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한글날 앞두고 ‘쪽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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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한글날 앞두고 ‘쪽팔리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09.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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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한글날을 며칠 앞두고 ‘쪽팔려서’라는 말이 언론매체와 국민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미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비속어’인 ‘쪽팔려서’라는 말이 섞인 발언을 한 것으로 국내 취재진 카메라 영상에서 확인돼 논란을 낳고 있다.

MBC 방송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짧은 해당 영상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MBC와의 의혹 관계로 의심하는 논평을 내는 등 정국이 냉각되고, 언론마다 ‘쪽팔리다’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자막에 등장한 ‘바이든’이 ‘날리며는’이라는 등 논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당시 상황에서 ‘바이든’이라는 말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발언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인 지난 26일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진상조사 필요성을 말했다. 방송사의 보도 과정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발언 당사자로서 보도 경위 지적에 앞서 자신의 정확한 발언 내용과 취지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후 사실과 다른 점을 바탕으로 MBC와 야당의 과도한 면을 지적한다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바이든’, ‘날리며는’ 등의 어휘보다는 분명하게 들리는 “쪽팔려서”라는 말이라고 본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쪽팔리다’는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라고 나온다. 친절하게 예문도 나온다. <아이, 쪽팔려. 오는 길에 돌에 걸려 넘어졌어.>, <쪽팔리게 이 물건들을 나보고 길거리에서 팔라고?> 두 가지를 예로 들고 있다.

사실 ‘쪽팔리다’는 비속어지만 표준국어사전에 나올 정도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비속어라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심결에 독백처럼 지껄인 말일지라도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파된 이상 설명과 해명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과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논란을 많이 빚었다. 국민 곁에 다가선다는 선한 뜻에서 스스로 선택한 출근길 기자들과의 짧은 문답이지만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평가됐다. 이후 과장되게 보이는 손놀림 등에 대한 교정 지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속어’ 사용 논란도 이와 비슷한 현상은 아닌가 싶다. 특유의 서민적인 언어 사용 등 지인들과의 친밀도 있는 언행 습관이 몸에 밴 것 같기도 하다.

‘비속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격이 낮고 속된 말>이라고 적혀 있다. 이제 언어 사용에 대한 지도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576돌 한글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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