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안전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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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안전한 시기이다
  •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 승인 2022.09.15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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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조금 지나자마자 또 다른 재난이 닥쳤다. 바로 ‘3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확률’,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라는 훈장을 달고 서울 및 중부권에 찾아온 집중호우이다. 서울에선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서초구 등에서 맨홀로 물이 쏟구칠 정도로 빗물이 역류하여 물바다가 됐고, 승용차와 버스 등 3,000여 대가 침수되면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가로수를 정리하던 직원과 반지하 주택의 발달장애 여성과 일가족 등 안타까운 사망자도 8명에 달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침수로 인한 농경지 피해 80ha를 넘어섰고 도내에서 주택상가 침수, 배수불량, 토사유실, 축대파손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충주호에는 약 15000의 거대한 쓰레기 섬이 생겼다.

매년 같은 이름으로 오지만 해마다 다른 피해를 주는 재난, 가끔 재난은 언제, 어디를 찾아가면 인간들이 가장 괴로워하는지 잘 아는 머리가 좋은 생명체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마찬가지였는데, 여러 재난대응 주체들이 이번 피해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다.

첫째, ‘처음이라는데 위안을 얻어서는 안 된다. 그 처음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한다면 2060년까지 최대 3.3도까지 평균 기온이 상승하며, 강수일수는 줄어들지만 강수량은 3.8% 늘어나 폭우가 잦아진다고 전망되고 있다. 지구전체로 봐도 평균온도가 1도 높아질 때마다 극한 호우 강수량이 약 7% 중가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지금이 가장 안전한 시기이다. 올해 8월에 덮친 집중호우로 인해 우리나라 장마 시즌이 6월 말~7월 초라는 통념도 깨지면서 우기(雨期)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느꼈다.

두 번째, ‘비가 예상치 못하게 많이 왔다는 게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는 것 역시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 일대는 20109월과 20117월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사태를 계기로 하수관거 개량, 빗물펌프장 신·증설, 하천 정비 등을 시행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역할을 못 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청주시 용암동과 복대동에서 침수된 아파트는 20177월 발생한 폭우로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는 등 피해를 겪은 바 있지만 피해가 반복되지 않았는가. 물론 계획에 따라 방재시설을 완비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 대응이 어렵지만, 그 역시 핑계일 뿐이다. 기후변화를 고려해서 방재능력을 추가로 확충하는 방안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세 번째, 최소한 경제적인 이유로 위험을 알면서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경험상 집중호우가 언제 어디든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빗물이 고이는 상습저지대, 무너질 위험이 있는 산사태 위험지역, 열악한 주거환경과 장애로 인해 대피가 힘든 이웃 등이 더욱 피해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집중호우는 소위 회색코뿔소로서 사실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상의 문제가 되었기에 향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거의 인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번 집중호우뿐 아니라 태풍, 폭염, 가뭄, 폭설, 산불 등 기존 패턴과 상식을 뛰어넘는 규모와 강도로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고 이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일상이 될 수 있다. 그에 맞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항상 그래왔던 사후 땜질식 처방이나 그냥 한 번 피해발생 장소를 찾아가 보고 던지는 위로의 말을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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