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성별과 학력, 연령대의 과대 대표성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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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성별과 학력, 연령대의 과대 대표성에 반대한다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 승인 2022.05.1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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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임대표

어, 이건 뭐지? 어떻게 아직도 이럴 수가 있지? 낯설고 기이한 동시에 너무나 익숙해서 당혹스러웠다. 6.1 충북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얼굴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은 모두 90명. 이중 단 한 명 만이 여성이고 나머지 89명이 남성이다. 떼로 등장하는 성별은 언제나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연법칙’을 심하게 거스르는 장면을 목도 할 때 갖게 되는, 불편함을 넘어선 불쾌감이라고나 할까.

새 정부의 내각 인선안 발표에서도 나는 비슷한 부조리를 느꼈다.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을 주축으로 한 내각 구성원들은 모두 16명. 이중 여성은 3명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한다. 시한부 부처용이라고 알려진 여가부 장관을 괄호 친다면, 여성은 2명인 셈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전문성과 연륜 등을 내세우지만 이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넘었어도 사회적 합의 운운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룰 정도로 여론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정치 환경에서 주장되는 전문성과 연륜은 누구의, 어떤 가치에 토대를 둔, 무엇을 위한 전문성이고 연륜일까. 중앙에서건 지방에서건 사회구성원들의 안전과 행복을 고민하고 보장하는 활동은 (이게 정치다!) 왜 특정 대학을 나온 중년 이상의 남성집단에게만 배당되는 것인지, 이때 전문성과 연륜을 인정받는 경험은 과연 어떤 경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에서 2021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계열별 성별 학생 수에서 공학 부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인문과 교육, 의·약, 예·체능에선 여성의 숫자가 더 많다. 학력을 능력의 기준으로 삼자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학력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도 과다한 남성 대표성은 설득력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동등한 고등교육을 받은 이 여성들이 이후 일터에서 경험을 쌓으며 사회생활을 해나갈 때 겪게 되는 장벽들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장벽들이 여성들의 경험 세계에 한계를 만드는가 하면, 고군분투해서 장벽을 넘어 뛰어난 역량을 펼친 여성의 경험은 과소 평가된다. 정치나 경제처럼 남성성 신화와 밀착해 있는 영역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90명의 후보 중에 단 한 명만 여성인, 매우 기이한 작위적 현상이 유지된다. 여성이 집단으로 겪는 구조적 차별이나 배제 따위 없다고, 오히려 여성이 개별 시민/국민으로 겪는 불평등 해소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연 이 현상에 어떤 해석을 내놓을까.

거대 양당체제가 문제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수도권을 벗어날수록 성별 편향성이 이토록 심해진다는 것에 대해선 왜 말들이 없는 것일까. 특정 연령대와 특정 학벌이 정치 활동을 독점하는 것에 왜 더 적극적으로 이의제기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시대착오적이며,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구조를 반영한다. ‘여자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든가 ‘여자들은 본성상 정치에 맞지 않는다’든가, ‘어린 것들이 무슨 정치를 안다고’ 식의 이유를 대는 사람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정치적인 것은 팽팽히 맞서며 서로 대결하는 두 견해, 두 입장 사이를 가리킨다. 성별 간, 연령 간, 지역 간, 학력 간, 신체 간, 성 정체성 간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각 진영이 평등한 발언권을 갖고 서로 다른 견해와 입장으로 겨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의 본래 목적, 즉 사회구성원들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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