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노잼도시 꿀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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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노잼도시 꿀잼도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9.22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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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국장

알고 보면 전국이 다 어느 순간부터 꿀잼도시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갑자기 도시의 단체장들이 사는 게 재미없다는 것을 일제히 깨달은 것일까. 이러한 광풍이 참 기이해 보인다. 일단 알려진(?) 전국의 노잼도시는 대전, 청주, 울산이다. 어디에선 전국 3대 노잼도시로 대구, 대전, 광주를 꼽는다.

무엇이 3대 노잼도시의 원형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인터넷 세상엔 노잼도시 낙인이 찍인 도시들이 나오고, 왜 그렇게 된 지 이유를 설명하기 바쁘다.

내용을 보니 노잼도시들은 대부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곳들이다. 대형 테마파크나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대표 관광지가 없는 곳들이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특색이 없는 곳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러한 도시들의 단체장들은 꿀잼도시를 만들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범석 청주시장도 공약집에 꿀잼도시를 위해 체험형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청주가 정말 재미없는 도시일까. 다른 도시에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여기에 꼽히지 않는 다른 도시에 사는 이들은 사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까.

출처도 명확하지 않는 인터넷 게시물에 의해 도시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재미있는 도시, 재미없는 도시...이건 대체 누가 정하는 건데?

청주의 강점을 다시 생각해보자. 일단 지형적으로 수해나 자연재해에 있어 안전하다. 또 국토의 중심이기 때문에 전국 어디로든 가는 게 용이하다. 관광지에서 사는 것보다 관광지를 어디든 비슷한 시간대에 갈 수 있다는 게 강점이지 않을까.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청주는 살기 정말 좋은 도시가 아닐까 싶다. 청주 KTX오송역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어 서울에 직장이 있더라도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가 돼버렸다. 또 오창과 오송 산업단지 개발로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청주다. 물론 청주에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임기 내에 뚝딱 만들겠다는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청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도시가 재미있고, 재미없는 게 아니라, 도시민들이 재미있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재미를 이렇게 중요한 삶의 요소로 삼았는지, 그것도 참 신기하다. 언제나 행정은 비장한 각오로 효율성과 경제성, 발전 가능성을 우선시하지 않았는가. 개인의 삶도 도시의 운명도 참 쌓여있는 숙제가 많다. 모두 재미있게 살고 싶어하지만 오늘의 삶은 녹록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노잼도시, 꿀잼도시 열풍도 곧 사그러들 것이다. 마치 신조어와 유행어가 잠깐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지듯이. 그러니 너무 유난을 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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