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이 아니라 비접촉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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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이 아니라 비접촉이 문제다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6.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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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얼마 전 다른 지역의 한 선생님과 대화하다가 깜짝 놀랐다. 2021년에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벌벌 떨던 시점에 수학여행이라니? 알고 보니 전교생이 10명 남짓 되는 학교였다. 2020년 초반을 제외하면 이 학교에서 코로나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2022년 현재, 여러 교육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켰다며 이후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지난 2년의 원격 경험을 어떻게 확산시킬지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어디선가는 이런 원격수업의 영향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2020년에도 전교생 60명 이하인 소규모학교들은 전면등교를 실시했는데 이 수가 137개였다. 이후에도 학급 수가 30개를 넘지 않거나 학생 수가 800명을 넘지 않으면 전면 등교가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려 대부분의 학교가 등교를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몇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2021년 2학기부터는 전교생 600명 이하의 학교들은 전면등교가 가능했다. 600명이면 중학교 기준으로 한 학년에 200명이다. 학급당 25명, 8학급 이내의 학교들은 대체로 등교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충북에서 259개의 초등학교 중에 600명 이상, 즉 전면등교를 할 수 없었던 학교의 비율은 58개, 22.3%에 불과하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15.6%다. 고등학교는 34.5%에 해당하지만 역시 다수가 경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청주로 오면 이 비율이 늘어난다. 청주의 초등학교에서 600명 이상의 학교 비율은 38.2%로 충북 전체 대비 16.1%p가 높다. 중학교는 40.4%로 24.8%p, 고등학교는 67%로 32.5%p가 높다. 특히 중학교는 충북 전체 600명 이상의 중학교 중에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청주 소재 학교다.

이처럼 청주를 비롯한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뜨거운 감자였던 비대면의 경험이 중소도시로 갈수록, 읍·면지역으로 갈수록 무관했던 것이다. 원격과 비대면 경험의 확장성에 대한 논의 자체가 대도시 중심적인 사고일 수 있다. 개인 SNS에 글을 올려 물어보니 어떤 선생님은 “전혀 다른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모두가 비‘대면’을 얘기할 때, 이 선생님의 고민은 비‘접촉’이었다. 대면은 하되 접촉해서는 안 되는 환경에서 학생들의 학습 문제를 고민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코로나19에서 우리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력 저하를 문제 삼지만 사실은 그것이 진짜 원인이 아니었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원격수업이나 비대면이 아니라, ‘비접촉’ 그리고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등교는 했지만 접촉을 피하는, 만나고는 있으되 마스크로 가려져 비언어적 표현을 읽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근본적 문제는 아니었을까?

교실에서 1m씩 거리를 두고 앉아 강박적 거리두기를 하고, 궁금한 것을 서로 물어볼 수도 없었던 학습의 환경, 모르는 친구와 가까워지기에는 서로의 얼굴은 물론 감정을 읽을 수 없어 힘들었던 환경, 그것이 진짜 문제는 아니었을까 싶다. 쉬는 시간마저 없애가며 혹시라도 모를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데 도움은 되었으나 학생들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이 완화되면서 5월에 여러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하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실내에서도 2년 넘게 떨어져 있던 책상도 좀 붙이고 다시 접촉할 수 있는 교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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