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길을 묻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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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길을 묻는 이유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2.06.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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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한마디 / 윤상훈 제천·단양 취재국장
소통 없는 도로관리에 행정은 체증, 신뢰는 균열

요즘 제천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충주국토관리사무소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된다. 제천 제3산업단지의 기존 진입도로 확장 공사에 국도5호선이 포함돼 국토관리사무소에서 파견된 총감독과 업무협의가 빈번한데, 그때마다 크고 작은 마찰에 속을 썩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되는 3산단 진입도로 구간의 총연장은 3.2㎞다. 제3산업단지를 중심으로 ‘ㄱ’자 형태로 설계된 이 구간 도로 확장 사업은 지난 2020년 착공해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그간 시는 일부 국도 구간에 대한 원활한 협의를 위해 국토관리사무소 총감독과 수시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총감독은 그때마다 시 공무원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가 하면,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업무 추진에 애를 먹이곤 했다. 같은 공무원임에도 지방직을 한 수 아래쯤으로 여기는 국가직 공무원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에 시청 공무원들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하지만 기자는 이같은 기관 간 마찰이 단순히 특정 공무원의 업무 추진 스타일이나 인성 차원에서 빚어진 일은 아니리라 믿고 싶었다.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들이 건건이 인상을 쓰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의 허점 탓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소통이 생명인 도로를 확장하면서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기자는 해당 현장의 사업 내용과 양 기관 간 업무협조 실태를 취재하기로 했다. 먼저 2주쯤 전인 지난 6월 17일(금요일) 국도 관리의 주무 관청인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충주국토관리사무소에 국도5호선 공사의 단가산출서 등 정보공개 신청을 문의했다. 뜻 밖에도 담당 직원은 “굳이 정보공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서 “오늘은 주무과장이 출장 중이라 어렵고, 월요일에 과장이 출근하면 결재를 얻어서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막상 약속한 월요일이 되자 충주국토관리사무소는 자료 제공은커녕 해명 전화 한 통 걸어오지 않았다. 순간 “정보공개 신청하는 것부터 골치 꽤 아프실 걸요? 충주국토관리사무소가 어떤 덴데요.”라며 손사래 치던 시청 공무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국토관리사무소 직원을 믿었던 순진함을 자책하고 넘기기엔 허송으로 날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기왕에 취재에 들어간 이상 열흘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때까지 자료 제공이 없으면 충주국토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정식으로 정보 공개를 신청하면 그만이라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던 6월 27일, 약속일에서 딱 일주일이 지나서야 충주국토관리사무소로부터 기다리던 자료가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직접은 아니고 업체를 통해 전달된 문서이긴 했지만, 서류를 받아보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류를 살펴보고 나자 또다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요청한 단가산출서는 대부분 주요 내역이 지워진 채 넘어왔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받은 문서 역시 내역을 신뢰할 수 없는 숫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충주를 찾아가 국도5호선 확장공사에 대한 주요 자료를 정식으로 정보공개 신청해야 할 듯하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 총감독과 정보공개 담당 공무원, 주무 과장과 ‘소통의 길’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걸 사무치게 깨달은 열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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