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비속어 논란과 ‘킬 더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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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비속어 논란과 ‘킬 더 메신저’
  • 민경명 기자
  • 승인 2022.10.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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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명 발행인
민경명 발행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당선 인사 일성으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해 국민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솔직하겠다고 하는 선언은 대선기간 내내 ‘공정과 상식'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던 만큼 특별하지도 않다.

그런데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해 국민들게 이해를 구하겠다던 공언은 취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안개처럼 희미해졌다. 미국 순방 중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고 했던 비속어 논란에 대해 솔직한 고백은 커녕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보도 자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그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비속어를 거침없이 내뱉은 대통령을 둬 쪽팔린 국민들에게 사과는 하고 나서 보도의 적절성이라도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대다수 국민과 여론은 순방을 마치고 첫 출근하는 날 대통령이 ‘경위야 어찌됐든 유감이다’고 허심탄회하게 유감표명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철저한 조사' 지시로 이어졌다.
이에 국민의 힘과 대통령실 등 여권은 윤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가짜뉴스' ‘자막조작'으로 전이시켜 MBC를 희생양으로 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른바 ‘킬 더 메신저 (Kill the Messenger)’, 즉 메신저 공격 전략이다.

2014년 Michael Cuestas가 감독한 ‘킬 더 메신저’는 언론의 힘과 그것을 매도하는 정부의 더 큰 힘을 다룬 영화다. 1990년 니카라과 마약 카르텔과 CIA가 짜고 미국에서 마약을 공급했다는 비리를 터트린 게리 웹기자 이야기다. 이런 대형 사건을 작은 신문사의 게리 웹이 터트리며 전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리를 폭로하는 언론의 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제목처럼 특정한 내용을 전달하는 메신저를 죽이는 내용이다. CIA는 자신들의 비리를 들춘 게리 웹을 지속적으로 노리고 협박한다. 기사 자체가 허위라고 흑색선전하고, 그의 취재과정에 대한 의문점들을 만들어내고, 타 대형 언론사들도 덩달아 그를 공격, 게리 웹이라는 인물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최근 벌어지는 윤석열의 비속어 논란과 여권의 MBC를 향한 공격은 ‘한국판 킬 더 메신저’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비속어 논란에 대해 이를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해 ‘자막 조작’으로 규정하고 MBC 항의방문과 검찰 고발 등 강경 모드를 이어가며 취재 보도과정에도 의문점들을 만들어 내는 것 등은 영화와 너무도 흡사하다.
여기다 조선일보와 이데일리 등은 9월28일자에 MBC 제3노조주장을 인용해 “MBC 노조 뉴스룸, 尹 발언 엠바고 언제 풀리냐며 신나 떠들썩 했다 한다”라는 기사를 보도, 취재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자극했다.

이런 메신저 죽이기는 달콤한 성공 사례가 있다. 199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터진 일명 초원복집 사건. 당시 김기춘 법무부장관과 부산시 주요 기관장들이 부산의 한 복어 요리집에 모여 “우리가 남이가”라며 김영삼 대선 후보 출신지인 PK의 지역 감정을 부추겨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것이 공개된 사건이다.

정주영 후보가 있던 통일국민당에서 도청한 내용이었다. 당시 김영삼 후보 측은 대화 내용은 외면하며 메신 저(통일국민당)의 불법 도청을 물고 늘어졌다. 당연히 보수 언론도 불법 도청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결과는 정 후보 측이 역풍을 맞고 김 후 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비속어 파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식 인식과 해결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비속어 발언은 쏙 빼고 ‘부정확한 영상과 보도’만을 떼어내 이에 대해 법적으로 정리를 하고보자는 식이다. 사안을 개별로 잘라 그 과정을 가지고 ‘법대로 하자’ ‘증거 있냐’고 따지는 식, 즉 전형적인 검사의 접근 방식이다. 수사 만능주의의 위험한 발상이다.

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비리 의혹에 대해 비상식적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던 검찰이 불법 출국 금지 의혹을 비장한 각오로 파고들어 국민들의 뇌리에 ‘김학의 비위 사건 을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치환시켜 버린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

또 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경우 그 실체는 뒷전인 채 한동훈 검사의 핸드폰 압수수색 및 비밀번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몸싸움이 더 기억이 남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일반 국민이었다면 검찰 수사에 그렇게 완강히 버텨낼 수 있었을까? 또한 한동훈 검사가 거리낌이 없었다면 비밀번호를 못 깔 이유가 있을까?는 여전히 남는 의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법무장관에 임 명했지만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 관련 유감표명 대신 검찰 수사(진상 규명)를 택했다. 이번 논란이 ‘비속어’ 실체는 없어지고 MBC의 가짜뉴스, 자막조작으로 결론지어지는 수순이지 않을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검찰총장 당시 라임사태 룸살롱 검사 접대 사건, 처가 비리의혹 사건,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 비리 의혹 사건 처리 등을 뒤돌아보면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하 는 말이다. 우리가 아는 ‘공정과 상식’이 윤석열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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