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실과 괴리된 공직선거법에 속 타는 입후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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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현실과 괴리된 공직선거법에 속 타는 입후보자들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2.05.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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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선거비용제한 기준과 선거법 전면 개정 요구 빗발
6. 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비현실적인 공직선거법 규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6. 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비현실적인 공직선거법 규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제8회 동시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 현실과 동떨어진 공직선거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제천·단양 지역 여야 정당과 입후보자들에 따르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선거 운동과 선거 자금에 대해 규정한 정치관계법들이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규제로만 일관해 입후보자들이 합법의 테두리에서 선거운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국민의 알권리와 참정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선거운동 방식이 허용되는 추세이지만, 선거비용제한액은 이를 따르지 못해 후보자들마다 합법의 범위 안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천시의원선거에 입후보한 A후보는 “선거비용제한액은 4000만 원대에 불과한데, 문자메시지 발송 제한 횟수를 비롯해 허용된 선거운동 항목과 수량은 계속 늘어나 제한액 범위 내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며 “올 들어 종잇값이 두 차례나 인상되고 대담토론차량을 비롯한 중요 선거운동 지출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지만 선거비용제한액은 얼마 늘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입후보자들에 따르면 지난 대선 직후 국회가 선거운동원과 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의 수당을 현실화하도록 법을 개정해, 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일비가 기존 9만 원(수당 5만 원, 실비 4만 원)에서 14만 원(수당 10만 원, 실비 4만 원)으로 인상됐고, 사무원들도 수당과 실비 포함 기존 7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인건비가 대폭 올랐다.

그러나 선관위가 각 후보자들에게 통보한 선거비용 상한액 인상분은 인건비 상승분조차 전액 반영하지 못한, 그야말로 찔끔 인상이어서 입후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자들은 인건비 제한액이 늘어났음에도 사무원 수를 법정 인원수 아래로 줄이거나, 인건비 단가를 법정 상한액 밑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천시의원 후보자 선거사무장 B씨는 “기존에 선거운동원 인건비 제한액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선거 때마다 운동원들의 활동 시간을 하루 4시간 이내로 줄이는 등 고충을 겪었는데, 이번에 법이 개정돼 이런 어려움은 사라지게 됐다”면서도 “인건비 상승분 못지 않게 다른 선거비용도 크게 올랐음에도 선거운동제한액이 거의 인상되지 않다 보니 선거운동원을 제한 인원보다 적게 운용하거나 운동원 일당을 상한액보다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초의원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3500만 원을 기본으로, 선거구 인구수에 100원을 곱한 금액을 더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광역의원의 경우 기본 비용에서만 500만 원을 더 배정한다.
그러나 입후보자들은 이 같은 제한액 기준으로는 인쇄물과 문자메시지, 현수막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천시의회 입후보자 C씨는 “최근 각 정당들마다 후보자를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으로 정하면서 예비후보자 단계 때 지출하는 문자메시지와 예비후보자홍보물, SNS용 카드와 동영상 제작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선관위는 SMS 문자메시지 발송 횟수도 3회에서 5회로 늘렸다가 8회까지 확대했고,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대폭 용인해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지출 요인을 크게 늘려놓고도 정작 제한액 기준은 그대로 둬 후보자들이 선거비용 때문에 엄청난 고충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입후보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선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거운동의 구체적 방식과 수량을 법으로 정한 뒤 그 밖의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의 선거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운동 방식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놓고, 선거비용조차 현실에 맞지 않게 규제하는 현행 선거법으로는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차별화된 능력을 보여주기가 어렵다”며 “우리나라도 1987년 이후 정치 선진화가 상당 수준 이뤄진 만큼 불법 선거운동을 명확히 규정한 후 그 밖에 선거운동은 모두 합법으로 인정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후보자들이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발굴해 유권자들에게 자신만의 차별화된 능력을 소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비용 상한액을 초과해 법의 심판대에 서거나 당선이 무효가 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비후보자 단계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후보자가 전액 부담하는 만큼,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단계에서 지출한 비용은 선거비용제한액에 산정하지 않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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