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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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대하여
  • 홍성현 청주동물원 수의사
  • 승인 2022.07.1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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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과 동물 보호 위해 출입금지 구역 필요

관계자 외 출입금지

동물원은 많은 방문객이 모이는 곳이다. 모든 영업장이 그렇지만 동물원엔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이 있다. 출입금지 구역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방문객과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붐비는 관람로에 두면 위험할 수 있는 장비들을 보관하기도 하고 가파르지만 효율적으로 동물사 사이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업무용 통로도 있다.
 

멀리서 본 큰물새장
멀리서 본 큰물새장
업무용 통로
업무용 통로
출입 통제구역
출입 통제구역

 

또 중요한 기능으로는 상대적으로 사람의 발길이 적어 동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어릴 적 아파서 학교에 결석하고 집에서 누워있는데 이웃 아주머니들이 방문해 내 방문을 열고 누워있는 날 위로하고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응원은 과연 나에게 어떤 힘이 되었던가. 사실 이웃 아주머니들이 떠났을 때 느꼈던 안도가 더 달콤했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손님맞이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병원체도 출입금지

필자는 수의사니까 질병 방역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수의사는 모든 동물원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병원체는 물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까지 막아야 한다. 동물의 품종도 다양하고 병원체의 종류도 다양하여 아직도 병리(병의 이론)가 정립되지 않은 질병이 많다. 감염경로나 생리를 알지도 못하는 병원체의 전파까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우주로 1톤 이상의 규모를 가진 인공 비행 물체를 정확한 궤도에 올리기도 하는 초특급 과학 시대에 어째서 여태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있단 말인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코로나 19의 예를 들어보자. 2019년 말 대유행 초기에 병원체가 규명되지 않아 ‘우한 폐렴’이라고 확산이 시작된 지역과 증상으로 질병을 보도했었다.
그러다가 병원체가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되고 ‘코로나19’로 알려지게 됐다. 옛날에는 감염성 질병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저주라고 여겼던 적도 있었지만, 현대에 와선 유사한 증상이 다수에게 발생하면 감염성 병원체를 찾는 연구를 가동한다. 이처럼 사람의 질병 병원체도 새롭게 밝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동물(그것도 증례나 정보가 많지 않은 멸종위기종 동물)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당연히 있을 것이고 동물원에서는 그 질병들의 전파까지 막아야 한다.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크게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병원체는 숙주의 몸속으로 들어가 몸을 자원으로 취급하여 무단 사용하여 증상을 일으키면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다가 숙주의 몸에서 외부로 나와 다른 숙주에게 이동하는 병원체는 새로운 숙주의 몸을 무단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런 병원체들이 기존에 있던 숙주의 몸 에서 어떤 경로로 나오는지 새로운 숙주의 몸에 어떤 경로로 침입하는지를 정리하면 ‘감염경로’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감염경로를 분석하면 해당 병원 체들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이론적인 이야기고 병원체들이 예상하 지 못한 곳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방역은 항상 가장 철저한 기준으로 실 시해야 한다.

출입금지 공간에 입장한 학생들

동물원의 업무공간은 이래저래 동물들이 안정감을 위해 찾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물리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동물들이 은신처를 만들거나 휴식을 취할 때 방사장 공간 중 업무공간 쪽을 활용하는 것이다. 열심히 만든 은신 처들 때문에 동물들이 업무공간에 더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야에선 더 가려져 있다.

얼마 전 동물원에 반가운 손님들이 왔다. 인근 지역 초등학교에서 전교생 이 견학을 신청했는데, 동물원의 전시 기능 외의 연구기능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에 다같이 입장했다.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까딱하면 업무공간 쪽에서 휴식을 취하던 동물들이 놀랄 우려가 있었다. 동물들이 놀라면 어이구 깜짝이야 저 어린 학생들은 왜 날 놀라게 했는가 하고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도주하다가 판단력이 흐려져 벽에 부딪히거나 옆에 있는 다른 동물들을 공격하여 부상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들을 갑자기 놀라게 하는 상황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초등학교 4~6학년들에게 업무공간에 들어오기 전 동물들이 놀라거나 스스로 다치는 행동을 주의하도록 신신당부했지만, 눈빛이 반짝이는 학생들의 상기된 얼굴들을 보니 과연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할 수밖에 없었다.

홍성현 수의사
홍성현 수의사

 

그래도 함께 오신 근엄해 보이는 선생님들이 분위기를 잘 유지해 주시리라 믿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업무공간을 통과하는 동안 숨소리만 간신히 날 정도로 학생들은 인내심이 뛰어났다(날씨는 30도였고 업무 공간은 관람로보다 경사가 훨씬 심하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존경스럽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동물원의 다양한 시설과 연구 장비도 보여주고 동물원의 연구기능을 한층 더 실감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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