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 뮤지션에서 기타 애호가의 회사로
상태바
펜더, 뮤지션에서 기타 애호가의 회사로
  • 이병주 (주)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8.17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 전기기타는 펜더와 깁슨 두 회사가 양분했다. 록음악의 쇠퇴로 두 회사 모두 존폐 위기에 들어갔다. 오직 펜더만 이 위기를 탈출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펜더는 어떻게 위기를 탈출했을까?

펜더는 2015년 나이키와 디즈니에서 일한 앤디 무니(Andy Mooney)를 CEO로 영입했다. 그는 그때까지 상식으로 여겨왔던 기존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았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기기타 시장은 업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 전기기타 판매량(단위:천대)자료: Statista, 2020년
미국 전기기타 판매량(단위:천대)자료: Statista, 2020년

 

①   펜더 기타의 45%는 초보자가 구입한다.

②   기타 초보자의 90%는 1년 이내에 기타를 포기한다.

③   기타를 포기하지 않은 10%가 평생 더 많은 기타, 음향기기, 장비를 구입한다.

④   기타 구매자 중 50%는 여성이고, 여성은 온라인 구매를 선호한다.

⑤   새로운 구매자는 기타를 치는 것보다 4배나 많은 시간을 음악을 배우는 데 쓴다.

 

기타를 포기하지 않은 초보자는 후에 더 비싼 기타를 구매했다. 처음엔 200달러짜리 기타로 시작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타를 계속 칠 경우에는 수천 달러짜리 기타를 사게 된다. 당장 기타를 파는 것보다 기타를 산 고객이 기타를 계속해서 칠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무니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 펜더 기타를 산 초보자들이 쉽게 기타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온라인으로 기타를 배울 수 있는 앱인 펜더 플레이(Fender Play). 월 9.99달러를 내면 수백 개의 강의를 무제한 들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음악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유튜브 기타 배우기 동영상보다 훨씬 수준 높게 만들었다. 펜더 플레이는 출시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뒀다. 펜더 플레이 서비스 자체 매출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기타 판매가 더 늘었다. 기타를 포기했던 초보자 90% 중에 다수가 기타 애호가로 남아 추가로 기타를 사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 변화에 힘입어 펜더는 2017년 5억 달러 수준에 머물던 매출이 2019년 6억 달러로 늘었고, 코로나 속에서도 2020년 7억 달러, 2021년 9억 달러를 넘겨 역사상 가장 많은 기타를 판매했다.

 

기타 판매사에서 기타 연주를 돕는 회사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됐을 때 펜더는 본사와 공장 문을 닫았고, 딜러 샵 중 90%가 영업을 중단했다. 대신 펜더 플레이를 3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하며 디지털 사업에 집중했다. 3개월만에 가입자가 13만명에서 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가입자 중에서 14개월 이상 유료 가입을 유지한 회원이 20만명을 넘었다. 펜더 플레이 가입자는 비가입자 고객에 비해 기타, 앰프 등 펜더 제품을 40% 이상 더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보자가 기타를 포기하지 않고 평생 기타를 가까이하게 되면 1만 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다. 그러므로 이 사람들은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줄 것이다. 게다가 구독자가 늘어나자 지금까지 쌓인 고객 데이터를 통해 입문자들을 기타 애호가로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 점점 더 세밀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기타를 파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디지털 기술로 고객과 연결되자 고객이 기타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데 회사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과거 펜더는 에릭 클랩튼 같은 유명 기타리스트를 후원하며 록 스타를 꿈꾸는 뮤지션들에게 기타를 팔았다. 즉 팬덤에 의해 수많은 초보자를 끌어들이기만 했다. 이제 펜더는 초보자를 기타 애호가로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유지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 펜더는 여전히 기타를 팔고 있지만, 업의 본질이 바뀌었다. 최고 품질의 기타 제조사에서 기타 연주를 돕는 회사가 된 것이다.

무니는 회사의 철학이 달라진 데 대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펜더 플레이를 출시하면서 회사의 미션을 바꿔야 했어요. 펜더는 70년 이상 에릭 클랩튼, 스티브 레이 본, 지미 헨드릭스 같은 전문 음악가들을 위해 존재해왔죠. 기타를 처음 사는 45%는 안중에도 없었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중심에 두기 시작한 겁니다. 직원들에게 이런 변화를 인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제는 직원들도 초보자를 기타 애호가로 키워 기존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현재 펜더사 고객 중 초보자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장기적으로 초보자 신규 고객의 비중은 20% 미만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제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매 후 제품의 사용만족을 극대화하도록 기업이 도와줘야 한다. 펜더사의 전략 변화는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