 야생동물, 특히 포식자인 식육목의 야생동물은 인간의 서식지 개발로 도시와 민가가 만들어지며 빠르고 광범위하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났다. 게다가 1900년대 하반기 이후 농가와 민가에서 농약,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하천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많은 수달 친구들이 희생되었고 도로를 건설한 이후엔 로드킬로도 개체 수를 많이 잃었다.

이 당시 영국에선 수달이 급격하게 줄어 북부 및 서부 땅끝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그러다가 2011년 영국의 비부처공공단체 Environment Agency는 수달이 1960년대 수준의 많은 서식지에 복원되었음을 공표했다. 1960년부터 2011년, 반세기의 세월 동안 영국 정부는 유해화학물질 방류를 불법화하고, 기존 파괴됐던 하천의 수질을 개선했다.
 

 

또 유럽연합의 환경감독국(EU Habitat Directive)도 여러 활동을 했다. 당시엔 선례가 없어서 저질렀던 실수였겠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아닌 인공적인 살충제와 농약을 자연에 방류한 것은 결과적으로 오남용 행위였다. 당시 그 유해물질을 제조한 사람, 사용하고 방류한 사람들이 취했을 단기적인 이익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후 생태계 재건에 소요된 사회적 비용은 자연의 동물, 식물뿐 아니라 납세자 시민 모두에게 청구되었다. 되로 받고 말로 갚아야 했던 격이다. 지금이라도 영국의 많은 서식지와 개체 수가 회복되어 다행이지만 우리 주위에는 야생동물의 서식 불가능한 환경이 여전히 확장되고 있어 우리도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수달을 영원히 잃은 나라 대열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청주명암저수지에도 사는 수달

수달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 동물로 지정돼 있어서 사람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은 문화적 가치가 큰 동물을 지정하는데, 수달은 삼장법사의 불법을 전수받은 혜통 스님이 불도에 귀의하게 된 계기의 주인공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배가 고프던 차에 수달을 잡아 구워 먹고 낮잠을 잔 젊은이는 먹고 남은 수달 뼈가 사라져 깜짝 놀라 흔적을 따라가보니 뼈만 남은 채로 새끼들을 보살피는 어미 수달을 보고 충격을 받아 구도자의 길을 걸어 혜통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예로부터 우리 문화에서 수달은 신화나 설화에 긍정적인 역할로 등장한다.

귀여운 얼굴이지만 수달은 육식동물이고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사람은 롱패딩을 꺼내 입는 한겨울에도 수달은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쳐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피식자들을 사냥한다. 빽빽한 털을 가진 수달은 한겨울에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물속에서 잠수할 땐 털 사이사이 갇힌 공기가 층을 형성해 보온이 된다. 밀도 높은 털 아래엔 강력한 힘을 내는 근육이 두껍게 발달해있어 꼬리 끝부분이 뭉툭한 느낌이 들 정도다. 지금 글 쓰는 식탁 아래서 맥없이 흔들어주는 필자의 강아지 꼬리와 비교하면 무시무시한 두께다.

수달은 꼬리 외에도 온몸의 강력한 근육으로 거친 물속을 우아하게 헤엄쳐 날카롭게 사냥하는 멋진 육식동물이다. 실로 애완견과 산책하다 수달을 마주치면 애완견이 수달을 공격하거나 도발하도록 놔둬선 절대 안 된다. 맞서 싸우는 수달은 거의 없긴 하지만 만에 하나 궁지에 몰렸거나 보호해야 할 새끼가 있는 수달이라면 연루된 모두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홍성현 청주동물원 수의사
홍성현 청주동물원 수의사

 

명암저수지에서도 야생 한국수달이 종종 보인다. 거대한 도로에 바로 인접해있는 유원지임에도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산다. 수달에게 먹이가 되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 수 있고 그 물고기가 먹이로 삼는 수풀이 충분한 균형 잡힌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첨벙첨벙 희망적인 서신을 보낸다. 명암저수지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면 편리함을 갖춘 도시에서도 수달이 적응해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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