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부활이 뉴노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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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부활이 뉴노멀인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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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박소영 편집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별로 밀착 맞춤형 교육을 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것.

불과 5년 만에 교육정책은 또다시 뒤바뀐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영어 수준이 미달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으며 따라서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민주시민이라는 사회용어는 자유시민으로 대체되고, 협력수업 대신에 기초학력증진이 교육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잡게 됐다.

윤 대통령은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자유를 원한다면 전제는 어딘가에 구속됐다는 건데, 교육정책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 아이들은 성적에 더욱 구속되게 생겼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일명 일제고사)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추진했던 정책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서열화와 사교육 심화를 불러온다는 교육계 우려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충북에서는 이기용 교육감 시절 일제고사가 시행됐다. 경쟁은 위부터 아래까지 꼼꼼히 진행됐다. 교육부장관은 교육감을, 교육감은 시군교육장을, 교육장은 교장을, 교감은 교사를, 교사는 학생을 압박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성적이 곧 교사의 능력, 교장의 능력, 더 나아가 교육감의 능력으로 치환됐기 때문이다.

지금 그 시절이 다시 반복되려 한다. 이기용 교육감 시절 일제고사에서 취하위 그룹에 속한 아이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일부 학교에선 밤 10시까지 자습을 강행하기도 했다. 주말에 나와 내내 기계처럼 시험문제와 답을 외웠다.

펜데믹 이후 뉴노멀 사회가 왔다고 사회학자들은 전망했지만 지도자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을 매일 체감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은 창의력이며, 협력수업이 각광받았지만 이제 교육의 최고 가치는 성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부를 못하고, 가난한 건 모두 개인의 책임일까.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 어떠한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 공부의 지위도 대물림되는 세상에서 무슨 시혜를 베풀 듯 정부가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공언하는 건 블랙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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