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 “나는 떠나지만 청주역사는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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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청주시장 “나는 떠나지만 청주역사는 살려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6.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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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69) 청주시장은 지난 5월 24~26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주의 역사’ ‘청주의 미래’ ‘청주를 부탁해’라는 주제 특강을 실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청주의 역사를 지키는 동시에 첨단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8일 만난 한 시장은 두 가지를 특히 강조했다. 역사와 첨단산업.

한 시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공직생활을 하다 청주대 행정대학원 석사, 충북대 행정대학원 박사를 받았다.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 충북도 정무부지사, 행정자치부 제2차관을 지냈다. 역사 전공자인데다 평소에도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은 오는 6월 말 퇴임한다. 임명직과 선출직을 합쳐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아 왔다. 이번 청주시장을 끝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몇 년전 설립한 재단법인 미래과학연구원 사무실에 나가 책을 읽고 글도 쓰겠다고 한다. 이명구 충북대 교수가 이사장이고 한 시장은 이사다.

- 2006년 선출직에 도전한 이후 세 차례 낙선했고 민선5기와 7기 청주시장을 지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다.
“선거는 참 힘든 일이다. 이제 안한다.”

- 어떤 점이 특히 힘들었나
“나 스스로 정치적이지 못해 힘들었다. 때로는 안되는 것도 되는 것처럼,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선출직인데 공무원 속성을 버리지 못해 스스로도 답답했다.”

- 대학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도전해 공직자가 됐다. 그동안 공직자의 삶에 만족했나
“내가 대학 졸업할 무렵에는 교수 되기가 힘들었다. 나는 4학년 때 고시공부를 시작해 2년 반만에 합격했다. 그 때는 행정고시를 1년에 두 번 시행했다. 그후에는 졸업정원제 때문에 정원이 늘자 교수를 많이 뽑았다. 동기들 절반이 교수를 했다. 나도 고시 안 했으면 교수를 했을 것 같다. 지금도 교수를 보면 부럽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일도 많이 했다. 그 중 정재훈 전 문화재관리국 국장, 정원식 전 국무총리,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께 많이 배웠다. 정 전 국장은 내가 처음 문화재관리국 발령을 받고 가서 만난 분이다.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셨다. 정 전 총리는 정말 박학다식했다. 그리고 이원종 전 지사님은 내게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을 맡겨 바이오의 세계를 알게 해주셨다. 바이오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는데 그 이후 관심이 생겼다.”

- 역사적으로 청주는 어떤 곳인가
“청주는 역사의 고장이다. 상당·서원·흥덕구 등 역사를 반영하는 이름이 많다. 청주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각각 불교와 유교 중심지였다. 직지와 용두사지철당간은 높은 불교문화를 보여준다. 또 목은 이색 선생의 영당과 기호학파의 산실인 신항서원, 청주목사였던 율곡 이이 선생이 만든 서원향약은 유교문화의 중심지 였음을 알려준다. 올 1월 청주시 조직에 문화재과를 신설한 이유는 청주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청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리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첨단시대에 살더라도 역사와 정체성을 간직한 현장은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한 시장도 이 점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 민선7기에 거둔 성과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관, 전국 처음 법정 문화도시 지정, 이차전지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유치, 가로수도서관 개관, 민간공원 새적굴·잠두봉공원 탄생,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청주형 시내버스준공영제 시행 등을 들 수 있다.”

- 청주시장 당선인이 청주신청사 건립, 원도심 고도제한, 우암산 둘레길 조성 문제에 대한 TF를 구성하고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한다.
“잘 검토해서 추진하기 바란다.”

- 청주시장 두 번 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심정이 어떤가
“보람과 아쉬운 점, 둘 다 있다. 나의 고향 청주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점이 보람이다. 민선5기 때는 청주청원 통합을 준비했고, 7기 때는 역사문화도시 청주의 그림을 그리며 초석을 깔았다. 청주의 동쪽은 1500년 고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이고, 서쪽은 ICT융합 첨단산업이 자리잡은 곳이다. 청주시의 발전방향을 이렇게 잡고 일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다 못해서 아쉽다. 5월에 직원들에게 특강한 것도 이런 내용이다. 퇴임하면 책 한 권 내려고 한다. 청주 얘기를 쓸 것이다.”

이 말 끝에 한 시장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평소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청주의 역사와 문화,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직원들의 생각에 놀랄 때가 많았다. 이들이 청주의 미래를 잘 이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다독가로 유명한데 언제 책을 읽는가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본다.”

청주 휘게문고에는 한 때 ‘한범덕 시장이 추천하는 책’ 코너가 개설된 적이 있다. 한 시장은 역사·문학·철학·과학·환경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가끔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하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는 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배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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