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성공, 양면 네트워크 효과 전략 때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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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성공, 양면 네트워크 효과 전략 때문 가능
  • 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9.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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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회원 증가 못지 않게 뛰어난 감독들 들어오게 하는 게 중요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총 6개 부문에서 에미상을 수상했는데, 특히 본상 중에서 황동혁 감독이 감독상을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탔다. 본상 수상은 비영어권 최초다. 현재 시즌2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청자들이 새로운 시즌을 고대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예견되긴 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첫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공개 초반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17일만에 11100 가구가 시청해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역대 최초로 1억 가구 시청을 돌파했다. 4주간 시청 기록은 14200만 가구로 이전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던 브리저튼8200만 가구를 훨씬 넘어섰다. 넷플릭스는 가구당 부여한 아이디를 여러 명이 나눠볼 수 있어서 실제 시청자는 수억 명으로 계산된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됐다. 역대 영화 흥행 1위를 했던 아바타와 비슷한 인기라고 하면 그 의미와 파급력이 잘 이해된다.

 

편집권 보장하는 넷플릭스

 

이처럼 대박 콘텐츠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사실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한 계기가 20132월 공개한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구독자가 급증해서, 넷플릭스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헴록 그로브같은 자체 제작 시리즈, 이른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콘텐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런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에는 이면이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세계 회원들의 공통적인 특색으로, 구글에 ‘Why Netflix’를 입력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왜 그렇게 재미없을까, 란 문장이 자동 완성으로 나온다. 실제 넷플릭스에서 거액을 투자한 ‘6 언더그라운드’, ‘아이리시맨’, ‘버드 박스’, ‘옥자같은 영화들이 모두 작품성이나 상업성에서 실망을 줬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넷플릭스가 감독에게 최종 편집권을 주고 전적으로 맡기기 때문이란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설령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라도 마음대로 만들게 놔두지 않고 프로듀서가 상업적 조언을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감독 마음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감독은 좋아하지만, 작품의 상업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뛰어난 프로듀서를 채용하지 못해서 이런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인가? 그보다는 넷플릭스가 영화를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같은 블록버스터는 실패하면 영화사가 휘청거리므로, 흥행에 꼭 성공해야 한다. 영화 한 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매일 만족을 주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파는 게 아니라, 수많은 콘텐츠로 고객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감독에게 편집권을 보장해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더 낫다. 넷플릭스에 어벤저스 같은 SF 판타지 영화밖에 없으면 그거야말로 고객이 식상해 할 것이다. 아마 경쟁 OTT 서비스인 디즈니+가 고객을 많이 모으지 못하는 이유가, 쫄쫄이를 입은 히어로 콘텐츠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공급자와 수요자의 선순환이 중요

 

코로나로 극장 관객이 줄고,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 서비스가 급성장했다. 이로 인해 영화산업의 게임 룰이 바뀌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양면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하다. 택시 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승객이 많아야 운전자를 끌어들이고, 운전자가 많아져야 승객이 들어온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선순환하며 계속 늘어나도록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소비자 한쪽만 봐서는 안되고 생태계 전체를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는 회원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뛰어난 감독들이 넷플릭스에 적극 들어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 요컨대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산업의 게임 룰이 메가 히트작 제작에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로 바뀌고 있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구상하고 각본을 쓴 건 2008년이다. 낯설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어떤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 오직 넷플릭스만 충분한 예산과 마음대로 창작할 자유를 줬다. 그 덕분에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히트가 가능했다.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1년 전에 넷플릭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 이상으로 독특하고 난해한 작품이었다.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했다. 나도 2편을 보다 시청을 포기했다. 그러나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었기에 오징어 게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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